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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기사승인 2024.06.11  04: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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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교회와 기독교사회연대, 예수살기 회원들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고공 농성장
지지방문 기도회에 참석하고 나서

▲ 6월 8일 현재 153일을 공장 옥상에서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들과 이들을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방문한 기독교인들. ⓒ장성호

2024년 6월 8일 오전 8시 비오는 아침 구미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 버스는 촛불교회와 기독교사회연대, 예수살기가 공동주최 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고공 농성장 지지방문 기도회”에 참석하는 30여명의 사람들이 탑승한 버스였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쟁의는 2022년 10월 4일 공장 안 전기 스파크로 인해 일어난 화재로 공장이 전소되는 사건 후 회사가 한달만에 회사 청산을 결정하고 사원들에게 희망 퇴직을 권유하고 희망 퇴직에 응하지 않는 직원들은 이듬해 2월 1일부터 모두 정리해고를 결정한 것에 대해 노조원들이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공장철거를 시도하는 사측에 저항하기 위해 지난 1월 7일 박정혜 노조 수석부지회장, 소현숙 조직2부장이 공장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토덴코 그룹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외국투자기업으로 2003년 구미시로부터 50년 무상 임대로 토지를 임대받아 공장을 세웠고 법인세와 취득세를 감면받으며 화재 직전까지 1천 983억원의 순이익을 내던 회사였다. 하지만 단순히 화재라는 이유를 들어 회사의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회사가 화재보험을 들어 공장의 재건을 결정할 시 1300억이라는 보험금을 받게 되어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더 적은 보험금을 선택하며 폐업을 결정한 사실이다.

그리고 구미에서 생산하던 것을 평택의 공장으로 이전하며 늘어난 생산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20명을 추가로 채용하면서도 11명의 구미공장 직원들의 고용승계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 더욱 분노를 사고 있다. 구미공장과 평택공장은 모두 일본 닛토그룹이 운영하는 공장이지만 사측은 법인이 다르다는 핑계로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구미시와 정부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마땅한 규제 법안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버스는 5시간을 달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도착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상황에 화재가 난 건물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비가 오는 관계로 천막을 치고 5개월 동안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지지하는 기도회를 시작했다.

기도회 중 고공농성 중인 두 사람의 음성을 전화 통화를 통해 들을 수 있었는데 박정혜 지회장은 “5개월이 넘는 투쟁의 기간 동안 많이 지치고 힘이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셔 응원을 해주신다면 저희도 그 힘을 받아서 고공에서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저희가 고용승계되는 날 밝은 모습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함께 고공농성 중인 소현숙 부장은 “많지 않은 인원으로 저 거대한 기업과 맞서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그날까지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인 두 노동자의 목소리를 기도회 중 전화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장성호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단지 일자리를 되찾고 싶고 생계를 위해 일하고 싶을 뿐인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과 정말 방법이 없어 저 옥상에 올라가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는 가련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이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도회 중에 함께 불렀던 ‘여기오소서 내주여’라는 찬양의 가사에 정말 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해방의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들의 하나님이시니 이들과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고백했다.

이날 시편 138:6-8을 본문으로 “고난의 길 한복판을 걷는다고 하여도 주님께서 나에게 새힘 주시고”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던 손은정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는 “오죽하면 저 여성 노동자 두분이 옥상으로 올라갔겠습니까?”라며 그들을 옥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게 만든 사측을 비판했다. 사측이 구미시와 정부로부터 지역의 일자리와 고용안정을 위해 충분한 배려를 받고 있음에도 의무는 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익만 챙기는 닛토그룹을 비판했다.

특히 “헌법 32조에 보면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를 언급하며 “오늘의 이 투쟁은 노동자들이 한낱 기계부속품이 아니라 존엄한 존재라는 것,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정혜, 소현숙 님 두 분은 돈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비정함, 이 혼탁한 세상에서 우리의 잠든 영혼을 깨우는 종소리가 되고 있으며, 고공에서의 153일은 자본가 기업의 비정함을 폭로하는 시간이었고, 저항”이라고 규정했다. 마지막으로”옵티칼 동지들의 용기와 인내가 우리 모두의 승리로 이어질 때까지 함께 기도하고 응원하고 연대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기도회 후에 이지영 노조사무장과 배현석 노조원과 간담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 사무장은 “이 투쟁 전부터 사측은 LCD 산업의 하향세를 들어 구조조정을 통해 점점 노조원들의 숫자를 줄여왔고 결정적으로 화재사건을 통해 노조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모양새였다.”며 “고공농성 중인 2명을 빼고 9명이 구미와 평택에서 고용승계투쟁을 이어가느라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교통비 또한 비용이 많이 들어 더 어려운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사측이 직원들의 전세금마저 가압류하고 돌려주지 않아 삶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필요한 도움은 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간담회 후 서울로 올라오면서 여전히 회사와 싸워야 하는 노조원들과 고공에서 농성 중인 두 사람을 두고 오려니 정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다시한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멀리서 그들을 도우러 갈 것이 아니라 지역교회들이 이들을 가까이서 보살피고 싸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보수화되고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멀리하는 한국교회에 대해 더 큰 안타까움이 생겼다.

기도회를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2003년에 있었던 사건이 생각났다. 두산 중공업의 가혹한 노조탄압과 월급 부동산까지 가압류하는 손해배상소송에 시달리던 노조원 배달호 씨가 이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했던 사건이다. 그리고 그 시신이 차디찬 길 위에 한달 이상 누워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 이후로 21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참 마음이 아팠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희생당하는 것은 노동자들이지 경영자들이 아니다. 세상이 달라졌다 해도 여전히 이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일회 용품처럼 여겨진다. 이 사회에서는 아직도 노동자들의 존엄은 지켜지지 않는다. 노조 사무실에 걸려있던 마음을 때리던 현수막의 글귀를 읽으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노동자는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 언제쯤이면 노동자들이 인정 받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장성호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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