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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3조 개정안 거부 시, 심판할 것이다”

기사승인 2023.11.27  02: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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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에게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미래를 듣는다 (2)

▲ 양경수 후보는 현재의 한국 사회를 지향점을 잃어버린 사회라 규정하며 성숙한 담론의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에큐메니안이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 양경수 후보와 박희은 후보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입후보한 상황이었다. 인터뷰는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이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향후 계획에 대해 두 후보의 입장을 듣는 것에 두었다. 인터뷰 자체가 자칫 선거 운동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두 후보, 특히 양경수 후보 측에서 같은 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지면을 빌어 성심껏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후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인터뷰 기사는 인터뷰를 진행한 순서로 게재한다. 같은 날 먼저 인터뷰에 응해준 박희은 후보와 뒤이어 인터뷰를 진행한 양경수 후보 순으로 기사화했다. - 편집자 주

앞으로 대략 2주 후가 되는 2023년 12월 10일이면 청년 김용균 씨의 5주기이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라는 무거운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떠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는 말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그 숙제를 잘 풀어내고 있을까.

죽음으로 만들어낸 중대재해처벌법, 하지만 누더기 법

김용균 청년이 남긴 아픔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으로 나타났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해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 재해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2021년 1월 8일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누더기 법이었다.

중대법이 시행된 이후 산재 처리는 건수와 산재 승인 건수가 매년 증거하고 있다. 산재 승인율 역시 90% 이상으로 신청 대비 승인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안전에 대한 노동자의 관심이 증대하고, 산재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공단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연도별 산재 신청 및 승인·불승인 현황’ 건수는 해마다 증가추세이며, 특히, 올해 7월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근로자도 산재보험의 보호 안에 들어온 만큼 산재 신청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매년 증가하는 산재 신청 및 승인 건수와는 별개로 여전히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여전히 산업재해를 은폐하거나 미신고 하는 일이 현장에서는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22년 사이의 산업재해 은폐 및 미신고 관련 건수와 이에 따른 건보료 지출액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동안 36만 1,49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용혜인 의원에 따르면 2022년 산재사고 재해자는 10만 7,214명, 산재사고 사망자는 874명으로 집계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2022년 산재 은폐 및 미신고 건수인 5만 1,800건에 달하는 규모이다. 공식적인 사고 재해자 수 10만여 명 중에 건강보험공단의 산재 은폐/미신고 인원이 얼마나 포함된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모두가 포함됐다면 절반이 산재 은폐/미신고에 해당하고,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면 15만 명 중에서 5만 명이 해당할 수 있다.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는 윤석열 정권

이러한 통계를 떠나 더욱 심각한 것은 윤석열 정권에서 애초에 누더기 상태로 통과시킨 법 또한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며 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한 2024년이라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하며 이 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정권이다.

이렇듯 하청노동자들은 더욱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비정규직-하청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도대체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 국가는 내몰라는 하는 현실에서 말이다.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서 정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말하며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따라 노동 삼권을 보장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른바 민주노총. 앞으로 3년간을 이끌어갈 위원장 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양경수 후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예전과는 다르게 교계와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습니다. 지금은 특정 분야에서의 연대하는 것 외에는 교류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난 3년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을 해온 양경수라고 합니다. 민주노총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 위원장이었습니다. 그동안에는 다 정규직들이 위원장을 했었는데 비정규직 출신으로 처음으로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된 것이죠. 비정규직이라고 말씀드린 건 기아자동차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소개와는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민주노총이 비판받았던 것 중의 하나가 비정규직을 좀 소외시키고 정규직하고 기득권화됐지 않느냐 하는 비판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민주노총의 활동 자체는 비정규직을 위한 활동을 많이 했는데 인적 구성이 여전히 정규직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정규직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한 45% 정도거든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조합 조직화되어 있는 곳이 정규직 비율이 높다 보니까 당연히 민주노총도 정규직 비율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주된 활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해왔던 과정이었습니다.

▲ 오늘 찾아뵙고 인터뷰를 나누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요즘 노동계와 종교계의 공통 관심사인 ‘노조법 2·3조 개정안’ 문제입니다. 먼저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노동계나 종교계 안팎에서 소위 몸통이 다 빠졌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노조법 2조의 핵심적인 내용은 ‘사용자’ 정의와 ‘노동자’ 정의인데요, 이것이 온전하게 다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특수고용 노동자들 같은 경우 플랫폼이 확장되고 있는 조건 속에서 이분들이 노동자로서의 성격 규정이 명확히 돼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용자’라는 정의도 좀 포괄적이고 명시적으로 담겨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실은 하청노동자들이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대기업 원청을 상대로 ‘당신들이 내 사용자다’라고 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또 다른 소송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개정안 역시 제한성이 분명히 있어 계속 노력하고 투쟁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온전한 개정법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다음은 3조, 손배 가압류 문제인데요, 현 개정안도 근본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배 가압류를 금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배 가압류 허용 자체가 문제인데, 이번 개정안은 쟁의 참여 정도에 따라 손배를 분산 적용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기존에 비해 일부 개선된 지점이 있지만 근본적 해결까지 진전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나름의 진일보한 내용이긴 하나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보기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역시 계속 투쟁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도 너무 많이 늦었습니다. 현실은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데 법제도가 이를 쫓아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변화되는 시대 조건에 맞게 법이 설계되고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연도별 산재 신청 및 승인·불승인 현황 ⓒ근로복지공단

▲ 많은 이들의 불만 중 하나는 노조법 2·3조에 대해 민주노총이 너무 미온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실관계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리고 오해였다면 어떤 부분에서 오해였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작년 연말에 저도 10여 일간 단식을 시작으로, 1년 정도 집중적인 투쟁을 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국회를 에워싸고 농성도 진행하며 어렵게 어렵게 노력해온 결과가 현 개정법 통과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이나 농성하는 시점이나 이럴 때는 사회적으로 알려지지만,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활동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당을 통해 상임위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기 위해 수많은 활동들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서 결국 민주당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것으로 봅니다.

‘민주노총의 노력이 충분했느냐. 완벽했느냐’라고 평가한다면 그렇지는 않겠습니다만 사실은 어떤 법 하나를, 특히 노사 간에 사회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쟁점이 되어 있는 법을 하나를 통과시킨다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에는 노조법 2·3조에 대해 민주당도 반대했었습니다.

사회적 여론을 만드는 과정은 격렬한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여론을 모아내고 또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입을 통해 여론화하는 것들이 많이 쌓여야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것이 일각에서 볼 때는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니냐’,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보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20여 년 만에 온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반드시 개정시켜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1년간 달려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민주노총이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을 시작한 지는 벌써 20년이 넘습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손배가압류 탄압에 맞서 자신의 생명을 바치면서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희생을 겪으면서 사회적 문제, 사회연대의 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수년 동안 노조법 2·3조는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손배가압류문제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치환되어 버리는 경향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투쟁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그 불씨를 살려가기 위한 노동과 사회의 노력이 다소 부족하지만, 현재의 노조법 개정까지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을 한발 전진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입니다.

▲ 노동계나 종교계나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정권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향후 계획을 좀 듣고 싶습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해 저희가 투쟁하는 상황이라 대통령이나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며칠 전 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하는 의견이 절반 이상이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60% 넘게 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런 여론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어서 거부권 행사가 부담스러울 테지만 기업이나 경영계의 입장을 반영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여전히 커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몰락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싸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일차적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고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명확하게 폭로하고 드러내려고 합니다.

노동 시간 문제라든지 임금 체계라든지, 이런 정책들을 계속 개악하려고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스스로가 노동정책 방향을 잘못 설정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수준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보고요. 거부권 행사 시 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 이미 널리 알려진 부분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활동이나 복지가 너무 열악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노동자들에게는 제일 강력한 무기가 파업할 수 있는 권리인데 정치적 사안을 계기로 파업하는 것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노사관계 특히 경영권에 관련된 사안으로 파업을 못 하게 되어 있어요. 노동조합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된 것만 파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굉장히 지엽적이고 제한되어 있죠.

예를 들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반대해서 파업하는 건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경영권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잃느냐 마느냐 하는 생존에 대한 문제인데 이 문제로는 파업을 할 수 없습니다.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파업하면 불법 파업이 되고, 불법 파업이니까 손해배상이 가능해지고, 손해배상으로 이 파업을 다 파괴해버리고 이게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막아내는 것이 노란봉투법이고 노조법 2·3조 개정안입니다.

한국 노동조합법처럼 전 세계 어디에도 노동조합법이 세 가지로 분할된 곳이 없습니다. 일반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관계법이 있고, 공무원 노조 특별법이 있고, 교원 노조 특별법이 또 따로 있습니다. 공무원과 교원에 대해서는 아예 증인권을 박탈하고 있어 파업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정치적 자유도 보장하지 않고, 그래서 실제 노동 삼권이 완전히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조법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부정적인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교사들이 파업한다고 하면 긍정적이지 않죠.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 철밥통들이 파업한다고?, 공무원이 정치적 자유를 갖는다고?’ 그러면서 자기 마음에 드는 정당의 입맛대로 행정을 한다고 이해를 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이것보다 굉장히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의무 교육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노동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특히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그런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한국에는 전혀 없습니다. 저희가 작년과 재작년 노력해서 그나마 2025년도에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노동 인권과 산업안전이라고 하는 교과목이 처음 생기게 됩니다. 특성화고에서부터 수업 시간에 처음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노동조합에 대한 것은 아니고 노동 일반에 대한 권리입니다. 또 특성화고이니 산업 실습생으로 노동할 때 안전 문제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것들이 필요한데 아쉽습니다. 이런 모습은 단순히 노사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분단이라고 하는 이념적인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는 노동조합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곳입니다.

특히 군사독재의 잔재도 있어서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유럽이든 남미든 많은 나라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자본과의 싸움, 정권과 기득권과의 싸움을 하고 그 결과물로 분배를 실현하는 사회로 성숙하여 왔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 한국 사회는 독특하게 경제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보니 사회적 분배 정의를 제도화하기 이전에 낙수효과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소득 생활 수준의 향상을 가져왔거든요. 과거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나아졌죠. 경제적으로 봤을 때 그렇죠.

하지만 전체적인 경제적 제도와 비교했을 때 노동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봤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가 경제 발전 속도를 빨리 진행해 오면서 긍정성과 부정성이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빠른 성장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지표로 확인되고 있고요.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신속하게 사회안전망이나 그동안 부족했던 것들을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보고요. 그런 면에서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이 유의미한 역할을 하면 사회적으로도 노동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그런 역할을 많이 해볼 생각입니다.

▲ 노조법 2·3조 개정안 문제가 너무 커서 다른 노동 문제가 부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 노동계 문제에 대해 교계에 알리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이번에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120만이라고 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힘을 어떻게 현장에서부터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박수받는 민주노총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120만 조합원들이 앞장서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민주 노조 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꾸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막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구체적인 포부를 가지고 3년간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과거에 비해 민주노총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생각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 당에서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인식도 많이 달라집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낮았어요. 왜냐하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 ‘쟤들은 나쁜 애들이야’ 이런 셈법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윤석열 정권 들어서니까 노동조합에 대한 긍정 여론이 40% 이상으로 올라갔어요. 아무래도 시대적 흐름이나 시민들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노동조합이나 민주노총의 활동과 역할도 과거와는 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라고 하는 노동조합의 총연합 단체의 역할이 사회적 변화라든지 사회 전반의 담론을 가지고 대응하기보다는 사실은 어려운 사업장의 투쟁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역할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화물연대 노동자들, 건설 노동자 투쟁에 지원하고 연대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습니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단 민주노총은 이런 현장 투쟁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넘어 지금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개악이라든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축소하는 문제라든지 이런 전체 국민들의 삶과 생존권 문제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스피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역할을 높여야 한다고 보는데 아직 질적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현장 투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노동조합을 강화해가는 내적 투쟁과 함께 사회적 스피커를 더 키워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봅니다.

과거에는 노동조합 활동하면 어렵고 고생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노동조합 하는 사람이면 먹고 살 만한 사람, 직업이 그나마 안정된 사람, 이렇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실제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나 정부와의 투쟁을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어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은 5인 미만을 포함한 미조직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삶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 조직된 우리를 넘어 체질을 바꾸어서 미조직된 나머지 85%에 이르는 중소 영세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 미조직노동자들의 노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우리 사회를 바꾸어가는 경로에서도, 민주노총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 종교계 노동 관련 단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변질”을 성토하며 제대로 법 제정을 촉구했었다. ⓒ에큐메니안

▲ 마지막으로 제일 첫 질문에도 언급했지만, 노동계와 종교계의 관계가 많이 소원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교계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알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작년 윤석열 정권이 3월에 들어서고 4월부터 제가 제안을 드려서 종교계·시민사회 단체 대표님들이랑 한 달에 한 번씩 정책 논의 모임을 했습니다. 안건 없이 그냥 그 시기에 필요한 내용들을 정해서 함께 논의하는 모임을 만들었고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아침 8시에 모였습니다. 차담회 형식으로 그냥 편하게 이야기 좀 합시다, 정세 이야기 좀 해봅시다, 하고 초청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민변·경실련·환경운동·문화·박승렬 목사님도 오셨습니다. 실제 그 시기에 쟁점이 되는 사안들에 대한 민주노총의 견해, 각 조직들의 의견도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뭘 해보자까지 간 것도 있고, 각론적 이야기만 나눈 적도 있습니다. 이 모임을 한 1년 반 정도 쭉 해봤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씩, 필요할 때는 2주에 한 번씩 본 적도 있고요.

이것이 축적되니까 서로 간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종교계에서 ‘민주노총 왜 그래’라고 했던 것들이 ‘속사정이 있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 민주노총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도 같아지고 판단도 같이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우리 사회가 지금 지향점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요. 70~80년대 경제가 어렵고 힘들 때는 미국이나 일본이라고 하는 선진국을 쫓아가기 바빴고, 민생고가 일정 정도 해결된 이후에는 소위 유럽식의 복지국가 모델을 쫓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제 발전 속도가 둔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어디를 따라갈 것이냐고 하는 것들을 잃어버린 상태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한국식 모델을 개발해야 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론장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공론장을 형성해서 만들었던 적은 87년 민주화 투쟁과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던 것 정도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사실은 내용적 공론장은 아니에요. 대통령 직선제였고, 정치적·절차적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킬 때는 정권을 바꾸자는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그 시기에 좀 더 진보 진영의 역량이나 민주노총의 고민이 깊었다면 박근혜를 끌어내린 자리에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이 권력을 끌어내린 자리에 어떤 권력을 세울 것인가에 대한 설계를 그때부터 시작하고 만들어갔으면 저는 문재인 정부도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고 우리 사회도 많이 바뀌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그런 소위 거버넌스라고 하는 것들이 많이 무너졌거든요. 그게 제일 아쉽습니다. 사실 그런 거버넌스를 더 많이 확장하고 만들어갔다고 하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거센 저항이 일어났을 것이고 사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나 규모나 경제적 여력이 있는 민주노총이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저희가 내적으로 ‘새로운 30년 위원회’를 만들어 우리 사회의 전망을 세우는 200여 일간의 현장 토론을 쭉 해볼 생각입니다. 유럽의 많은 노동조합들이 정책 대회 같은 것들을 3년이나 5년 주기로 하는 것처럼 민주노총도 그런 걸 해보자, 그래서 현장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할지를 활발하게 토론하고 3천여 개 현장에서 토론을 만들어내고 모아내는 역할, 또 이것을 시민사회나 종교계나 우리 사회 전반과 함께 다듬어가는 역할, 그래서 이것이 하나의 에너지가 되고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재가 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이 종합적인 전망을 한 번 내세워보려는 목표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종교계와 활발한 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류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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