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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서서 법을 조롱하는 자들은 사라져야 한다

기사승인 2023.05.08  01: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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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

▲ 검찰개혁을 비롯해 사법개혁은 마지막 남은 한국사회의 개혁과제로 보인다. ⓒ딴지USA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법대에 들어간 후 처음 만났더니 대뜸 “예전에 너에게 ‘너는 법 없이도 살 수 있겠다.’고 한 말은 취소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은 기억조차 없었는데… 사연인즉, 법학개론 첫째 시간에 “법은 누굴 위해 있는가?” 질문한 다음, 교수님은 “법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너같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에게 법이 꼭 필요하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몇 년 후 그 친구는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검사가 되었는데, 실무를 하다 보니 ‘법을 이용해서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담보 사기범의 사례를 알려 주었습니다. 80년대 초라서 집을 담보로 급전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약속한 만기일 오전 12시까지 상환하지 않으면 등기 이전하기로 각서를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기일 오전에 돈을 갚기 위해 찾아 가면 담당자가 외근 중이라 곧 돌아온다고 둘러대고, 한 참 후에는 담당자가 교통사고가 나서 오후 늦게 들어온다고 알려준답니다. 그러면 몇 시간씩이나 기다리다 지친 고객이 급한 일을 처리하고 오후에 와서 돈을 갚겠다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럴 경우를 노려 그 사이에 담보물을 등기이전을 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법을 이용해 상습적인 불법을 행하는 사례가 많지만 검사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한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공증’이라는 법적 장치가 있으니, 네가 목사가 되면 교인들에게 알려 피해를 막으라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공증제도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법 없이는 살 수 없는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을 이용해서, 법을 잘 모르는 자들을 등쳐먹는 불법을 행하는 자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는 현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인들이 법을 이용하여 불법을 행하는 것 보다 더 심각한 것은, 법을 집행하는 법관들이 법을 이용하여 불법을 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경우입니다. 법치국가의 근간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법을 시행 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무수히 자행되는 현실로 인해 ‘검찰 개혁’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입니다.

검찰이 수사권과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거의 독점하여 유사한 범죄 협의가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수사 기소하고 어떤 사람은 수사 종결 후 기소하지 않고, 어떤 사건은 영장을 청구하여 압수 수색을 수백 군데나 하고 어떤 사건은 한 번도 하지 않고,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의 범죄는 눈 감아 주고(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검사들끼리는 검사동일체라는 미명 아래 서로의 범죄를 덮어 주고(유권무죄 무권유죄)… 그래서 법을 이용하여 ‘있는 죄는 없게 하고 없는 죄는 있게’ 만드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검찰권을 두고 ‘검찰 독재’ 또는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입니다.

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직 검사요 국회의원의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아 법적으로 문제가 되었으나, 1심 판사는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실제 근무 기간은 5년 10개월 정도이며 최종 직급은 고작 대리였던 그 아들의 퇴사 전 급여는 383만원이니, 50억원은 정상적인 퇴직금의 221배에 달한 답니다. 반면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기 위해 버스요금 중 800원을 축낸 어느 버스기사는 횡령 협의로 해고당한 후, 해고 무효 소송을 했으나 판사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50억원 무죄와 800원 유죄, 참 대조되는 판결입니다. 만약 그 버스기사의 아버지가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었더라면 이런 판결이 났을까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게 아니라, ‘만 명만’ 평등하다.”고 외친 고 노회찬 의원의 말이 실감나는 대목입니다.

변호사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변호사법 제1조에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지만, 유능한 변호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일부 잘 나가는 대형 로펌 회사의 다수의 변호사들이 이러한 자신들의 사명을 자각하고 있는 지 의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1988년 5월 창립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노동 운동가들의 변호를 맡았던 인권변호사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는데, 현재 민변 출신 변호사는 전체 3만 명 정도의 변호사 중에 100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현장에서 약자들의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려고 나선 소위 인권변호사는  소수에 불과한 현실입니다. 

윤석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될 당시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이지 검사입니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후 그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는 이렇게 엮어 넣으면 되고…”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관련 녹취록이 잠깐 나돌기도 했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엮어 넣다’란 말인데, 수사권을 이용해서 작위적으로 혐의를 덮어 씌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법을 다루는 검사, 판사, 변호사들이 법을 악용하거나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며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가 너무 많아 법기술자, 법꾸라지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끔찍하게도 법비(法匪)라는 말도 있습니다. ‘떼를 지어 돌아다니면서 살인과 약탈 등을 일삼는 도둑’을 비적(匪賊)이라 하는데, 그중에 가장 악독한 비적이 법비라는 것입니다. 법을 이용해서 온갖 불법을 행하며 사적 이익을 취하는 도적떼 무리가 바로 우리 시대의 ‘제도적 약탈자’인 법비라는 것이지요.

구약성경에는 약자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강자 편에 서서 공정하지 못하게 재판하는 자들을 저주하는 말씀이 여럿 있습니다.

“가난한 자의 권리를 박탈하여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없게 하며 과부나 고아의 것을 약탈하는 자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사 10:2 현대인의 성경)

“외국인과 고아와 과부의 재판을 공정하게 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신 24:19 현대인의 성경)

우리나라에는 최근 2292명의 검사(2020년 기준)와 2966명의 판사(2019년 기준)와 2만9724명 의 변호사(2021년 기준)가 있다고 합니다. 법학을 배운 이들 법관들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선량한)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이 존재한다.”는 법학개론 첫 시간의 가르침을 꼭 기억하고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법을 집행하는 검사, 변호사, 판사들이 법을 이용하여 불법을 행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촘촘한 조치들이 조속히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땅의 모든 법관들이 가난한 자, 고아, 과부, 외국인과 같은 ‘약자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부당하게 재판을 하는 자는 화가 있을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허호익(전 대전신대 교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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