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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기사승인 2020.07.14  17: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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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의 성경 인물 탐구 15

한나의 기도와 마리아의 찬가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의 기도를 들으면(삼상 2,1-10), 우리는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의 찬가(눅 1,46-55)와 대단히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나의 기도에는 임신하지 못해 그녀가 당했던 수모와 슬픔이 회복된 것에 대한 개인적 기쁨과 감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나의 기도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자기와 같은 비천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슬픔을 위로해주시고, 그런 사람들을 억압하는 사람들과 그들에 의해서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운명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으시는 하나님에 대한 찬미입니다:

“참으로 주님은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이시며, 사람이 하는 일을 저울에 달아 보시는 분이시다. 용사들의 활은 꺾이나, 약한 사람들은 강해진다. 한때 넉넉하게 살던 자들은 먹고 살려고 품을 팔지만, 굶주리던 자들은 다시 굶주리지 않는다. 자식을 못 낳던 여인은 일곱이나 낳지만, 아들을 많이 둔 여인은 홀로 남는다. 주님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스올로 내려가게도 하시고, 거기에서 다시 돌아오게도 하신다. 주님은 사람을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유하게도 하시고,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신다. 가난한 사람을 티끌에서 일으키시며 궁핍한 사람을 거름더미에서 들어올리셔서, 귀한 이들과 한자리에 앉게 하시며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하게 하신다.”(삼상 2,3-8).

마리아의 찬가도 비슷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마음이 내 구주 하나님을 좋아함은, 그가 이 여종의 비천함을 보살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할 것입니다. 힘센 분이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의 자비하심은,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대대로 있을 것입니다. 그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그는 자비를 기억하셔서, 자기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는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토록 있을 것입니다.”(눅 1,46-55).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나, 혼인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하여 아기를 낳은 여인이나 당시 사회적 배경에서는 차별받고, 억압받는,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는 운명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런 여인들, 비천한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기도에 응답하십니다.

한나의 노래와 마리아의 찬가는 ‘사회적 신분이 역전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송시적 표현은 야훼가 모든 피조물의 주이시며 주권자로서 피조물들을 다스리신다는 것, 이 세상에 야훼께서 개입하심으로써 기존의 질서들이 어떻게 혼란에 빠지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타당했던 가치들이 어떻게 전도되었는가를 서술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개입으로 인해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나님 편에 서 있는 사람은 어떠한 변화 속에서도 항상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고, 하나님께 맞서는 자들은 산산이 깨어진다는 것입니다(삼상 2,9-10).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 세계의 운행에 개입하실까요?

한나는 하나님이 ‘벼락’으로 개입하신다고 합니다. 시편 18편 7절부터 12절, 사무엘하 22장 8절 이하에 의하면 천둥과 번개와 우박과 지진은 하나님의 나타나심에 수반되는 현상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의지를 온 세상에 관철시키기 위하여 자연현상까지 이용하여 자신을 나타내신다는 것이지요.

▲ Jan Victors, 「Hannah giving her son Samuel to the Priest」 (1645) ⓒWikipedia

그렇다면 사무엘 이야기의 핵심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무엘이 이스라엘 역사에서 사사 시대에서 왕정체제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사무엘에게서 역사적 전환기에 필요한 리더십의 한 유형을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사무엘은 이스라엘 자손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는 화해자였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의 침략에 두려움을 가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방의 신들과 아스다롯 여신상들을 없애고 주님께만 마음을 두고 주님만을 섬기도록 촉구하면서(삼상 7,3),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을 모두 미스바에 모이게 해서, 그들의 죄를 용서하여 달라고 금식하면서 기도하여, 백성을 화해시켰습니다(삼상 7,6).

둘째, 사무엘이 백성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평생을 ‘누구의 소를 빼앗은 일도, 누구의 나귀를 빼앗은 일도, 누구를 속인 일도, 누구를 억압한 일도, 누구한테서 뇌물을 받고 눈감아 준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삼상 12,3).

사무엘은 탁월한 지도력과 능력으로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을 구하면서, 이스라엘 전역에서 우상들을 제거함으로써 야훼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회복시킨 인물입니다. 비록 그의 두 아들들과, 그의 스승인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은 모두 타락하여 하나님의 길을 가지 않았으나, 사무엘은 ‘생애 내내 권력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도 명예나 권력을 탐하지 않았고, 사심 없이 하나님의 뜻을 실행한 뛰어난 지도자였습니다.’

셋째, 사무엘은 잔인할 정도로 단호한 인물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무엘을 통하여 아말렉 왕과의 전투에서 사울에게 아말렉에게 딸린 것은 모두 전멸시키라고 말씀하셨습니다(삼상 15,3). 그런데 사울은 아말렉 왕 아각은 사로잡고, 양 떼와 소 떼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것들과 가장 기름진 짐승들과 어린 양들과 좋은 것들은, 아깝게 여겨 진멸하지 않고, 다만 쓸모없고 값없는 것들만 골라서 진멸했습니다(삼상 15,9). 이에 하나님은 사울을 왕으로 세우신 것을 후회하십니다. 괴로운 마음으로 밤새도록 주님께 부르짖은 사무엘은 사울을 꾸짖으며 말합니다(삼상 15,11): “주님께서는 어느 것을 더 좋아하시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겠습니까? 아니면, 번제나 화목제를 드리는 것이겠습니까? 잘 들으십시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말씀을 따르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습니다.”(삼상 15,22)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말씀을 따르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다.”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사울을 날카롭게 꾸짖은 사무엘은 아각 왕을 끌어내라고 명령합니다. 아각 왕은 행여 죽을 고비를 넘겼나 싶어 좋아하면서 사무엘 앞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당신의 칼에 뭇 여인이 자식을 잃었으니, 당신의 어머니도 뭇 여인과 같이 자식을 잃을 것이오.’라고 말한 후, 길갈 성소의 주님 앞에서 아각을 칼로 난도질하여 죽였다고 합니다(삼상 15,33).

넷째, 사무엘은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울을 왕으로 세우고 백성 앞에서 한 고별사에서 사무엘은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들을 기꺼이 자기의 백성으로 삼아 도와주시기로 하셨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자기의 귀한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기의 백성을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나는 당신들이 잘 되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내가 기도하는 일을 그친다면, 그것은 내가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나는, 당신들이 가장 선하고 가장 바른길로 가도록 가르치겠습니다.”(삼상 12,22-23).

백성을 위해 기도하기를 그치는 죄를 짓지 않는 지도자, 사무엘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지금도 자기 백성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을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실 것입니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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