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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경이를 간직하려 애쓰면서 일상을 살았던 한 신앙인

기사승인 2020.07.10  22: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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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던을 추모하며

▲ 셰계적인 바울신학자이자 역사적 예수 연구가였던 제임스 던이 지난 6월26일 별세했다. ⓒGetty Image

현대 신약성서학의 대가 제임스 던(J. D. G. Dunn) 교수가 며칠 전(2020. 6.26) 별세했다. 나는 그 소식을 전화로 전해들었다. 전화로 전해 들으며, 짧은 순간이지만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신약성서 학자가 돌아가시니 그와 일면식도 없는 내게도 충격이 전해졌다. 기독교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제임스 던이 누구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신학 공부를 하고, 또한 신약학을 전공한 입장에서는 그의 죽음이 비중있게 다가온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1998년도에, 나는 제임스 던의 이름을 처음으로 들었다. 같이 공부를 하던 이정훈 학형이 제임스 던의 『신약성경 통일성과 다양성』을 읽고, “책이 너무 좋다. 끝내 준다”라고 평가했다. 나는 그를 통해 처음으로 제임스 던의 이름을 들었다. 그 때는 그저 그 이름이 제임스 딘(J. Dean)을 연상시키고, 신학자 이름이 전설적인 영화배우와 닮아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제임스 딘이 반항아적인 이미지가 있어 제임스 던도 그런 이미지와 연관되어 다가왔다. 사실 뒤에 알고 보니 그는 옛 관점이라 불린 종교개혁의 칭의의 교리를 뒤흔든 탕아(?)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후 제임스 던은 내게 별다른 관심사가 아니었다. 나는 역사적 예수와 Q복음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바울 신학자로 생각된 제임스 던은 내게 부차적인 인물이었다. 내게는 제임스 던보다는 존 클로펜보그(J. Kloppenborg)나 미가쿠 사토(M. Sato)와 같은 Q 연구자들이 중요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2006년 초여름, 잦은 휴학으로 대학원에서도 제적되는 바람에 공부와의 연이 끊어졌다고 생각하며 교회 사역에 한창 열심이었던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다니던 대학원에서 목사님 한 분이 박사학위를 받고, 그 학위수여를 기념하는 발표회를 한다고 하는데, 참석할 수 있겠냐는 전화였다. 나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가겠다고 대답했고, 고속도로를 달려 그 모임에 참석했다.

발표회장에서 들어보니 박사학위를 받은 분은 영국에서 제임스 던 교수 밑에서 공부를 하시다가 국내에서 학위과정을 마무리하신 분이었다. 본인의 과거 영국에서 공부하셨던 이야기를 하시면서 “던 교수께서, 던 교수께서...”라고 몇 번을 말씀하셔서 ‘아, 저분이 던 교수 밑에서 공부를 하시던 분이셨구나’라는 사실은 명확히 인지되었다. 발표자가 “던 교수께서”라고 할 때마다 참석자들이 약간 몸을 움찔대면서 반응을 했고 나는 그것을 목격하면서 던 교수의 유명세를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발표자의 일화를 통해 던 교수가 얼마나 엄격하고 정확하게 학문에 임하는지 듣게 되었다. 던 교수는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까지 정밀하게 살펴보는 학문적 엄밀성을 강조하는 교수로서의 이미지가 내게 새겨진 것이다. 그 때의 발표회는 내게 공부의 열정을 다시 불러 일으켰고,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신학공부를 하게 되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비로소 ‘바울에 관한 새관점’(이하 새 관점)의 대표자 제임스 던을 만나게 되었다. 샌더스(E. P. Sanders)와 던, 그리고 라이트(N. T. Wright)는 새 관점을 대표하는 학자들이다. 그러나 새 관점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고(케제만의 바울적인 관점[Paulinische Perspektiven]을 연상시키는 이 용어는 던의 강연에 의거해서 학파의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유대교의 언약적 성격을 새롭게 재발굴한 샌더스의 성과를 바울신학에 접목시킨 공적은 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새 관점의 주된 반대자인 미국 풀러신학교의 김세윤 교수도 새 관점을 대표하는 하는 학자로 제임스 던을 지목한다. 샌더스는 유대교 이해에 큰 공헌을 공헌을 했지만, 정작 바울 이해에 있어서는 슈바이처 식의 신비적 참여(participation)를 강조하는 입장에 기울었다. 던은 샌더스의 작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샌더스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한 것으로 간주했으며, 유대교를 좀 더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전통 관점에 교정을 가했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바울에 대한 그의 해석은 나의 핵심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지는 못했다.”(Dunn)

던은 샌더스의 이론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독자적으로 하나님의 의, 칭의, 율법의 행위 등의 문제를 새롭게 규정해 나갔고, 바울 해석에서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김세윤은 새 관점이 던진 도전과 충격을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종교 개혁 이래, 어떤 학파도, 심지어 Bultmann 학파조차도, 새 관점 학파보다 바울 학계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새 관점 학파는 Sanders가 제2성전 유대교(Second Temple Judaism)를 언약적 율법주의(covenantal nomism)으로 규정한 것에 기초하여 바울의 복음, 특히 그의 칭의론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많은 면에서 바울 복음에 대한 종교 개혁의 해석을 사실상 뒤집어 버렸다.”(김세윤)

오늘날 새 관점이 여러 가지 면에서 비판을 받지만, 바울 연구가 새 관점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제임스 던은 복음주의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주석 시리즈인 WBC의 로마서 주석을 집필했고, 『바울 신학』을 출판했다. 이로써 그는 바울 신학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셈이다.

▲ 제임스 던이 남겼던 명저들

제임스 던은 바울신학자였을 뿐 아니라 역사적 예수와 기독교의 기원에 관한 탁월한 연구가였다. 생성기 기독교(Christianity in the Making) 3부작은 그의 최대의 대작이며 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억된 예수”(Jesus Remembered)라고 할 수 있는 시리즈 1권은 역사적 예수에 관한 탁월한 기여이다.

차정식 교수가 『예수와 기독교의 기원 (상·하)』로 옮겼다. 그는 20년 동안 연구했던 바울에서 역사적 예수로 관심을 전환했다. “예수를 위해 바울을 포기했다.”는 농담은 관심사의 전환을 보여준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바 “역사”에서 “기억”으로의 전환이 눈에 두드러졌다. 구전은 기억과 관련된 중요한 장치였고, 제임스 던은 구전 전승(oral tradition)의 전폭적인 수용은 큰 의미를 지닌다.

생성기 기독교 시리즈의 2권도 『초기 교회의 기원』으로 번역되었으며, 3권 Neither Jew nor Greek도 번역을 기다리고 있다. 예수 승천 이후부터 AD 70년까지의 시기를 역사적으로 탐구하는 2권은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이방 공동체로의 전환을 다루며, 바울, 베드로, 야고보의 공동체까지 고찰한다. 3권은 시간적으로 2세기까지 나아가며, 교부들에 관한 연구까지 수행된다.

제임스 던은 2002년 세계신약학회(Studiorum Novi Testamenti Societas) 회장을 역임했었고, 2003년 은퇴했다. 그가 맡았던 더럼 대학교의 라이트풋 신약학 석좌교수 후임은 『바울과 선물』로 잘 알려진 존 바클레이다. 

제임스 던은 바울 연구, 역사적 예수, 기독교의 기원, 기독교의 전개 및 발전과 관련하여 신약학에 있어서 큰 족적을 남겼다. 그리하여 성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그 영향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나도 성서 연구와 특히 바울 공부에 있어서 큰 배움을 얻었다. 그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제임스 던은 이제 별세했다. 철학자들은 장례식에서 애도가 아니라 맞아들임을 말하고, 참된 접촉은 떠남에 있다고 주장한다(Derrida, Nancy). 데리다는 장례식은 이제 그가 없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이라고 본다. 그러나 신약성서는 죽음과 관련하여 그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신약성서에서는 죽은 자들에 대해서 말할 때 “잠자는 자들”이라고 말한다. 스데반이 죽었을 때에 사도행전은 “이 말을 하고 자니라”(행7:60)라고 말하며,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중 먼저 죽은 자들에 대해서 “형제들아 자는 자들에 관하여는”(살전4:13). 제임스 던은 이제 자고 있다.

제임스 던은 부활의 역사성을 주제로 쓴 『부활』이라는 책에서 “부활의 경이를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일손을 멈추고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성신학자 유진 피터슨의 글귀를 인용한다. 이 글은 유진 피터슨의 책 『일상, 부활을 살다』에서 유래한 것이다. 나는 제임스 던의 학문적인 저서 뒤에 부활의 경이를 간직하려 애쓰면서 일상을 살았던 한 신앙인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김재현(계명대) verticalkj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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