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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백주년에 북녘의 종교가 던진 화두

기사승인 2019.04.19  18: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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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영 목사 방북기 “북녘의 종교를 찾아가다”

일전에 소개해드린 “북녘의 교회를 가다” 저자이신 최재영 목사님께서 연이어 “북녘의 종교를 찾아가다”는 신간을 출간하셨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이전의 저서와는 또 다른 소회가 있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최재영 목사의 이북 종교 제대로 보기”입니다. 너무도 적확한 부제라 생각합니다. 최재영 목사님은 이북의 여러 종교들을 정말이지 글자 그대로 ‘제대로’ 들여다보았습니다. 이 책은 북녘 종교들을 총망라해, 불교, 가톨릭, 정교회, 통일교, 몰몬교, 안식교 등을 다루고 있는데, 한 종교 한 종교를 정말 촘촘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최재영 목사님이 발굴해 낸 북녘 종교의 이야기들 중에는, 북측이나 남측의 종교인들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내용들을 필설로 형용치 못할 노력과 공을 들여 밝혀내고 확증한 내용들도 있으니, 그야 말로 ‘제대로’ 보았다고 하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동평양 구역에 소재한 가톨릭의 장충성당 부지가 원래 성모성심회 수녀회 분원 자리였다는 것과, 그 수녀회 원장이었던 장정온 수녀의 조카인 장익 신부가 장충성당 봉헌미사를 집전했다는 대목에서는 온 몸에 저릿한 전율마저 흘렀습니다.

북측과 남측 어느 종교인들도 확인해주지 못하는 기억의 유실 속에서도 실낱같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미주와 남북을 오가는 노고를 마다치 않고, 각종 지도와 항공사진을 놓고 대조하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현 장충성당 부지가 수녀회 분원이 소재했던 대신리 성당 자리였다는 사실을 밝혀낸 데 대해서는 남과 북의 가톨릭 교인들의 감사는 물론이겠거니와, 이 땅의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의 감사도 더하고 싶습니다.

불교의 사찰들을 탐방한 대목들에서는 이 책의 장르가 문화유산 기행문으로 분류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마치 일주문을 지나 직접 그 사찰에 들어가서 대웅전 앞뜰을 노닐며 여러 전각들을 들어가 보는 듯이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조선불교도련맹이 1965년부터 중앙위원회 산하에 4년제 불학원을 운영하여 왔고, 최초에는 오늘날의 량강도 삼수군 관평리 성거산 기슭에 있는 중흥사에서 개원하였다가, 1989년 12월 평양 용화사로 이전하였고, 1992년 개건한 광법사를 거쳐 1994년 6월에 평양 시내 조불련 청사에 입주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소식은 북한을 전공한 종교학도인 저로서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소중한 정보입니다. 북한의 사찰과 종교기구, 종교교육 현황에 대한 이러한 세밀한 보고는 향후 남북 불교교류에 있어 소중한 정보자료로 귀하게 쓰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러시아 정교회 소속 성삼위일체 교회(이후, 정백교회)의 건립과정은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습니다. 전형적인 이른바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된 정백교회의 건립과정을 보노라면, 종교와 정치의 선순환구조가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전쟁 당시부터 시작된 러시아 정교회와 그리스 정교회의 불화가 남북 정교회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었지만, 오히려 남과 북의 정교회가 주체적으로 평화의 길을 모색한다면, 러시아 정교회와 그리스 정교회 사이의 화해를 촉진하는 피스 메이커가 될 수도 있으리라 희망을 가져보았습니다.

이 책의 4부에서 다루고 있는 통일교, 안식교, 몰몬교 편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많은 인민들이 오히려 통일교를 주류 기독교로 알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으나, 안식교와 몰몬교의 사례까지 찬찬히 되짚어보면서 북측 인민들을 행함과 실천으로 만나갈 때에 과연 어떠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다가가야 할지를 되묻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북녘의 종교들을 찾아가서 보고 듣고 느끼며 즐기는 풍성한 향연을 마친 뒤에 마주하게 된 화두는 “통일을 맞이하기 위해 민족 앞에서 한반도의 종교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일갈이었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에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이 결코 우연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100년 전 이 땅의 종교인들은 교리와 신앙의 차이를 뛰어넘어, 민족의 독립을 위해 손과 손을 맞잡고 결연히 일어나 지축을 뒤흔들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이제 100년 전 3.1운동 선열들이 2019년 이 땅의 종교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있는 듯합니다. “100년 전 우리는 민족의 독립을 위해 교리와 신앙의 차이를 뛰어넘어 이웃종교인들과 손에 손을 마주잡고 목숨을 걸로 만세를 불렀다! 지금 너희들은 민족의 통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려 하느냐?”

이 땅의 종교인들이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으려면, 남한의 종교도 알아야 하지만 북한의 종교도 알아야 합니다. 나의 종교도 알아야 하지만 남의 종교도 알아야 합니다. 하나의 종교만 안다는 것은 어떠한 종교도 알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남의 종교를 이해하며, 남과 북의 종교를 한 품에 안을 수 있는 종교인들이 터진 봇물처럼 세차게 용솟음쳐야 이 땅의 종교는 이 민족 앞에서 통일을 완수하는 역사적인 책무를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인 최재영 목사님은 남과 북의 애국적 종교인들을 위한 훌륭한 길라잡이라 생각합니다. 공소를 운영하실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교도였던 큰아버지의 지척에서 성당마당을 뛰놀면서도, 절간의 보살님을 수양어머니로 삼아주실 정도로 불심이 깊었던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난 경험은, 최재영 목사님을 사변적이 아닌 경험적, 체험적 종교다원주의자의 길로 이끌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종교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은 자그마한 차이로 금을 긋고 상대를 정죄하는 근본주의와는 정반대의 길로 최재영 목사님을 이끌었고, 몸으로 체득한 종교다원주의는 신앙과 정견과 교리의 차이를 넘어서 ‘민족’과 ‘통일’이라는 큰 대의를 위해 모든 종교인들을 넉넉히 하나로 안아낼 수 있는 품과 여유를 최재영 목사님께 허락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처럼 ‘교리와 신앙과 정견의 차이’를 뛰어 넘어 ‘하나’가 되는 길이야 말로 100년 전 3.1운동 선열들이 독립을 위해 걸어갔던 길이며, 100년이 지난 오늘 통일을 향해 걸어가야 할 애국적 종교인들에게 요청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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