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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자와 탐사보도가 만났을 때

기사승인 2018.11.30  20: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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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CK언론위, 11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8’ 선정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가 2018년 11월의 ‘(주목하는) 시선’으로 “내부 고발자와 탐사보도가 만났을 때”를 선정했다. ‘웹하드 카르텔의 대부’인 양진호 회장은 문제의 동영상이 문제였기도 하지만 공익내부고발자와 언론이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 NCCK언론위의 판단이다. 다음은 NCCK언론위의 선정 취지 전문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뉴스타파〉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 ‘기념’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10월 30일이다. 동영상은 단박에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만큼 충격적이고 엽기적이었다.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의 대부’인 양진호 회장은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된 지 딱 10일 만인 11월 9일 구속되었다. 그는 구속에 앞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영장실질심사 참여를 포기하겠는 뜻을 경찰에 밝혔다. 스스로도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불법 음란 영상과 불법 피해 영상물을 배포∙판매∙임대하여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웹하드 카르텔’은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인간을 착취하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산업이다. 양진호는 웹하드 업계의 매출 1, 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다.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 은신한 양진호를 구속시킬 수 있었던 1차적 배경은 자신이 누군가를 폭행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기념’으로 소장한 엽기 행각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엽기 행각을 포함한 사회적 공분의 불쏘시개와 내부고발을 위해 불법 비리를 입증할 관련 증거를 치밀하게 수집한 공익신고자 ○○○씨와 ‘셜록’의 박상규 기자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정의는 더디게 왔을 것이다. NCCK 언론위원회가 ‘11월의 주목할 시선’으로 ‘내부 고발자와 탐사보도가 만났을 때’를 선정한 이유이다.

박상규 기자, ‘재심 프로젝트’ 계기로 재심 전문 탐사기자로

박상규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기자생활을 시작해 거기서 상근기자로 10년을 일했다. 그는 어느 날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두고 전남 구례의 지리산 피아골에 집을 구했다. 백수 기자를 자처한 그는 당시 파산 일보 직전의 박준영 변호사를 만나 구례 집과 취재현장을 오가며 이른바 ‘재심시리즈 3부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취재비용은 ‘스토리펀딩’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했다. 그는 카카오 스토리펀딩으로 10억원을 모아 ▲ 그들은 왜 살인범을 풀어줬나(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 가짜 살인범 ‘3인조’의 슬픔(삼례 3인조 사건), ▲ 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김신혜 사건) 등 재심시리즈 3부작을 함께 한 박준영 변호사의 소송비용도 충당했다.

▲ 웹하드 업계의 실질적 대부였던 양진호 회장. 그가 구속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내부고발자의 힘이 컸다. ⓒKBS

공안시국 사건과 달리 일반 형사사건의 재심은 인용 율이 극히 낮다. 하지만 그는 재판에서 보호자나 변호인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유죄의 누명을 쓴 피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재심을 이끌어내고 무죄 판결까지 받아냈다. ‘백수 기자와 파산 변호사의 재심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지연된 정의〉(후마니타스, 2016. 12)라는 책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와 박준영 변호사가 각각 재심 전문 탐사기자와 재심 전문 변호사로 한창 명성을 얻어갈 무렵인 2년 전 어느 날 새벽, 그는 ○○○씨가 잘 아는 H 기자를 통해 건넨 서류를 받았다. ‘대학교수 폭행 사건’의 전말이 담긴 자료였다.

“또라이 양진호 회장과 한번 붙어보시겠습니까? 박 기자도 또라이라고 들어서 찾아왔습니다. 또라이끼리 한번 제대로 붙어보시죠.”

H 기자는 “골 때리는 사건이 하나 있다”며 박 기자에게 이 사건을 토스했다. 양진호 회장이 한 대학교수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 집단 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의 전말이 담긴 서류였다.

“머리채를 잡고 무자비하게 때리다가 양진서(양진호 동생)는 구타당해 꿇어앉아 있는 대학교수에게 ‘양진호의 신발을 핥아’라고 강요하며 구타. 대학교수의 얼굴에 10여 차례 가래침을 뱉으며 수치심이 들게 하였음. 양진서는 교수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잡고 ‘처먹어!’라고 소리치며 대학교수 얼굴에 묻은 가래침을 손으로 쓸어 담아 입에 처넣었음.”

그는 딱 세 페이지 읽고 덮어버렸다. 꼴통임을 자처하는 그가 보기에도 양진호는 만만한 ‘또라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제대로 붙어봐야겠다는 똘끼로 충만한 가슴속에 전의가 불타올랐다. 2년 뒤, ‘양진호 폭행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보도는 이렇게 출발했다.

공익신고자 ○○○, 정의감으로 내부고발자로 변신

공익신고 제보자이자 내부고발자인 ○○○씨도 ‘별종’이긴 마찬가지다. ○○○씨는 드라마화 되어 인기를 끈 네이버 웹툰 〈송곳〉의 주인공 이수인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 2007~2008년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 당시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으로 투쟁을 이끈 과장이 그 모델이다. ○○○씨는 육사 출신 노조위원장이라는 범상치 않은 경력 때문에 노동계 안에서도 독특한 인물로 분류된다. 사측에서는 그가 가는 곳마다 회사를 결딴낸다는 소문에 귀를 기울였다.

○○○씨는 육사 졸업후 소위로 임관해 5년간 군에서 복무한 뒤에 대위로 전역해 1998년 프랑스 대형할인 체인점 까르푸(Carrefour)에 정규직 매니저로 입사했다. 이어 2002년 새로 부임한 프랑스인 점장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았다고 한다. 그는 〈한겨레〉(2008년 11월 13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직원들을 무조건 다 내보내라고 하는데, 차마 그 지시를 따를 수는 없었어요.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싸워야 하나’ 고민하다가 노조에 가입한 게 2003년 1월 3일이었어요. 그리고 6월부터 파업에 들어가 70일 만에 결국 승리했죠. 임금 인상도 됐고, 해고를 지시한 지점장도 물러났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이 됐고, 지금까지 온 거죠.”

평소 사회문제나 노조활동에 관심이 없었던 그였지만, 불의에 맞서는 ‘정의감’이 결국 그를 투사로 변신시킨 셈이다. 당시 사측에선 매니저인 과장이 나서서 노동조합에 가입을 해야 한다고 ‘설치고’ 돌아다니니 ‘환장할 노릇’이었다고 한다. 승진승급에 누락될까 노심초사하며 몸을 사리는 대부분의 중간 관리자들과 달리 그는 ‘별종’이었다.

사측에선 이 별종이 노조위원장이 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으려 했으나, 파업이 끝나고 치러진 위원장 보궐선거에서 ○○○씨는 회사에서 걱정했던 바대로 위원장에 당선되었다. 이후 까르푸가 이랜드그룹에 인수되자 510일간 이랜드 파업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다시 삼성테스코에 넘겨지는 과정에서 2006년 M&A 고용, 노조, 단협 승계를 이뤄냈으며 2007년 비정규직 투쟁을 이끌었다. 법원은 당시 홈에버 상암점을 점거한 그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웹하드 카르텔’에 들어간 호랑이새끼

○○○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 ‘위디스크’의 모회사 격인 한국인터넷기술원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후 2012년까지는 서버 관리 등 행정 업무만 담당했다. 2012년부터는 웹하드 필터링 회사인 ‘뮤레카’로 옮기며 필터링을 우회하는 웹하드 업체들에 대해 소송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씨는 이때 양진호 회장의 눈에 들어 2015년부터는 위디스크 법무팀으로 옮겼다가 2016년부터 지주사로 소속을 옮겨 일했다. ‘독종’을 좋아하는 양진호 회장은 ○○○씨에 대해 주위에 “독한 놈이 하나 왔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랜드 사태를 끝내고 ‘웹하드 카르텔’에 들어온 그를 법무팀으로 발탁해 결국은 거기서 내부고발을 결심하게 되었으니 호랑이새끼를 키운 셈이다.

○○○씨는 주도면밀했다. 그는 박상규 기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 그는 박기자에게 문건을 전달했을 때처럼 자신이 신뢰하는 H기자를 거쳐 의견을 전달했다. 양 회장은 ○○○씨와 H기자가 친한 사이인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 회장의 사내 도청을 우려한 ○○○씨는 자기 전화기에 흔적을 남기려 하지 않았다. 나중에 내부고발을 통해 드러났지만 양 회장은 메신저 사업화를 구실로 사내 메신저를 개발해 거기에 도청 프로그램을 심어서 직원들의 휴대폰에 깔게 했다.

박 기자는 취재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H기자를 통해 제보자인 ○○○씨에게 전했다. 하지만 ○○○씨는 예상 밖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폭행당한) 교수-양진호 사이의 소송, 검찰 수사 등을 지켜보자.’ 보도가 한없이 미뤄질 게 뻔했지만, 제보자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양진호 회장의 동태를 살피고 디지털 성범죄의 세계를 학습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의 결심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양진호에만 매달려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박 기자는 2017년 1월 2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을 창립했다. 그는 남들이 다 쓰는 기사 대신, 1주일에 기사 하나를 쓰더라도 제대로 된 기사를 쓰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인원이 많을 때도 사장인 자신을 포함해 5명뿐이었지만 1년간 월급도 밀리지 않고 주겠노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매체를 발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는 빚을 얻어 함께 일한 후배 기자에게 3달치 월급을 주며 권고사직을 하게 했다. 그 이후로 그는 ‘셜록’을 후원하는 ‘왓슨’ 1천 명당 기자 1명을 채용한다는 보수적인 경영 원칙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 고발자 결심 앞당긴 〈그알〉의 '웹하드 불법 동영상의 진실' 편

이렇게 1년이 가고 2년이 흐르는 사이에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 왕국’을 뒤흔들고 ○○○씨의 결심을 앞당기게 한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7월 28일(토)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 웹하드 불법 동영상의 진실’ 편을 방영한 것이다. ‘그알’은 업계 1, 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다루면서 양진호 회장이 필터링 업체 ㈜뮤레카와의 유착관계를 속이고 ‘나를 찾아줘’라는 디지털장의업체를 운영 중이라는 의혹과 함께 양 회장을 디지털 성범죄 유통산업의 배후로 지목했다. 양 회장은 ‘그알’이 자신이 목을 조여 오는 올가미인 줄 몰랐다. 실은 ‘그알’은 웹하드 카르텔과 양진호를 엄습하는 대대적인 수사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 신호는 이튿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구한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22420)는 청원이 게시된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약칭 한사성) 등 여성단체들은 ‘그알’의 방영을 기다렸다는 듯이, 평일의 일과시간도 아닌 일요일에 청원 게시판에 ‘그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적시하면서 뮤레카와 양진호를 처벌해 달라고 지목했다.

“웹하드 사업자들은 ‘국산야동’으로 불리는 피해촬영물들을 유통하면서 돈을 벌고, 웹하드 콘텐츠를 필터링 하는 필터링 회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피해촬영물 유통을 방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장의사까지 함께 운영하여 본인들이 유통시킨 피해촬영물의 피해자가 찾아오면 돈을 받고 삭제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들을 지속해오면서 몇 백억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당수익을 창출했다. 해당 방송이 다룬 웹하드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다. 필터링 업체는 ㈜뮤레카다. 양진호는 자신이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와 외부적으로만 기술협약만을 맺고 제대로 된 필터링 조치를 취하지 않아 몰래카메라 영상이나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영상물을 유통하였고, 이를 통해 거액의 이득을 취한 바가 있다. 그리고 현재는 로봇 개발 사업을 하며 해당 업계에 더 이상 관계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연출하지만,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최대 주주로서 웹하드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수백, 수천억이 드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사성’ 등 청원인은 ▲ 정부는 7월 28일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으로 드러난 웹하드 카르텔을 수사하라. ▲ 웹하드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대통령 직속 특별 수사단을 요구한다. ▲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의 유통과 삭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피해자를 기망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실소유자 양진호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청원 20만명…이번에는 경찰의 대응도 달랐다

여성단체들이 적극 가세한 청원 참여인원은 한 달 만에 20만 명을 훌쩍 넘겼다. 경찰의 대응도 과거와 달랐다. 경찰청은 8월 13일 사이버안전국장을 단장으로 수사, 단속, 피해자 보호 등 관련기능을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특별수사단을 설치했다. 특별수사단은 우선 시민단체, 방통위 등에서 수사의뢰한 음란사이트 216개, 웹하드 업체 30개, 헤비 업로더 257개 ID, 커뮤니티 사이트 33개 등 536개를 우선 수사대상으로 선정하여 집중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한 달 반 동안 총 1,012명을 검거해 63명을 구속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도 51곳을 단속해 35명을 붙잡아 14명을 구속했다. 웹하드 업체 30개 중 17개 업체를 압수수색했고, 대표 5명을 검거했다. 헤비 업로더 82명을 검거해 5명을 구속했다. 불법촬영자 445명, 불법촬영물 유포자 420명을 각각 붙잡아 16명, 27명을 구속했고, 위장형 카메라 판매자도 25명을 검거했다. 그때까지 양진호는 구속되지 않았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은 청원답변에서 이렇게 밝혔다.

“최근 5개 웹하드에 음란물 7만6,000여개를 유포해 5,2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헤비 업로더를 검거해 조사한 결과, 웹하드 업체가 헤비 업로더와 수익을 나누면서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알려주고 명의 도용한 여러 개의 ID 사용 등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 유착여부를 수사 중이다. 청원에 언급된 업체를 포함해 웹하드 업계 전반에 대해 불법촬영물 유포 방조 등 공범 혐의가 있는지 집중수사 중에 있다.”

‘그알’과 짜고 친 국민청원과 그전과는 다른 경찰의 특별수사는 양진호가 실소유주인 ㈜한국인터넷기술원과 웹하드 카르텔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회사가 흔들리니까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양 회장의 불법행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씨를 비롯한 몇몇 임원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 양 회장 등의 지시로 회사 직원들이 비밀리에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업로드 활동을 한 것을 알게 됐다. 내부고발을 준비해온 ○○○씨의 마음의 결심과 시계바늘도 ‘그알’ 보도와 국민청원 수사를 계기로 앞당겨졌다. 양진호 회장의 지시에 의해 디지털 성범죄가 이뤄진 사실을 자체조사를 통해 발견한 ○○○씨는 양 회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양 회장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게 하는 것이 우리 회사 법무팀이 할 일”이라며 ○○○씨에게 무기한 휴직 발령을 냈다.

더 많은 ‘내부 고발자’와 ‘셜록’, 그리고 ‘왓슨’이 필요한 이유

2018년 9월 비로소 ○○○씨는 ‘셜록’에게 ‘시작하자’는 연락을 했다. 그는 2년 전에 제보한 양진호 회장의 대학교수 집단폭행 교사 사건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거라면서 이걸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박 기자는 그 대학교수를 설득해 어렵게 인터뷰를 땄다. 그러자 ○○○씨는 ‘셜록’ 혼자서 보도하는 것보다 방송사를 하나 끼고 가자고 했다. 그가 2년 전에 양 회장의 폭행 사건을 ‘셜록’에게 제보한 배경은 양 회장과 줄이 닿는 방송 같은 큰 매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힘 있는 방송사와의 협업을 요구한 것이다. 박 기자는 특종 욕심을 꾹 누르고 한 공중파방송의 다큐 피디를 찾아가 자신이 쥐고 있는 사건과 취재 내용을 브리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거절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벌어진 사건도 아니고, 중소기업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까지 보도하기는 좀 그런데요.”

셜록은 〈뉴스타파〉의 김용진 대표를 찾아갔다. 김 대표는 5분 만에 협업에 합의했다. 협업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때까지 셜록과 뉴스타파가 확보한 동영상은 양 회장이 전 위디스크 직원 강아무개씨를 폭행하는 것과 회사 워크숍에서 닭을 마구 죽이는 것의 두 개였다. 영상을 공개하려면 강씨를 찾아야 했는데 뉴스타파 쪽에서 강씨를 찾아냈다. 그리고 10월 들어 셜록과 뉴스타파 팀은 잠복근무와 뻗치기 끝에 은신중인 양진호를 카메라에 잡았다.

셜록은 뉴스타파와 협의해 보도 시점을 10월 30일로 잡았다. 양진호 회장이 강씨를 폭행하는 영상과 인터뷰를 먼저 터트렸다. 이어 10월 31일 두 번째로 ‘공포의 워크숍’을 보도했다. 이어 11월 2일에는 그가 양진호 사건으로 들어간 입구였던 교수 폭행 사건을 보도했다. 사실상 이걸로 게임은 끝났다. 양진호 회장이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한사성 등 여성단체들은 11월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웹하드 카르텔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의 본질은 개인 폭력이 아닌 웹하드 카르텔”이라며 “양 회장의 폭행으로 시작된 연속 보도는 웹하드 카르텔 연결고리 중 웹하드 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필터링하는 업체 ‘뮤레카’의 존재를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뮤레카에는 유명 웹툰 ‘송곳’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 전 이랜드 노조위원장이 있다”며 “(○○○ 전 위원장은) 언론사와 법조계, 정치권에 뻗어 있는 인맥과 진보진영 활동 경험을 활용해 웹하드 업체의 불법성을 보호해왔다”고 고발했다.

양진호 회장은 11월 7일 경찰에 체포되어 9일 구속되었다. 양진호 회장의 조력자이자 양 회장의 범죄사실을 제보한 공익신고자인 ○○○씨는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양 회장이 직접 디지털 성범죄 영상 업로드를 관리한 정황과 실질적으로 모든 직원을 도청한 사실을 폭로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폭행과 강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11월 7일, 셜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운명’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게시했다.

“양진호와 나, 운명이었나 봅니다. 그를 잡았습니다. 이제 디지털성범죄 카르텔, 나를 닮았거나 내가 닮은 양진호를 비호한 세력을 다 털어버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셜록>의 모토는 ‘저널리즘, 그 이상’입니다. 저널리즘의 이상을 추구하고, 저널리즘 그 이상의 일을 하겠습니다.”

‘셜록’은 내부 고발자가 토스한 공으로 홈런을 쳤다. 내부 고발자와 탐사보도가 결합했을 때의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도 보여줬다. 박상규 기자에 따르면, 그 덕분에 셜록을 후원하는 회원수가 150% 증가했다. 그는 “양진호가 우리 셜록을 먹여 살리는 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에도 셜록을 후원하는 ‘왓슨’은 2천명이 채 안 된다. 그래서 홈런을 쳤지만 지금 당장은 ‘더 많은 박상규’를 뽑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공익신고자의 내부고발 결심을 앞당겨 웹하드 카르텔에 균열을 낸 것은 공중파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지만, 셜록의 탐사보도 협업 요청을 거절해 정의가 지연되게 한 것도 공중파였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아직 더 많은 ‘내부 고발자’와 ‘셜록’, 그리고 이들을 후원하는 ‘왓슨’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NCCK언론위원회가 ‘내부 고발자와 탐사보도가 만났을 때’를 이달의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NCCK 언론위원회 kncc@kncc.or.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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