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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미와 여백의 미는 아픈 것이다

기사승인 2016.08.10  10: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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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건강과 심리적 억압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보면, 우리가 경험한 감정적 격변이나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은 그것의 심각성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털어놓지 못하고 억압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초래한다고 합니다. 영어로 감정(Emotion)은 ‘흐르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캐슬린 애덤스를 비롯한 저널테라피스트(저널치료사)들의 표현대로 감정(이모션)은 좋고 나쁜 윤리적인 것 이전에 움직이는 에너지(Energy in Motion), 즉 E-모션일 뿐입니다. 따라서 감정을 무조건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표현해서 해소시켜야 합니다. 즉, 출구를 찾아 흐르게 해주어야 합니다.

-<내 마음을 만지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동양의 미(美) 개념 가운데 절제미와 여백의 미가 있다. 다 드러내면 천박하니까 품위 있게 압축해서 부분만 드러내도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절제미이고, 역시 다 드러내면 경박하니까 상상의 여지를 주기 위해 빈 공간을 남겨 두는 것이 여백의 미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깊은 병이 있으니 그것이 화병(火病)이다. 한(恨)의 문화도 이런 선상에서 떠올릴 수 있다. 위의 글대로 참는 자에게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뒤따르고, (내 생각) 퍼붓는 자에게는 정신적, 육체적 만족이 따를 것이다.

이제 세계는 하나로 엮여가고 있다. 아직도 생존을 위한 문화적 양태는 다르지만, 뭔가 섞여가고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그에 충실한 인간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스템들이 알게 모르게 작동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울분을 토해낸다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절제와 여백이 아니라 무조건 토해내라는 주문이 서양에서는 익숙하지만 동양에서는 아직도 꺼려지고 있다. 그 과도기에 우리는 지금 서 있다. 그래서 나의 분노를 쓰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것이 옳은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화가 개별적 주체를 올곧게 서게 함으로써 개인의 소비를 극대화시키는 자본주의적 요소가 깃들어 있지만, 삶의 한 방편으로는 괜찮다고 본다. 마음이 아픈 것을 이래저래 포장하지 말고 날것 그대로 드러내 도려내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도구로 글쓰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저자의 말을 옮겨놓는다.

“그렇다면 내 안의 분노를 어떻게 건강하게 분출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안전한 글로 감정을 쏟아내는 것입니다. 시를 읽고 쓰는 것과 저널(일기) 같은 글쓰기 과정은, 용암이 폭발하듯 강력한 심리적 에너지를 안전하게 분출하도록 그 출구를 제공합니다. 그럼으로써 마음의 균형을 되찾고 육체적 건강도 회복시켜줍니다. 서운한 마음이 연기처럼 가슴 가득 차 있다면, 분노가 위태롭게 끓고 있다면 얼른 종이를 꺼내어 그 감정을 글로 써서 폭발시켜보십시오. 때로는 종이 위에 자유롭게 낙서를 하고 찢어버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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