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천히 걷자
에스겔은 예루살렘이 하나님을 섬기는 도성이 되어야 함을 선포하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그가 받은 계시의 핵심이며, 그 도시가 추구할 수 있는 다른 어떤 목적보다 더 우선권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45장에 등장하는 각 구역의 면적을 합하면 현대 예루살렘시의 면적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그리고 직사각형과 정사각형으로 계획된 새 예루살렘의 구조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모양이기도 합니다.
이 비현실적인 도시 계획은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나타냅니다. 이 도시에서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는 데 필요한 적절한 조처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왕에게 부여된 넓은 토지는 왕들이 부정부패에 빠지지 않게 하는 보호장치 역할을 합니다(8-9절). 지배자들이 백성을 속이고 강탈하여 부를 축적하는 나라가 평화를 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의 욕심이란 끝없는 것이기에, 에스겔이 제시하는 비전은 그야말로 순진한 발상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45장의 구역 배분은 후대에 왕과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근거로만 악용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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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과 백성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성전을 중심으로 한 하나님의 도시계획 ⓒGetty Image |
그러나 우리는 “너희는 포악과 겁탈을 제거하여 버리고 정의와 공의를 행하여 내 백성에게 속여 빼앗는 것을 그칠지니라”(9절)고 분명하게 선포된 말씀에 집중합시다. 이것이 에스겔을 통해 선포된 말씀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위정자들의 부정부패는 백성의 고통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장로 직함을 가지고 대통령이 된 자가, 수백억대의 비리를 저지르는 사이에 아름답던 4대강의 환경은 파괴되고, 정작 외면당한 상수도에서는 녹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간단한 예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가 왜 회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입니다.
도량형을 통일하고(10-12절), 속죄와 정결의 의식을 거행하도록(18-25절) 하시는 것도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도록 인도하시는 말씀입니다. 심지어 백성들이 모르고 지은 죄를 위해서까지 속죄의식을 거행하도록(20절) 하시는 이유는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는 일에서 지도자들의 역할이 막중함을 일러주시는 내용기도 합니다.
여러분 자신이 똑바로 신앙생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적질하는 자가 누구인지를 분별할 줄 아는 것도 신앙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모두 전도자와 목자의 역할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지리라’(마15:14)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새겨들읍시다.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uptig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