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받는 감리교 목회자들과 지지자들, “차별 없는 교회가 감리교의 정체성”이라 강조
▲ 성소수자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감리교 목회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감리교 본부 앞에 모여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한 감리교 총회의 결정을 강하게 성토했다. ⓒ장성호 |
지난 제36회 감리교 총회에서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한 결정에 대해 강한 성토의 목소리가 12일(화) 오후 7시 감리회 본부 앞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터져 나왔다. 이번 기도회는 ‘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 모임’이 주관하고, 감리교 농촌선교목회자회, 감리회 정의평화위원회, 기독여민회, 새물결, 섬돌향린교회 등 여러 교회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퀴어신학 이단 규정에 반대하며 감리교의 정체성을 지키고, 차별과 배제 없이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방현섭 목사(새물결)는 “감리회 신앙을 지키는 기도회”가 “신앙과 정의의 길을 지키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밝히며 기도회의 시작을 알렸다. 먼저 알멩이 씨(평화교회연구소)는 “사랑을 위한 신앙과 신학이 악하다고 정죄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예수는 속상한 우리의 곁에서 위로하셨을 것이며, 불의함에 맞서 싸우며 정의를 외쳤을 것이며, 창조하신 대로 살아가는 우리를 축복하며 함께 먹고 마셨을 것”이라고 기도했다.
이어 장예정 씨는 소외와 배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소리 없는 배제가 우리의 지체들을 위축시키고, 신앙 공동체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장 씨는 예수가 과거 종교 지도자들이 멀리했던 세리와 여인, 과부 등 소외된 이들 곁에 함께 머물렀던 예수의 삶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차별 없는 평등한 교회와 세상을 이루어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수산나 목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혐오와 차별의 모습을 비판하며 “하나님이 빚으신 모든 이들, 예를 들어 여성, 장애인, 어린이,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들이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라며, “한국 교회가 모든 이의 자유와 평등을 일구어 가는 길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송 순서에서는 이봄 씨(국가폭력희생자 유가족)가 무대에 올라 ‘사랑은 언제나’를 불러 모인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였다. 그는 노래를 부르며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참석자들은 그의 노래에서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느끼며 위로를 받았다.
이헌 목사(생명나무교회)는 마가복음 12:38-44을 본문으로 최근 감리교 총회에서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고발한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목사는 “이들 중 일부가 과거 학생들의 단식투쟁을 모함”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퀴어신학을 알지도 못하면서 이를 이단으로 규정한 것은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번 퀴어신학 이단 규정 주동자들이 높은 자리에 앉기를 즐기고, 타인에게 인사받기를 좋아하는 모습은 성서 속 위선적인 종교 지도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노경신 목사와 류순권 목사의 집례로 성찬식에서 참석자들은 예수의 몸과 피를 나누며 “우리가 서로 하나가 되어 차별 없이 평등한 교회를 이루자”고 결단했다.
성찬식 후 이어진 순서에서 남재영 목사는 감리교 내부에서 지난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성소수자 축복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고발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현재 감리회 재판과 고발 심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절차가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이 불법 재판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남 목사는 “그럼에도 함께 싸우는 동지들이 있어 큰 위로와 격려를 얻는다.”며, 자신을 향한 지지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기도회는 현재 감리교 총회가 이동환 목사의 출교에 이어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등 성소수자들에 대해 강경한 극우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자리였다. 또한 이를 반대하는 감리회 목회자들은 “이번 결정이 감리교의 선교적 사명을 위축시키고 왜곡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감리교가 성소수자들을 품고 포용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한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이번 기도회는 감리교 내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더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