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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제도적 폭력은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기사승인 2024.10.30  03: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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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시국논평 5

▲ 윤석열의 폭력은 사법적 종교적 폭력이다. ⓒ화면 갈무리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다.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다. 9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본 ‘광주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담긴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800쪽이 넘는 광주 항쟁 증언록을 읽고, 이를 소설로 묘사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거쳐 그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단다.

신학자들도 폭력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해왔다. 심지어 본회퍼(D. Bonhoeffer)는 히틀러의 야만적 폭력을 종식시키려고 암살단에 가담하였다가 발각되어 처형되기도 했다. 몰트만(J. Moltmann)은 ‘폭력은 힘의 부당한 사용’이라고 정의했다. 힘을 정당하게 사용하는 것은 ‘권한 또는 공권력’이고, 힘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일체의 행위가 폭력이라는 것이다.

영국 성공회 신학자 길(Robin Gill)은 힘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폭력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였다. 가시적인 폭력과 불가시적인 폭력, 개인적 폭력과 제도적 폭력이다. 신체에 가해지는 각종 물리적 상해는 가시적 폭력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정신적 폭력도 너무나 많다. 말로 협박하는 것, 성적으로 희롱하는 것,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 등 모든 종류의 언어폭력도 사법적 처벌이 가능한 폭력이다.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것 역시 ‘보이지 않는 불가시적인 폭력’이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기독교인은 예수의 비폭력 정신을 거역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한강의 소설이 놀라운 점은 ‘가시적 폭력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불가시적 폭력’으로 부각한 점이다. 그래서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수상 이유를 밝힌 것이다. 한강 작품의 더욱 놀라운 점은 개인적 폭력과 제도적 폭력을 모두 다루었다는 점이다. 《채식주의자》는 개인적 폭력과 그 트라우마를 다루었고,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국가의 제도적인 폭력과 그 폭력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겪는 여러 인물을 다루었다.

길(Robin Gill)은 개인적인 폭력에도 가시적인 폭력과 불가시적인 폭력이 있듯이, 국가나 제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폭력에도 가시적 폭력과 불가시적인 폭력이 있다고 했다. 가장 치명적인 가시적인 제도적 폭력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전쟁이다. 정치적 이유로 군경이 ‘5.18 광주’와 ‘4.3 제주’에서 자행한 학살 역시 대표적인 가시적 제도적 폭력이다. 불가시적 제도적 폭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쿠데타를 통해서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권력을 장악하고 장기간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대표적인 불가시적 제도적 폭력이다. 그래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제도적 폭력의 종식을 구호로 외친 것이 ‘군부 종식, 독재 타도, 유신 철폐’였다.

박근혜가 탄핵당한 것 역시 불가시적 제도적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친 박정희와 달리 사람들을 직접 잡아다가 고문하거나 죽게 하는 가시적 제도적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거 개입과 비선 실세의 국정 유린이 문제가 되어 탄핵 파면되었다.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되거나 임명되지 않은 비선들이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 역시 대표적인 불가시적 제도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등장한 윤석렬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반이 되었다. 그동안 검찰 권력을 동원하여 법과 제도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례, 보이지 않게 국가 시스템을 유린하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 ‘불가시적 제도적 폭력’이었다. 최근에는 김건희 라인이라는 비선 실세가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와 이권에 개입하고, 정권을 협박하는 보도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모든 것 역시 제도적 폭력이다. 윤 정부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조선일보조차 사설(10.16)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와 아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라고 탄식할 정도다.

10월 17일 저녁 종로 5가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폭정 그리스도인 모임’ 출범 예배에 참여했다. 50년 전 ‘군부 종식’을 주장하며 목요기도회를 시작했던 교계 어른들이 이제는 늙으신 몸을 이끌고 앞자리에 앉아 ‘폭정종식’의 구호를 힘차게 외치셨다. ‘군부가 종식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젊은 날의 결기가 되살아나, ‘윤 정부의 제도적 폭력이 하루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라며 분노하고 슬퍼하는 그분들의 절박함을 보았다. 3년은, 아니 3일도 너무 길다는 국민의 염원처럼 피를 흘려 세운 이 나라를 바로 잡기 위해 윤 정권의 제도적 폭력과 폭정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허호익 목사(김찬국기념사업회 회장)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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