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 모임’, “목회자 사역을 지켜내는 예배: 성소수자를 축복한 감리회 목사 9인의 신앙고백”을 주제로 예배 드리며 악법에 저항할 것 천명
▲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퀴어축제에 참여해 축복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당하고 있는 9인의 목회자를 지지하는 감리교 인사들이 모여 저항과 연대의 예배를 드렸다. ⓒ장성호 |
12일 오후 7시 광화문 희망광장에서는 감리교단의 성소수자 차별과 성소수자 지지 목회를 탄압하는 움직임에 맞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 모임’ 주최로 열린 “목회자 사역을 지켜내는 예배: 성소수자를 축복한 감리회 목사 9인의 신앙고백”은 단순한 예배를 넘어 저항과 연대의 장이었다.
“목회는 자유롭게 소신껏”
이날 예배는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교단으로부터 부당한 징계를 받은 이동환 목사 사건을 비롯, 같은 이유로 고발당한 6명의 목회자들의 삶과 목회를 지키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감리교단의 교리와 장정 3조 8항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악법으로 지목되었고, 이를 폐지하고 모든 교인을 평등하게 돌볼 수 있는 목회 환경을 만들기 희망하는 최형미 공동대표의 간절한 기도가 드려졌다.
“성소수자 혐오를 시스템화하고 있는 감리교단의 교리와 장정 3조 8항을 없애는데 주님이 관여하여 주옵소서. 악법을 없애고 교인들을 돌볼 수 있는 목회를 열기 위해 여기 모였으니 주님 함께하여 주옵소서.”
이어 남재영 목사는 로마서 12:15b를 본문으로 “목회를 사수하자”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목회는 자유롭게 소신껏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해야 된다.”며, “더 이상 성소수자 지지를 이유로 목회가 침해당해서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전퀴어축제 당시 “빈들공동체 교회 앞에 걸린 무지개 플래그를 보고 많은 성소수자들이 감격하며 울었다.”며 “교회가 성소수자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혐오와 차별을 넘어, 환대와 사랑의 공동체로”
▲ 성소수자 지지 목회를 선언한 9인의 감리교 목회자들은 감리교단의 성소수자 차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장성호 |
특히 빈들공동체 교회의 성소수자 조나단 씨는 교회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진솔하게 증언했다. 과거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빈들 공동체를 통해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환영받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먼 거리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찾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안정감 때문이라고 말하며,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교회의 중요성을 증언했다.
지난 5월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9인의 감리교 목회자들은 신앙고백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성서의 가르침에도 어긋나며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선언했다.
특히 이들은 ▲ 성서는 상황에 맞게 재해석되어야 하며, 동성애 관련 구절도 바르게 읽어야 한다, ▲ 신학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은 더 큰 죄다, ▲ 축복은 목사의 거룩한 사명으로, 축복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 동성애는 정상적인 성적 지향 중 하나이며, 전환 치료는 해롭다, ▲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선교를 어렵게 만든다, ▲ 성소수자 혐오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 ▲ 감리회는 성소수자들을 환대하고 축복해야 한다 등을 주장하며 감리교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차별 없는 교회, 우리 모두의 꿈”
예배는 남궁희수 목사의 집례로 성찬식을 거행하며, 차별 없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된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예배는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출교당한 것과 똑같이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6명의 목회자들의 삶과 목회를 지지하고 지키기 위한 취지로 드려지게 되었다. 또한 ‘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 모임’은 감리교단의 성소수자 차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끊임없이 싸워나갈 것을 다짐하며 예배를 마무리했다.
이날 예배는 감리교단 내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교회가 진정한 환대와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성소수자 축복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교리 해석의 문제를 넘어, 교회가 어떤 공동체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혐오와 차별을 넘어 모두를 품고 사랑하는 교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이들의 꿈이자 소망일 것이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