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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도 모르는 사람이 인권위원장이 되었다”

기사승인 2024.09.13  02: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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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인권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 강행에 부쳐

▲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제10대 인권위원장에 취임했다. 종교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계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강도 높게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 칼럼은 NCCK인권센터가 발행하는 ‘NCCK인권센터 시평’에 게재된 것입니다. 칼럼을 에큐메니안에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저자이신 최형묵 부이사장과 황인근 소장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제목은 수정했음을 밝혀둔다. - 편집자 주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인가? 윤석열 정부하에서 국가기관의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인사가 거듭되고 있는 사태 말이다. 때때로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이 기관장에 임명되는 사태로 논란이 벌어진 적은 있어도, 해당 기관의 설립 취지와 존재 이유에 정반대되는 이들이 이렇게 줄줄이 임명된 적이 있었던가?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진실과화해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노동부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온 국민을 분열과 갈등의 상황으로 내모는 선전포고 행위와 다름없다.

급기야는 국가인권위원장까지 반인권론자가 임명되었다. 국제연합(UN)의 권고에 따라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역할을 맡도록 설치된 국가기관마저 그간 혐오 발언을 일삼아 온 반인권 차별주의자 안창호가 그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가 평소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쏟아낸 혐오 발언은 그대로 옮기기 민망한 수준이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간주하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에이즈, 항문암, 에이(A)형 간염 등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하였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그 취지와 다를 바 없는 주장을 반복하였다.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쯤 되면 사실적 인과관계에 대한 그의 인식 수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엄밀한 인과관계를 따져야 할 법관으로서 기본 소양마저 갖추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를 빌미로 혐오 발언을 일삼아 온 것뿐만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에 반대하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에 앞장서는 등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반하는 활동을 펼쳐 왔다. 유명 리조트 회장 아들의 미성년 성매매와 불법 촬영 사건을 변호하는가 하면 개인적으로 장남에게 아파트를 편법으로 증여한 의혹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인권 의식은 말할 것 없거니와 개인적 도덕성마저도 의심스럽다.

그의 억지 주장이 성경을 근거 삼은 신앙에서 비롯된다는 데서 우리는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사랑의 복음을 정죄와 저주의 율법으로 타락시킨단 말인가?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레위 19:18) “그 계명보다 큰 계명은 없다.”(마가 12:31)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복음의 대의요, 성경의 대의이다. 그 핵심을 비켜 가며 임의로 선택한 성경 자구를 따라 불변의 규율로 삼고자 한다면 성경의 본뜻을 왜곡한다. 이웃 사랑의 계명을 일깨우는 문맥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생활률은 주목하지 않고 특정한 성행위를 문제시하는 딱 두 구절(레위 18:22; 20:13)만을 꼬집어 그것을 근거로 특정한 성적 지향을 금기시하는 것은 정당한 해석일 수 없다.

그것은 당대의 관념에서 특정한 성행위를 문제시하는 것일 뿐 성적 지향과는 상관없다. 나아가 성서에 3,000번 이상 가난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은 외면한 채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많은 네 구절(레위 18:22; 20:13, 로마 1:26~27; 고전 6:9) 특정 성행위를 문제시하는 대목을 두고 성소수자를 정죄하는 근거로 삼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 성경의 대의를 부정하고 현저히 균형을 잃어버린 해석이다. 임의로 믿고 싶은 것만 따르는 아전인수일 뿐이다. 

사실적 인과관계에 대한 안창호의 억지 주장은 성경의 대의를 외면한 해석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따르며 이를 마치 진리인 양 호도한다. 이로써 예수께서 보여 주신 사랑의 복음을 저주의 율법으로 타락시키고 있다. 그가 인권을 말하면 말할수록 그것이 빈말이라는 것이 드러나듯 그가 성경을 말하면 말할수록 성경의 대의가 훼손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반인권적이자 동시에 복음을 타락시킨 반복음적 율법주의자가 인권을 보장하는 기관의 책임자가 되는 어이없는 일이 미치는 파장이다.

정신착란증과도 같은 윤석열의 국정운영이 빚어내는 불행한 사태이다. 기관의 설립 취지에 반하는 인물이 해당 기관의 책임자가 되는 사태, 그것은 대통령으로서 직위에 반하는 인물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태의 확대재생산을 뜻한다. 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상실한 시대의 불행한 징후이다. 우리 사회가 함께 쌓아 온 공통의 가치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고자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스도인에게 그것은 복음의 대의마저 훼손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으니 어찌 이를 가만두고 볼 수 있겠는가?

최형묵 부이사장(NCCK인권센터)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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