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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의 죄, 국가 폭력 앞에 침묵과 방관한 것

기사승인 2024.09.10  03: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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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과 NCCK인권센터 등 에큐메니칼 단체들
“국가폭력과 한국기독교 죄책고백 세미나” 개최하고
한국 기독교의 죄책 살펴

▲ 교계 에큐메니칼 단체들이 공동으로 “국가폭력과 한국기독교 죄책고백 세미나” 개최하고 한국 교회의 흑역사 확인하며 자시반성과 회개를 촉구했다. ⓒ홍인식

지난 9월 6일(금) 국가폭력의 상처와 기독교의 책임을 성찰하는 “국가폭력과 한국기독교 죄책고백세미나”가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과 기독교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NCCK인권센터, KSCF(한국기독학생총연맹),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 EYCK(한국기독청년협의회), 예수살기 등이 주최하고 (사)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세미나는 리미일 목사의 사회와 송병구 목사의 환영인사로 시작되었고, 이만열 교수와 김동춘 교수의 축사가 이어졌다. 특히 이만열 교수는 축사를 통해 “오늘 이 학술회의를 통해 드러날 한국 기독교의 흑역사(黑歷史)는 앞으로 한국 기독교가 회개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에 큰 지침이 될 것”이라며 “이 학술회의를 계기로 한국 기독교가 자기반성과 회개를 통해 기독교적 역사의식을 한층 승화시키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공적 기억과 사적 기억 모두의 영역에서 사과와 청산이 필요하다

이어 기조 발제를 맡은 김진호 목사는 “지금 여기에서 ‘사과’하고자 하는 우리 개신교 신자들에게 필요한 물음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지금 개신교 신자인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개신교의 역사적 과오들을 들추어내고 피해자들 앞에서 그리고 역사 앞에서 통렬히 사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속죄와 청산의 과제를 공적 역사의 논의에서만 다루면 그것이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이들의 고통과는 무관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적 기억과 사적 기억의 문제들에서 사과와 청산의 정치학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최근 한국 사회와 개신교의 “이승만 신드롬”에 대해 언급하며, 이승만으로 상징되는 “부성적 권위주의에 대한 갈망”, “종족적 민족주의에 대한 갈망”, “공격적 반공주의에 대한 갈망” 등이 “이승만 추앙담론”을 불러일으킨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한국 개신교회의 상황에 대해 두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하나는 “웰빙보수주의적 신자와 교회”로, 더 많은 기부와 호혜적인 언어가 녹아있는 신앙문화를 가진 집단이다. 다른 하나는 “위악적인 행동에 이끌리는 극단주의자들이 교회 안팎으로 활개치고 있고, 그런 위악적 행동 때문에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신자와 교회”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러한 구조적 체계 속에서 “어떤 방식의 담론을 만들어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특히 “세계의 고통의 피라미드 말단에서 폭력과 절망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절망과 폭력으로 자아가 훼손되고 관계가 치명적으로 산산 조각나고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어떤 말과 행동으로 사과를 표현해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더 깊게 분석하고 생각하며 실천 가능성을 탐구하자”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를 통해 개신교의 사과와 청산 과정이 더욱 의미 있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촉구했다.

침묵과 방관

이어진 세션에서는 대구 10월 항쟁, 제주 4.3 사건, 여수·순천 사건, 한국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국가폭력 사건들을 다루며 기독교의 책임과 회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상숙 교수는 “대구 10월과 기독교”를 주제로 당시 기독교의 역할과 책임을 조명했다. 윤태현 목사는 “제주 4.3과 기독교”를 통해 제주 4.3 사건 당시 기독교의 침묵과 방관을 비판했다.

또한, 최태육 목사는 “여수·순천과 기독교”, 손승호 박사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과 기독교”, 황미숙 목사는 “국가폭력과 원용덕”을 주제로 각각 발표하며 과거의 잘못을 성찰하고 진실을 밝히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김정애 님과 임재근 님은 토론자로 나서 발표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기독교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세미나의 마지막은 한홍구 교수의 종합 및 총평으로 마무리되었다. 한 교수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 기독교가 과거의 잘못을 직시하고 진정한 회개와 변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기독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미나 이후에는 죄책 고백 기도회가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국가폭력 앞에서 기독교가 보여준 침묵과 방관, 때로는 협력과 가담에 대한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며, 앞으로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 기독교가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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