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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를 화해로 바꾸는 것이 종교 사상의 역할”

기사승인 2024.08.31  13: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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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종교평화학회와 원광대 평화연구소가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하고
오전 발표들을 통해 종교와 민족들 간의 극한 대립 속에 있는
현 정세에서 적의를 넘어 평화의 길 모색

▲ 아시아종교평화학회와 원광대 평화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학술회 오전 발표에서 한일 양국의 학자들과 종교인들은 평화를 이룩하는데 있어 종교의 역할을 모색했다. ⓒ장성호

“우리는 전쟁에 이를 가능성을 내포한 ‘적대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적이란 무엇인지’, 적대관계를 평화적 공생으로 전환하는 종교 개념의 공통항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러한 과제를 두고 연구자·종교인이 국가의 틀을 넘어 대화할 때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종교평화학회’와 ‘원광대 평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학술회의 인사말에서 ‘기타지마 기신’ 아시아종교평화학회장(욧카이치대학 명예교수)이 이번 학술회의의 의의를 이같이 밝혔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적의 계보학: 우리에게 적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30일(금) 오전 10:30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향린교회에서 개최되었다.

이어진 인사말에서 원영상 소장(원광대학교 평화연구소)은 “평화는 모든 인류와 모든 생명들이 최종적으로 소망하는 세계의 모습”이라며 “현실은 지옥이냐 천국이냐의 갈림 길에 놓여있지만, 아시아종교평화학회와 저의 연구소는 손을 잡고 반드시 세계를 평화의 길로 인도해 낼 것이기에 앞으로도 이 길을 멈추지 않고 함께 파수공행(把手共行) 하며 걸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하며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환영했다.

특히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아시아종교평화학회가 출간한 《평화는 왜 오지 않는가: 평화를 위한 종교적 투쟁》의 출판기념회를 겸했다. 책의 출간을 기념하는 서평에서 박맹수 원광대 명예교수는 먼저 “이번 회의와 책출간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온 기타지마 기신 회장과 이찬수 부회장을 비롯한 아시아 종교평화학회 회원 여려분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박 명예교수는 이 책이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으로 동시 출간된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평화를 향한 학회 회원들의 절실한 염원”과 함께,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종교가 처한 사회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평화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책은 제1부 평화 이론편. 제2부 평화구축의 현장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4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 오전 발표에 나선 기타지마 회장(사진 왼쪽)과 우희종 명예교수(사진 오른쪽) ⓒ장성호

출판기념회에 이어진 학술회의는 “적이라는 이름의 허상”이란 제목으로 우희종 여산생명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이 1부 발표로 문을 열였다. 우 이사장은 “‘적’의 개념이 관계 의존적이며, 평화를 깨뜨리는 악의 소산이자 폭력의 주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화, 악, 폭력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적’의 정체를 분석하고, “진정한 평화는 선악을 넘어선 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기타지마 기신 회장은 “적대의 원천을 해명하고 화해를 향하는 길”에서 “‘적’을 불가피하게 만들어내는 경제와 종교 원리주의가 적대 관계를 심화시키는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기타지만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에서 ‘우분투’ 개념을 통해 적대 관계를 ‘화해와 공생’으로 변용시킨 사례를 소개하며, “동아시아에서도 유사한 개념을 통해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한국의 ‘민중신학’과 일본의 미나마타병의 ‘본원의 모임’ 운동의 예처럼 원리주의(근본주의)를 넘어서며 적대를 화해로 바꾸는 것이 종교 사상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1부 발표 후 토론에서 우희종 이사장과 기타지마 기신 회장은 서로의 발표가 상호보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우 이사장은 “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로 이타적이므로, 관계가 열리면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 평화에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타지마 회장은 “모든 존재는 이타적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인간은 동물과 달리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종교의 역할은 이러한 적정선을 지키고 올바른 관계 속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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