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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렉, 빈센트의 친구

기사승인 2024.08.10  02: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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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흐와 산책하기 (49)

▲ 툴루즈 로트렉, <빈센트 반 고흐 초상> (1887, 종이에 파스텔화, 54×45cm,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아를에 오기 전 빈센트는 약 2년 동안 파리의 몽마르트르에서 동생 테오와 생활하였다. 몽마르트르는 파리의 외곽으로서 비교적 집세가 싸서 가난한 사람들과 반사회적 보헤미안들, 그리고 아방가르드에 속한 예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이때 빈센트는 신고전주의 역사화가 페르낭 코르몽(1845~1924)의 화실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다.

당시 주류 미술인 에꼴 데 보자르 질서에 속한 코르몽이지만 그의 자유분망한 미술 수업은 제자들을 넉넉히 품어주었다. 그 품에 툴루즈 로트렉, 외젠 보흐, 존 러셀, 에밀 앙리 베르나르 등이 있다. 물론 빈센트 반 고흐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코르몽의 제자 앙리 툴루즈 로트렉(1864~1901)은 12세기부터 이어온 프랑스 명문 백작가의 혈통과 재력, 그리고 예술적 재능을 타고 태어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빈번한 근친혼에 의한 유전적 결함도 물려받았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하고 뼈가 부러지기를 반복하여 152cm의 키에 성장이 멈췄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그는 18살이 되었을 때 화가의 길을 선택하였다.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야 하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그의 삶에 미술이야말로 숨구멍이었다. 그는 코르몽의 화실에서 코르몽보다 에드가 드가(1834~1917)의 화풍을 연모하였고 에밀 베르나르와 빈센트와 사귀면서도 야외의 빛 앞에 서기를 주저하였다.

로트렉은 몽마르트르의 술집에 드나드는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에 깃든 감정들, 불안과 고독과 우울과 연민을 찾았다. 그는 무희와 매춘부들을 비판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자신의 단견 하나로 사람을 제단하고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사람들은 모른다. 생각과 지향이 다른 상대에게 증오와 저주를 일삼는 인간의 광기는 멈추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로트렉은 인간의 허상과 위선을 고발한 화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그가 제작한 몽마르트르의 술집 물랭루즈를 선전하는 포스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예술계에서 포스터는 실험적인 장르였다. 로트렉의 포스터는 단순하고 과감하고 선명하였다. 그의 예술정신은 피카소와 에곤 실레 등 현대 미술에 영향을 끼쳤다. 문화와 역사에 섬은 없다.

로트랙이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1887)을 그렸다.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파스텔로 그린 작품에서 작품 속 주인공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빈센트는 동생 테오에게 로트렉의 작품을 구입하라고 권하였다. 빈센트가 파리 생활을 접고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어디로 갈까를 고민할 때 로트렉은 자신의 고향인 남프랑스 알비와 가까운 아를을 추천하였다.

빈센트가 자신의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우던 1890년 1월 프랑스의 한 비평지에 고흐를 천재라고 칭찬하는 글이 올랐다. 이 무렵 로트렉은 브뤼셀의 아방가르드 <Les XX>에 참여하였는데 벨기에 화가 앙리 드 그루(1866~1930)가 고흐를 모독하는 말을 하였다. 이에 분개한 로트텍은 그루에게 결투를 신청하였고 곁에 있던 폴 시냑(1863~1935)도 만약 로트렉이 지면 다음에는 자신과 싸워야 할 것이라며 거들었다.

우연이기는 하지만 빈센트는 37살의 나이로 요절하였고 로트렉도 술에 중독되어 37살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였다. 이들이 좀 더 예술혼을 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아웃사이드 화가 툴루즈 로트렉이 남긴 말이 여운을 남긴다.

“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최광열(기독교미술연구소 연구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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