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저 높은 곳에서 널 지켜보겠어”

기사승인 2024.08.10  02:31:58

공유
default_news_ad1

- 나의 사립학교 생존기 11

▲ 여러 장치를 통해 감시 당하는 것만이 다 일까. 어쩌면 감시 당하고 있기에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그 의식 자체가 우리 스스로를 감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Getty Images

사립학교에서는 항상 뭔가를 꾸미고 전시하여 홍보하는 행사가 많다. 기본적으로 가을쯤 되면 미술작품 전시회가 있고, 아이들 학습 결과물을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함께 전시한다. 부모님들을 초청해서 관람하게 하며, 이 때 부모들의 지인이나 친구들도 함께 방문하기 때문에 학교 홍보의 효과가 쏠쏠하다.

하지만 이런 전시회는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책상과 가구의 배열, 작품의 배치 등등 사람의 손이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교사들이 다 감당한다.

새로 옮긴 학교는 옥상에 정원같은 곳이 있었고 이곳에 전시회 공간을 마련했다. 안전을 위해 철조망이 꽤 높게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공간을 벽처럼 활용해서 전시하는 것이 가능했다. 남교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몸을 쓰는 일을 더 많이 해야만 했고, 여기서 형동생을 튼 동료교사들과 작업을 서두른 결과 대충 퇴근전 협의회 시간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아, 이제 끝났네. 뻐근하다. 좀만 쉬고 내려가자.”
“형, 그 쿵푸했다며? 지금 아무도 없는데 뭐 좀 보여줘봐”
“아, 오케이. 간단하게 하나만 할께.”

결혼하고 수련을 쉰지 좀 되었지만 선풍각 하나는 자신있었다. 3연속 선풍각을 찬 뒤, 박수를 받으면서 잠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퇴근준비를 해서 교무실로 모였다. 다들 모여있는데 교장이 갑자기 툭 던지듯이 물어본다.

“아니, 홍선생은 갑자기 옥상에서 왜 이단옆차기를 하고 있어?”

뭐 죄짓다가 걸린 것도 아닌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몸이 경직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있었던 동료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 그냥 작업끝내고 뻐근해서요. 몸 좀 풀었습니다.”
“그래? (웃음) 재미있게 잘 봤어.”

보통 학교에는 보안을 위해 몇 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이것은 보통 교무실에서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때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학교는 교장실에서도 CCTV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교장이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확인하기 위해 이를 활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잠시 소름이 돋았다.

“히힛. 그래도 음성까지 도청하진 않았겠지?”

동료교사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지만, 그 웃음은 밀려오는 씁쓸함을 감추기에는 한참 모자라기만 했다.

홍경종 교사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