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사립학교 생존기 11
▲ 여러 장치를 통해 감시 당하는 것만이 다 일까. 어쩌면 감시 당하고 있기에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그 의식 자체가 우리 스스로를 감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Getty Images |
사립학교에서는 항상 뭔가를 꾸미고 전시하여 홍보하는 행사가 많다. 기본적으로 가을쯤 되면 미술작품 전시회가 있고, 아이들 학습 결과물을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함께 전시한다. 부모님들을 초청해서 관람하게 하며, 이 때 부모들의 지인이나 친구들도 함께 방문하기 때문에 학교 홍보의 효과가 쏠쏠하다.
하지만 이런 전시회는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책상과 가구의 배열, 작품의 배치 등등 사람의 손이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교사들이 다 감당한다.
새로 옮긴 학교는 옥상에 정원같은 곳이 있었고 이곳에 전시회 공간을 마련했다. 안전을 위해 철조망이 꽤 높게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공간을 벽처럼 활용해서 전시하는 것이 가능했다. 남교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몸을 쓰는 일을 더 많이 해야만 했고, 여기서 형동생을 튼 동료교사들과 작업을 서두른 결과 대충 퇴근전 협의회 시간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아, 이제 끝났네. 뻐근하다. 좀만 쉬고 내려가자.”
“형, 그 쿵푸했다며? 지금 아무도 없는데 뭐 좀 보여줘봐”
“아, 오케이. 간단하게 하나만 할께.”
결혼하고 수련을 쉰지 좀 되었지만 선풍각 하나는 자신있었다. 3연속 선풍각을 찬 뒤, 박수를 받으면서 잠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퇴근준비를 해서 교무실로 모였다. 다들 모여있는데 교장이 갑자기 툭 던지듯이 물어본다.
“아니, 홍선생은 갑자기 옥상에서 왜 이단옆차기를 하고 있어?”
뭐 죄짓다가 걸린 것도 아닌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몸이 경직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있었던 동료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 그냥 작업끝내고 뻐근해서요. 몸 좀 풀었습니다.”
“그래? (웃음) 재미있게 잘 봤어.”
보통 학교에는 보안을 위해 몇 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이것은 보통 교무실에서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때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학교는 교장실에서도 CCTV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교장이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확인하기 위해 이를 활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잠시 소름이 돋았다.
“히힛. 그래도 음성까지 도청하진 않았겠지?”
동료교사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지만, 그 웃음은 밀려오는 씁쓸함을 감추기에는 한참 모자라기만 했다.
홍경종 교사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