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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동성 동반자의 피부양자 등록 차별을 위법으로 판결

기사승인 2024.08.06  01: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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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공동생활에 준하는 경제적 생활공동체’로 법적 지위 인정

▲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오른쪽)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同性) 동반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18일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2023두3680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법률신문>(2024.7.20)이 보도했습니다.

사연은 이러합니다. 남성인 A씨는 동성인 남성 B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2020년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B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공단은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료 부과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고, 1심은 원고 패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승소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는 동성 동반자 역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라고 인정하고, 공단이 처분에 앞서 A씨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동성 동반자에 대한 의료보험 피부양자 자격 부여와 관련하여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의 ‘실체적 하자’ 존재 여부에 대해선 대법관 사이에도 9대 4로 의견이 갈렸다고 합니다.

조대희 대법원장을 비롯 9명의 대법관은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직장가입자와 사이에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는 다수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의의, 취지와 연혁 등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입장을 판결문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다른 4명의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동성 간의 결합에는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전체 법질서 차원에서 법률혼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지도 않다. 동성 간의 혼인신고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피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해 왔더라도, … ‘동성 동반자도 배우자와 동등하게 취급하자’는 정책적 구호일 뿐이다. 결국 향후 입법을 통하여 동성혼이나 생활동반자관계 등을 제도화하는 것은 몰라도 현행 법제 아래에서 ‘동성 동반자’를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이러한 소수의견에도 불구하고 대법관 다수는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동성 동반자의 법적 차별을 위법으로 규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므로 그 역사적 의미가 자못 큽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1989년 덴마크에서 세계 최초로 동성 커플, 즉 동성 동반자 간의 ‘시민 결합’(civil union)을 법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시민 결합 또는 동성 간의 생활동반자관계(civil partnership)는 결혼과 유사한 가족제도로 허용한 것입니다, 이는 혼인 관계에 준하여 동성 간에도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여 상속, 세제, 보험, 의료, 입양, 양육 등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성 간의 시민 결합은 동성 동반자의 결혼은 허용하지 않지만, 동성 동반자도 이성 부부가 누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평등하게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등 결혼(marriage equality, equal marriage)이라고도 한답니다.

2024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36개국에서 동성 동반자 관계를 혼인 관계와 유사하게 법적으로 보호하는 시민 결합(civil union)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는 33개국이라고 합니다(https://ko.wikipedia.org/wiki/동성결혼). 다른 나라에서는 동성 동반자의 법적 권리 인정한 후 순차적으로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초의 동성애자 인권 모임인 ‘초동회’가 1993년에 결성되었습니다. 1995년에는 ‘한국동성애자인권운동협의회’가 창립되었습니다. 1997년 첫 서울퀴어영화제와 대규모 성소수자 집회가 열렸고, 2000는 퀴어 축제로 해마다 이어 오고 있습니다. 1998년에는 ‘한국동성애자단체협의회’가 결성돠었습니다.

2013년 9월 서울에서 공개 동성결혼을 한 동성 커플 김조광수와 김승환 씨가 12월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반려되었습니다. 12월 13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혼인신고를 수리하라고 ‘가족관계 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하였지만, 법원은 2016년 5월 25일 이 신청을 각하하였습니다.

1989년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시행한 지 35년이 지나고, 2013년 동성 커플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혼인신고가 거부된 지 11년이 지나서, 대한민국에서도 마침내 동성 동반자의 피부양권을 인정하고 의료보험 혜택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처음으로 허용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이 첫걸음을 시작으로 동성 동반자도 혼인 관계에 준하여 배우자에 대한 상속, 세제, 보험, 의료, 입양, 양육 등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 앞으로 우리나라도 동성 동반자의 법적 권리가 더 확대 강화되면 언젠가는 결국 동성 결혼이 실효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구 선진 국가의 선례를 보면 ‘그 누가 아무리 제아무리 동성애 반대를 우겨도’ 결국 시간문제입니다. 동성 동반자나 미혼자 가족을 포함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를 인정하는 세계적인 추세로 보아 우리나라도 조만간 모든 면에서 선진 국가로 나아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허호익(김찬국기념사업회 회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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