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 차별금지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부쳐
▲ 지난 7월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11 민사부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내린 출교 판결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판결을 내려 이 목사는 다시 자신이 몸담았던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에큐메니안 |
이 칼럼 NCCK인권센터가 발행하는 소식지에 게재된 것입니다. 이 칼럼에 에큐메니안에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저자이신 김민아 교수와 황인근 소장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편집자 주
지난 7월 18일 ‘동성배우자 건강보험 부양자격 소송’ 최종 승소 판결과 ‘이동환 목사 출교 효력 정지’ 판결이 나왔다. 하루에 연달아 들려온 기쁜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때가 너무 도적같이 와서 놀랐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의 변화가 빨라 놀랐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라고 명시했다. 이어 동성 배우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판결 내렸다.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과 차별 등 우리가 항상 규탄 성명서를 쓸 때 사용하던 용어들이 드디어 대법원 판결문에도 같은 맥락으로 실렸다. 같은 조건과 상황에 놓인 커플을 성적 지향을 근거로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대법원은 말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 한 마디를 이끌어내기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리고 싸워 왔다.
같은 날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11 민사부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내린 출교 판결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이 목사와 감리회 측이 다투고 있는 징계무효소송이 끝날 때까지 출교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목사는 잠정적으로나마 다시 영광제일교회로 돌아가 목회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재판부는 연회재판부의 재판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것은 이 목사를 비롯한 연대인들이 재판에서 유리한 지점이라고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놀라운 점은 그 뒤에 이어지는 판결 내용이다.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헌법에서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는 점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또한 “과거 출교 처분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절차상 하자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평가와 인식은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이동환 목사에게 출교 처분을 내린 감리회는 타당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징계 재량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 보았다.
이는 감리회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교회를 떠나는 신도들, 한국교회에 대한 혐오와 비판 담론들, 교회에 대한 매우 낮은 사회적 신뢰도가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과 폐쇄적인 소통 구조 속에서 한국교회는 성소수자와 연대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들로 이제 우리는 안다. 그들의 징계와 폭력이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통한다는 것을 말이다. 성소수자와 연대인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제 그 리그를 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세상은 약 150년 전 노예제를 폐지했고, 약 130년 전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세상의 변화 속에서 하나님 사랑과 은혜의 실행을 발견한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흔히, 과거에는 교회가 사회의 민주화를 요구했으나,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는 사회가 교회의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는 시대의 양심도, 진보의 원동력도 아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사회 변화에 발맞춰 시대의 상식과 보편적 합리성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자 인권과 인간 존엄성의 파괴자로 도태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는 동성 배우자의 사회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과 이동환 목사 출교 효력 정지 판결로 한국교회에 다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한국교회가 너무 늦지 않게, 혐오와 폭력의 과거와 결별하고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선택을 하기를 기도한다.
김민아 교수(NCCK인권센터 전문위원) webmaster@ecumen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