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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교육

기사승인 2024.08.04  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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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 12th-century mosaic in St Mark’s Basilica, Venice ⓒWikipedia
예수께서 성령이 충만하여 요단 강에서 돌아와 광야에서 성령에게 이끌리시며 사십 일이 지난 후 마귀에게 시험을 받았다. 이 날들에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날 수가 다하니 배가 고팠다.(누가복음 4,1-2)

본문은 참으로 묘하게 대립적인 구조를 보여줍니다. 성령 충만과 배고픔, 성령의 인도와 마귀의 시험이 각각 짝을 이룹니다. 마치 예수께서 성령에게 열심히 학습하고 마귀에게 시험을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와는 많이 다르지만 욥이 하나님과 함께 있다가 사탄에게 시험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장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십일이란 말은 현재 마귀에게 시험을 받았다는 말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십일 동안이라고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사십일은 일종의 부사적 목적격이라고 할 수 있고, 문맥에 따라 옮겨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십일 후에로 옮기는 것이 앞뒤 문맥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예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에서 사십일을 보내며, 우리가 경험하는 학습은 아닐찌라도, ‘훈련’을 받았다면,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성령 충만이란 그 자체로 완결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성령에게 학습과 훈련을 받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습과 훈련을 마쳤다고 해서 숨은 목표에 이르렀다고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그 여부는 검증을 거쳐 입증되어야 합니다. 시험관이 마귀라니 뜻밖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귀의 세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욥기에서 볼 수 있는 대로, 그는 하나님의 손을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시험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마귀는 예수를 세 번 시험하는데, 그때마다 전제를 붙입니다. 처음과 세 번째에서는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면’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에서는 ‘네가 내게 절하면’이라는 것입니다.

마귀는 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요? 성령에 의해 ‘단련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확증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부정하기 위해서인지 어떤 것일까요? 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자긍심이 예수에게 있다면 이를 자극하려는 것일까요?

혹시라도 예수께서 마귀의 요구대로 해서 하나님의 아들임이 입증되면 마귀는 어떻게 할까요? 구체적인 것은 말할 수 없겠지만, 욥기에서 사탄이 하나님을 충동해 욥을 시험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하나님의 아들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세 번째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더 확대됩니다. 마귀의 요구에 따른 아들의 행동에 하나님도 개입하게 됩니다. 아들도 하나님도 마음대로 조종하고픈 마귀입니다. 두 번째에서는 이러한 의도가 더 노골적으로 표현됩니다. 마귀는 하나님의 아들을 하나님이 아니라 그에게 복종시키려고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는 자신의 세력과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귀의 그와 같은 시도가 그만의 것일런지요?

예수에게 기적을 행하고 표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던 사람들, 예수의 이름을 빙자하여 권력욕을 채우려는 사람들, 자기 목적을 위해 아들도 하나님도 시험하고 더나아가 조종 지배하려는 사람들, 이들 속에 일하는 것은 마귀일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유혹들을 이기는 길을 너무나 평범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오직 하나님 경외, 하나님을 시험하지 않는 것, 그러나 이것들이 너무나 자주 오용되고 있어서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입니다.

시험받는 예수에게 그것들이 마귀와의 싸움에서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고 하나님과 그의 말씀에 의지하는 겸허함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굶주린 상황에서도 그것을 해결하고자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절제가 어울려 마귀를 밀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겸허와 절제,  성령의 ‘교육’ 결과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성령의 열매 속에 양자가 포함되기에 그렇습니다.

이 열매들이 우리 삶 가운데 맺어지는 오늘이기를.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마귀의 유혹과 힘에 저항하고 이기는 믿음의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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