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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해결되지 못한 상처를 가진 가족의 이야기

기사승인 2024.06.18  14: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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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함께 등 12개 단체 세월호 참사 10주기 맞아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세 가지 안부 중 두 번째 안부 흔적’ 공동체 상영회 가져

▲ 세월호 유가족 정부자 님(사진 왼쪽)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한영희 감독. ⓒ장성호
“10년 동안 남아있는 아이들을 방치해 놨잖아요. 그리고 부모들이 자식을 보내놓고 병들어서 자기 몸이 아프니 남아있는 아이를 챙기지 못하고 이 마음을 달래주지를 못했어요. 그러니끼 아들이 그래요. 이제와서 무슨 말이야, 언제 나한테 관심이나 있었다고, 이제와서 내가 필요해? … 이렇게 진상 규명도 못 해주고 남아있는 아이들도 챙겨주지도 못하고 … 아무 것도 된 것은 없고 남아있는 애도 …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해야 하지? 진짜 사회생활이라도 제대로 할까 아니면 결혼이라도 제대로 할까 그런 걱정들을 하게 되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신호성 군의 어머님 정부자 님은 상영회 후 나눔의 시간에 이렇게 이야기 했다.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의 유가족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잃어버린 대한 자녀에 대힌 아픔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자녀들의 상처로 인해 가슴이 아프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제작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세 가지 안부 중 두 번째 안부 흔적’의 공동체 상영회가 17일(월) 오후 7시 감리교 신학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소예배실에서 열렸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고난함께) 외 12개 단체들이 함께 주최한 이 상영회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이 규명되지 못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해 다시 한번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고난함께의 전남병 사무총장은 이번 상영회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기독교인들이 제일 잘하는 게 기억하는 거다. 2천 년 전에 죽은 한 청년에 대해 지금도 매주 모여서 기도하는 게 기독교인데 불과 10년 전에 하늘나라로 간 그리고 아직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그 아이들 그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끝까지 기도하면서 진상 규명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들의 억울함이 실현되도록 끝까지 같이 하겠다.”

다큐 ‘흔적’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창현 엄마 최순화 님과 호성 엄마 정부자 님의 삶을 통해 떠나간 아이들에 대한 아물지 못하는 아픔과 남아있는 가족들이 가지는 특히 남겨진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한다. 흔적을 만든 한영희 감독은 다큐 상영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제작 이유를 이야기했다.

“가족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관계인데 가장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더 풀기 어려운 가족 내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것에 굉장히 많이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화해 가능한가라고 하는 지점에 관심이 있다. 이 영화에서 담고자 했던 부분들도 유가족의 그 관계의 근원을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다큐 속에서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창현 군의 친구가 영상으로 남겨놓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창현 군의 모습을 통해 그때 알았더라면 오히려 더 야단치고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는 모습이지만 지금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만날 수 없는 아들을 더 알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호성 엄마 정부자 씨는 “평소 남을 도와주기 좋아하던, 배웠던 합기도를 통해 친구들을 보호해주려고 하는 나서기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에 나서지 말고 조용히 살라고 했던 자신이 이제는 아들의 모습을 이어받아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앞에 나서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떠나간 자녀들의 흔적이 부모들의 마음에 남아 다시금 그 관계를 살아있는 관계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다큐는 담담히 보여준다.

▲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세월호의 진실. 이날 참석자들은 연대를 통해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성호

여전히 창현 엄마와 호성 엄마는 아이들의 물건이 가득한 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 물건들을 통해 새롭게 새롭게 떠나간 아이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그들을 잊는 것이 아니라 더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시간은 그 사건의 시간에 그대로 머무를 수 밖에 없고 현재와 미래도 모두 그 과거에 붙어있을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 시간 속에서도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성 엄마는 다큐 영상에서 자신의 큰아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큰아들은 자신이 세월호 유가족임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이 부끄러운것이 아니라 세월호의 유가족에 대한 세상의 시선의 압박이 그를 일상의 삶 속에서 살기 힘들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힘든 삶을 혼자 살아가고 있었던 큰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 이제 조금씩 화해하고 참사로 인해 원치않게 멀어져버린 아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는 모습을 영상은 보여준다. 10년동안 죽어있던 가족의 관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다큐 안에는 호성 엄마가 절규하며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호성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전국을 다니다 무릎에 무리가 와서 목발을 짚고 행사에 참가했는데 경찰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며 그 목발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고 청와대 분수앞에 외국인 여행자들은 웃으며 관광을 하고 있는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범죄자취급을 당하며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제지를 당하는 상황에 폭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시선은 여전히 유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다.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가족들을 정치적 선동자, 희생자을 통해 이익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로 오해하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혐오의 시선은 피해자인 유가족들에게 2차,3차의 피해를 주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혐오의 시선과 행동은 재작년 10.29일 이태원에서 죽어갔던 희생자들과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가족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한사건은 바다에서 한사건은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났지만 그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마치 데자뷰와 같이 흡사하다.

호성 엄마는 다큐 상영 후 간담회에서 “사고가 있었다면 그 사고에 대해 철저하게 원인을 찾아 재발을 방지하고 책임자들은 엄벌에 처해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가족들이 원하는 단 한가지”라고 말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리는 같은 아픔을 다시 겪고 있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 까지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도 그 원인과 책임자는 밝혀지지 않는다. 그저 유가족들과 동료들만이 피맺힌 목소리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상영회에 참석했던 김수산나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유가족분들과 혹은 생존자 연결된 그 지인분들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지나온 여정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다큐멘터리를 영화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했고 앞으로 끝까지 연대를 해야 되겠다라는 다짐을 다시한번 가지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10년이란 시간 속에 희미해져가는 것 같지만 세월호 참사가 남겨준 흔적을 기억하며 다시는 이런 흔적을 남기는 아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애쓰는 유가족들과 연대야말로 이 사회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깊게 절감한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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