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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기사승인 2024.02.03  13: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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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흐와 산책하기 (24)

▲ 「식사 중인 네 명의 농부」 (1885. 2. 캔버스에 유채, 33×41cm,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

빈센트의 명작 <감자 먹는 사람들>은 유화와 석판화 등 몇 가지 버전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1885년 5월의 작품에 비하여 덜 알려진 것은 사실이나 하나의 완성작이 나오기 전에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서 의미와 작품에 쏟았을 화가의 열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주목받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서 실패작은 아니다. 비록 습작이더라도 거기에는 창작자의 뜨거운 숨결이 깃들어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식사 중인 네 명의 농부>이다. 1885년 2~3월에 그린 작품이다. 등장하는 모델은 코넬리아 반 루이, 헨드리쿠스 드 그루트, 피터 드 구루트이다. 등을 보이는 사람은 확실하지 않다. 두 번째 버전에 이르러서야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붙여졌고 작품 크기도 커졌다. 배경은 유사해 보이는데 앞 그림보다 좀 더 심도가 깊어졌고 섬세해졌음을 알 수 있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차 주전자와 포크도 눈에 들어온다. 모델도 달라졌다. 구르트 가족이 중심이 된 앞 그림에 비하여 두 번째 작품은 반 루이 가족이 중심이다.

▲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4. 판자에 유채, 72×93cm,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

빈센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1885. 4. 9) 주변의 농민들을 모델로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음을 밝히며 그림 속에 생명과 진실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변함없이 재정을 후원하는 동생에게 자신의 작품 절반이 그의 것이라는 언급도 한다. 그림은 자신이 그리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운 동생에 대한 배려로 읽히는 이 대목은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감성을 가진 일반인이 곧 예술 창작자’라고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예술은 예술가 한 사람의 독창적 작품이라기보다 주변 환경이 함께 만드는 공동창작물이다. 테오의 헌신적 후원,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소박한 농부의 일상, 그리고 그 표정을 담담히 그려낸 빈센트의 따듯한 심성이 있었기에 위대한 <감자 먹는 사람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의 주인공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낙오한 실패자가 아니다. 빈센트가 그린 사람들, 노동자와 농부와 광부 등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이들이다. 비록 삶은 감자를 먹고 있지만 누구보다 행복하여 거룩미 마저 느끼게 한다. 그림은 어둡고 음산해 보이지만 그 어느 그림보다 밝고 환하다. 사람들은 어둠을 볼 때 어둡다고만 생각한다. 빈센트는 어둠이야말로 밝음을 드러내는 빛의 또 다른 이름임을 간파한 예술가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어둠은 밝게 빛난다. 환하고 아름답고 거룩하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4. 석판화, 26.533×30.5cm, 내셔널갤러리, 워싱턴DC)

최광열 목사(인천하늘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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