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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끝까지 사랑하셨다

기사승인 2023.10.22  02: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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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 「Death of saul」 (1860) ⓒWikipedia
다윗이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에게 전령들을 보내 그들에게 말합니다. 너희가 너희 주 사울에게 이처럼 은혜를 베풀어 그를 장사하였으니 야훼에게 복 받기를 원한다. 너희가 이 일을 하였으니 이제 야훼께서 너희에게 은혜와 진리를 베푸시기 원하고 나도 너희가 한 이 선한 일을 너희에게 갚을 것이다.(사무엘하 2,5-7)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으로 사울의 눈에 들고 그의 아들 요나단과의 우정을 쌓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 이전에 사울은 하나님에게 버림받았고, 다윗은 어린 나이임에도 사울 이후의 왕으로 선택되고 사무엘은 그에게 기름을 부었습니다. 따라서 다윗과 사울의 만남은 처음부터 심각한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었고, 끝까지 갈등은 증폭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권력을 잃는 자와 권력을 얻는 자의 대립적 만남이 계속됩니다. 떠오르는 다윗은 쫓기면서도 지물어가는 사울을 왕으로 존중합니다. 왕 위에 오르지만 사울을 자신의 힘으로 축출하려 하지 않습니다. 인간적인 최소한의 의리와 도리를 지키려고 애를 씁니다.

반면에 일찌기 하나님께 버림받았음을 통보받은 사울은 승승장구하는 다윗을 보며 악몽에 시달리지만, 그때마다 다윗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전쟁으로부터 안전을 추구했기 때문에 왕으로 선택되었기에,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과제가 항상 그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권력과 전쟁 모두 하나님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그는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에서의 패배와 함께 권력도 목숨도 잃습니다. 이것은 다윗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가 그리는 사울의 모습이기에 사울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극적인 그의 삶은 비난보다는 연민을 자아냅니다. 그의 삶을 뒤흔든 불안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그의 마지막을 욕되지 않도록 장식하는 모습이 처연하기만 합니다.

이러한 삶의 그를 안타까워며 블레셋에 의한 그의 참혹한 마지막을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수습합니다. 권력이 다윗에게 넘어갈 것이 분명함에도 그들은 아무 두려움 없이 그를 정성껏 장사지냅니다. 죽은 자에 대한  이같은 의리에 대해 다윗이 듣습니다.

그는 이 일을 선한 일로 평가하고 하나님의 자비와 진리가 그들에게 베풀어지기를 빕니다. 이는 정적의 죽음을 다윗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케 합니다. 하나님에게 버림받았지만 하나님이 세운 왕이었고,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시도했던 그이지만 미워하거나 적대시할 수 없었던 사울입니다.  다윗이 헤브론에서 유다 부족의 왕으로 세워진 것도 사울의 사후입니다.

야훼 하나님은 사울을 버렸고, 어쩌면 그 때문에 전쟁에 패배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다윗이 그의 시신을 수습한 야베스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복과 자비와 진리를 기원하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안타까워하고 여전히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셨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선택하셨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혹시 후대 이스라엘 왕들의 반면교사로 삼으시고 하셨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를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대하신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그에 대한 야베스 사람들과 다윗의 태도를 하나님은 긍정하시고 다윗의 간구에 응답하셨을 것입니다.

다윗이 권력에 취한 사람이었다면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이것이 훗날 그의 정치를 공의와 정의로 이끌고 평화를 낳는 기초가 되었을 것입니다.

사람 존중이 보편적 질서가 되는 오늘이기를. 사람을 아끼고 사람을 살리는 선한 일을 행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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