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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증대되는 한반도 전쟁 위기

기사승인 2023.05.24  02: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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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 (1)

▲ 지난 3월에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 ⓒMBC

국지전이 발생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한반도 상황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평화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화와 교류, 인도적 지원은 언감생심이다. 현재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낌새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언제라도 선제타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엄포한다. 소위 선제타격론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삼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견지하는 일관된 입장이다.

2023년 3월 9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은 절대적으로 악법이기 때문에 가능할 때 반드시 없애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북전단지 살포인데, 권 장관의 인터뷰는 남북관계를 더욱 어렵게 할 내용이다.

올해 한미 연합훈련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대단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잠시 중지했거나 대대급으로 축소되었던 한미 연합훈련이 사단급으로 확대되었고, 동원된 군사장비 역시 최대규모였기 때문이다. 말은 한미 연합훈련이었지만, 영국 해병대 코만도 1개 중대가 참여한 데다가, 호주는 참관단을 파견함으로써 다국적군의 훈련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국면을 지니고 있었다.

더욱이 그동안의 방어 위주 훈련이 입체전력의 총동원 하에 유사시 북한의 주요 거점을 확보한다는 공격 훈련으로 바뀌었다. 한미 연합훈련이 방어훈련일 때도 북한은 준전시체제가 되어 전체 주민이 일상생활을 멈추어야 했는데, 노골적인 공격 훈련 앞에서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기 전날인 3월 12일, “전쟁 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결정했다.”고 보도하며 함경남도 남포 해상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 19일에는 동해 상공 800m에서 핵탄두를 폭파하는 ‘핵타격모의 전술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

또한 22일에는 한미 연합훈련에 항의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의 대규모 청년학생 집회를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개최하는 한편, 순항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여러 발 발사했다. 27일에는 황해북도 중화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고, 4월 13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처럼 북한이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발사하는 것은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 북한 인권보고서 공개 발간 등에 반발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써 처신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남북한은 군사적 관계에 있어서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력히 응대하고 있다. 국가의 안위와 평화를 위해서 실시한다는 한미 연합훈련이 오히려 그 목적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긴장과 위협이 고조된다면, 의도치 않은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고, 전쟁으로 격화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4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상황과 관련해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교전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우리의 법률과 정부 정책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자 러시아의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쟁 개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의 상황이 국내외적으로 예사롭지 않다.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마음 편한 날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오판하는 순간 전쟁이 재개될 수 있고, 핵을 보유한 북한이 전술핵이라도 사용하면 남북한 전체가 공멸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쟁은 어떤 경우라도 막아야 한다.

강대강(强大强)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남북한 정부들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때, 한국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교회는 이미 1970년대 이래로 남한사회를 상대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예언자적인 역할을 감당했고, 1990년대 이래로 북한사회를 상대로 인도주의적인 지원의 가교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교회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로 대변되는 하나님의 나라, ‘새 하늘과 새 땅’을 궁극적으로 소망하면서 지금 한반도 여기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하는 책임과 화해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책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정전 70년을 맞이하는 올해 한반도의 극악한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극악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한국전쟁 정전 70년을 의미있게 맞이하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민간 차원의 주축인 한국교회라도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을 새롭게 여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분단과 한국전쟁의 배경과 영향

1950년 6월 25일, 3년 이상 지속된 한국전쟁은 무력으로라도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북한의 김일성 정권과 이를 지원한 소련 서기장 스탈린의 승인 아래 발발했다. 그러나 북진통일을 운운했던 남한의 이승만 정권과 작은 국지전(局地戰)들, 극동 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미국의 애치슨 라인 선언(Acheson line declaration) 등이 전쟁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나토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의 완충지대로 있는 우크라이나가 나토국가에 가입하겠다고 함으로써 러시아에 군사전략적인 위협을 가한 것이 빌미였던 것과 마찬가지 경우라 말할 수 있다.

한국전쟁의 근원적인 원인은 한반도의 분단에 있다. 일본 제국주의가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했을 때, 한반도 전체가 독립을 보장받는 하나의 국가로서 자연스럽게 해방되었다면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차세계대전의 승전국가인 미국과 소련은 자국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목적으로 한반도의 허리인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남북을 나눈 후, 한반도의 해방군이 아니라 전쟁의 연장선 속에서 일본 제국주의 피식민지 국가의 영토를 점령하는 점령군으로 남쪽과 북쪽에 각각 진주했다. 이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해서 수십 년 동안 독립운동을 전개한 우리 민족의 소망과 희생을 외면하고 무시했던 결과이다.

한편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보다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무한한 자본주의적 욕망과 사회주의 진영을 확장하겠다는 소련의 이데올로기적인 욕망, 강대국들 사이에서 같은 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연대의식을 결여한 남북한 정권들의 비주체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고 남은 노쇠한 무기들을 소진하며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일본이 재기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한국전쟁은 3년 이상 지속되는 동안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어마어마한 손실, 일천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을 초래했다. 전쟁 가운데서 그나마 살아남은 남북한 주민들은 폐허 속에서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며 죽지 못해 살아야 했다.

드디어 1953년 7월 27일,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국 사이에서 유엔군 총사령관 미국 육군 대장 마크 클라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원수 김일성,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희, 이들 세 사람의 이름으로 정전협정이 이루어졌다. 정전협정을 조인하려던 시점에 이승만 정부는 정전에 반대하여 한국군 대표를 정전협정에 직접 참여시키지는 않았다. 오전 10시 정전협정의 장소 판문점에는 유엔군대표로 미국 육군 중장 윌리암 해리슨이,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 대표로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이 참석해서 서명을 했고, 영어와 한글, 중국어로 각각 기록된 정전협정은 당일 오후 10시부터 그 효력을 발휘했다.
 
정전협정 제1조는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km씩 후퇴하는 적대 군대 간의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의 설정을 규정했다. 정전협정 제2조는 정화와 정전의 구체적 조치로 적대하는 쌍방 사령관이 육해공군의 모든 부대와 인원을 포함한 그들 통제 하의 무장 역량과 한국 내 적대행위의 완전한 정지를 명령하고 보장할 것을 규정했다.

그러나 정전협정이란 말 그대로 전쟁을 쉬기로 약속한 것이었고, 전쟁을 끝낸 것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전협정은 전쟁을 끝내기로 한다는 의지를 세상에 드러내는 종전선언과 더 이상 상대를 침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평화협정을 필요로 한다.

한반도의 분단 이래로 분단체제는 남북한 모두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볼모가 되게 했고, 남과 북에 세워진 각각의 정권은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독재를 자행하고 정당화하는 충분조건으로 분단을 활용했다. 남북한 주민들은 인권을 박탈당해도 저항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민주주의를 왜곡해도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를 주장하기가 어려웠다.

현재의 남한은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수많은 이들의 죽음과 희생을 통해서 어느 정도 민주화를 이루었고, 원조받던 세계 최빈국의 상태에서 가난한 나라들에 대해 원조하는 세계 경제력 10위의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독재 세습의 전체주의 정권 아래서 주민들은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한 채 매우 힘들고 가난하게 살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은 한국전쟁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남북한 주민들이 전쟁의 상흔(傷痕)을 안고서 살도록 강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적대의식 속에서 상대를 원수로 미워하도록 하고 있고, 상대를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산가족들의 인륜(人倫)에 따르는 당연한 만남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상호 만남과 다방면의 교류를 통한 평화공존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기회를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군비 확충과 군사훈련 등에 소모되는 군사비의 지출을 증대시키고 있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환경친화적인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반도의 부정적인 주요 상황은 분단과 한국전쟁이 주도적으로 빚어낸 산물이자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분단과 한국전쟁이 끼치는 부정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한국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살피는 것은 절실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정종훈 교수(연세대학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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