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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대 교회의 설교가 외면 받을까

기사승인 2023.01.10  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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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와 이미지 (1)

▲ 오늘날 설교의 문제는 사회와 유리된 언어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전통적인 말의 형태로 행해지는 설교는 이미지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낯선 것이 된 점이다. ⓒGetty Image

전통적으로 설교의 매체는 언어였고, 지금도 사정은 대부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설교학에서는 수사학, 택스트에 대한 주석과 해석학이 중요했다. 설교자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말씀을 연구하고 해설하는 주석 및 교의학에 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오늘날 설교의 문제

설교 매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기껏해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활용으로 생각하는 정도였다. 까닭은 메시지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반면에 매체들은 시대, 지역, 문화 등 상황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면모를 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

그러나 오늘 날 매체는 단순한 수단이나 방법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메시지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언어에만 배타적으로 기초한 설교학에서는 이야기와 이미지의 지위가 경시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언어도 이미지와 관계되어 있다. 다만 문제는 그 언어가 민중에게 이해되는 말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특수용어,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는데 있다.(2)

오늘 그리스도교 설교가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설교언어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 언어이거나 교회공동체 안에 속한 사람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와 경험세계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교자의 경험세계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설교언어, 설교가 매개하는 경험세계는 과거 이스라엘 역사, 로마 시대, 유대교, 그리스도교, 교회, 신학 주변만을 맴돌뿐, 대부분 오늘 우리의 생활세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설교를 ‘말해진 진리’, ‘선포된 복음’이라고 한다면, 예배당, 상징, 제의 등의 이미지들은 ‘말 안해진 진리’, ‘해석되어야 할 복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메시지는 언어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설교자의 몸짓, 예배당 공간, 예배의식과 제의, 예배에 동원되는 모든 이미지들도 메시지의 전달 매체 혹은 메시지 자체가 될 수 있다.

설교를 보다 생동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설교와 관련된 모든 이미지들을 엄밀하게 신학적으로 검토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미지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이미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전통도 성서와 교회 안에 오랫동안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전통

구약성서신학자인 폰 라트(G. von Rad)에 따르면, ‘하느님의 형상적 묘사에 대한 금지는 구약성서의 내재적이고 근본적인 특성이다’.(3) 다른 신들의 이미지들은 피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물리적으로 그려질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이다. 십계명이 대표적인 구약성서적 전거로 알려져 있다(출 20,1-6; 신 5,6-11):

“너희는 너희가 섬기려고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아래 물 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서 우상을 만들지 못한다.”(출 20,4)

물론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 유대교 안에서 표상예술이 사용된 일부 증거들이 있기는 하지만(4), 하느님의 이미지에 대한 금지는 유대교 내에서 확고하게 설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유대교적 전통을 이어받은 초대 교회의 태도를 더 강화한 것은 당시의 스토아 철학이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미지들에게 기도하는 사람들을 우둔한 사람으로 규정하였는데, 까닭은 그들이 신들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5)

사도 바울이 사도행전에서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인이시므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 거하지 않으십니다. 또 하느님은 무슨 부족한 것이라도 있어서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닙니다”(행 17, 24-25)라고 말하거나, “우리는 하느님을 금이나 은이나 돌에다가 사람의 기술과 고안으로 만들어 낸 것들과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행 17,29)고 말했던 배경에도 구약성서의 예언자 전통만이 아니라 스토아 철학이 놓여있었다.(6)

미주

(1) 던컨 B. 포레스터, “매체와 신학 - 몇 가지 고찰”, in: 「신학사상」 제90집, 가을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5), 55.

(2) 던컨 B. 포레스터, “매체와 신학 - 몇 가지 고찰”, 66.

(3) 리차드 빌라데서, 『신학적 미학』, 손호현 역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2001), 114 재인용.

(4) 리차드 빌라데서, 『신학적 미학』, 115 참고.

(5) 게라두스 반 데르 레우후, 『종교와 예술』, 윤이흠 역 (서울: 열화당 1994), 67.

(6) 게라두스 반 데르 레우후, 『종교와 예술』, 73.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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