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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성장하려고 이 세상에 왔다”

기사승인 2022.11.25  01: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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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숙’의 《오늘도 감사의 숲을 걷습니다》(도서출판 비채나, 2022)를 읽으며

이 사연 많은 글을 읽으면서 가장 처음 내 마음에 들어온 말은 “내 삶에 다가온 기적의 출발점이 감사였다”라는 문장이다. 치료법이 없어 그때그때 나타나는 증상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일상에서, 감사하는 일로 기적을 만든다는 것은 초월적 단어를 통한 자기 세뇌 같은 행위이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극기와 같은 종교적 인내심이 아니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감사의 삶’ 이야기는 사실 많이도 들어왔던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이런 불안감은 없어졌다. 내 마음으로 들어온 첫 단어 ‘감사’는 자기 세뇌도, 현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가면 설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의 질환과 이후 동반하는 장애를 온전히 직면하고 받아들이면서 아이와 함께 삶에 젖어드는 시간 동안 마음 한편으로부터 천천히 돋아난 새싹 같은 것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은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학자들이 쓴 장애 이론의 수많은 글은 이 책 안에서 일상의 경험으로 녹아있다. 그리고 그 일상들은 우리 사회의 현상들과 얽히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생각지 못한 부분을 돌아보게 하거나 통찰력 있는 해석을 만들어 새로운 것들을 보게 한다. 나는 그 경험과 해석들을 통해 장애 이론들을 다른 방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글쓴이는 “창성이는 말할 수 없지만 보고 들을 수 있고 목청껏 울지 못해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끊임없는 비교로 만족감과 열등감을 오가는 것을 멈추었다”라고 고백한다. 비로소 장애가 있는 몸 그리고 장애인으로서의 존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편안해지는 ‘정체화 과정’을 경험하게 된 듯하다. 스스로 ‘비교 게임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통해 사회가 덧씌운 장애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난 것이라고 이해된다.

또한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은 그의 잘못도 부모의 잘못도 아니며” 우리 인간은 그 누구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가 담담히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길을 갔다고 해서 꽃길만 걸었을까? … 어느 길을 가나 그 길에서 꽃을 찾는 것은 길을 걷는 사람의 선택인 것”이다. 장애가 없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장애가 없는 삶도 없다. 다만 우리 사회는 장애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정상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을 뿐, 삶의 길에서 모두가 한 번씩은 장애인이 되어 자신을 배제하는 삶을 경험한다. 사고든 질병이든 노화든 피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애는 개인과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나누는 책임”이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완전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성장하려고 이 세상에 왔다”라는 문장은 교육도 복지도 정치도 뛰어넘는 분명한 진실이라는 생각을 더욱 뚜렷이 새기게 한다. 이 문장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이론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땀을 흘린다. 좀처럼 통하지 않는 사회를 향한 설득의 작업은 힘겹다. 그러나 경쟁이 아닌 성장을 위한 노력은 강렬하고 짜릿하진 않지만 따듯하고 뭉근하다. 그래서 오랜 시간 힘을 발휘할 수 있고 더 강할 수 있다.

장애는 세상이 쉽게 말하듯 없앨 수 있는 것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애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효율성 따지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투자 대비 손실이나 이득을 계산하지 않고 쌓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그런 모습에 뿌듯해하고 만족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장애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득과 승리와 성공만 좇는 우리에게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동아줄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 방법을 달콤하게 맛보게 하는 솜사탕 같은 것이다.

강민희 교수(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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