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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존재의 기쁨을 앗아가진 못했다

기사승인 2022.11.18  15: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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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숙’의 《오늘도 감사의 숲을 걷습니다》(도서출판 비채나, 2022)를 읽으며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작년에 뿌린 씨앗이 초록 싹을 틔우는 봄을 기다리는 것과 비슷할까? 적당한 햇빛과 바람, 물을 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 마음은 얼마나 행복한가! 비록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불편함의 연속이지만, 얼굴을 마주할 생명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견디는 게 엄마다. 하지만 설레며 기다리던 아기가 태어났는데,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창성이는 ‘코넬리아 드 랑게 증후군(Cornelia de Lange Syndrome)’이라는 희귀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저자는 창성이를 돌보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경험한 삶과 사랑에 대한 감사를 글로 풀어 썼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자기 부정과 회의, 갈등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고갱이와 만난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 길고 긴 씨름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아픔의 자리를 견딘다”라는 고백처럼.

신생아집중치료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아기를 처음 봤을 때, 아기가 가진 질병에 대해 들었을 때의 당혹감.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 앞에서 그때그때 보이는 증상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창성이가 더 나빠질까 봐, 모든 게 자신의 탓일까 봐 노심초사하며 보냈던 시간. 그러나 창성이를 돌보고 양육하면서 이러한 감정이 점차 감사로 변했다. 저자는 담담하면서도 진심어린 어조로 말한다.

“상황이 주는 감사가 아닌 상황을 대하는 내 마음의 변화로 인한 감사, 그것이 고된 시간을 견디게 한 힘의 근원이 되어주었다. 내게 날아온 작고 약했던 감사의 씨앗, 창성이. 이제는 크고 작은 감사의 열매를 맺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고 매일 감사의 숲을 걷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 기적을 나눔이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보았다.”

만일,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창성이를 양육하면서 원망과 슬픔으로만 세월을 보냈다면 저자는 물론이고 창성이와 가족 모두 힘들고 불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창성이의 가족은 창성이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과 사랑을 넘치게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 모습에서 우리는 감사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서 튼튼한 뿌리를 내린 나무를 본다. 더 나아가 따사로운 햇살이 아침을 깨우면 나무마다 열매가 열리고,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맑은 샘과 무수한 생명을 만날 수 있는, 감사의 숲을 걷고 있는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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