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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공의가 우선입니다

기사승인 2022.09.28  23: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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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용기(사 56:1-8; 마 11:12-15)

▲ Raphael, 「Justice」 (c.1508) ⓒWikimediaCommons

오늘 구약 본문과 그 이하의 본문들은 바빌론 포로에서 돌아온 후에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상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절망과 좌절, 그러나 그 속에서 움튼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긴 포로 생활 끝에 고향 땅으로 돌아왔지만 해방과 귀환의 기쁨은 잠시 그들의 처지는 가난과 곤경과 환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재건이란 꿈은 멀기만 하였고,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과 땅의 황폐화, 경제적 궁핍 가운데 생존 자체를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기쁨과 설렘이 낙심과 실망으로 바뀌고 이는 나아가 하나님에 대한 실망과 탄식과 고발로 이어졌습니다. 하나님은 손이 짧아 구원하지 못하고 귀가 어두워 우리의 형편을 제대로 듣지 못하신다는 것입니다(사 59,1). 이에 대한 응답으로서,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은 먼저 위로보다는 정의와 공의를 행하고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고 권고하십니다. 그렇게 정의와 공의를 끝까지 지키는 자들에게 복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고통으로 탄식하고 절규하는 이스라엘에게 이는 벅찬 요구로 들렸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에게 정의와 공의는 눈앞의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면 하는 나중 일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이고 사회와 국가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이 권고는 이스라엘의 현주소를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생존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정의와 공의에 부합하지 못하고 악과 불의를 거부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성전 재건의 지연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뒤의 본문은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식과 고발이 정당하지 않으며 지금 그들이 처한 곤경은 그들 자신이 초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사 59,2).

이스라엘을 둘러싼 내적, 외적 환경을 고려하면 현상황에 대한 책임을 모두 이스라엘에게 묻는 것은 가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탄식할 만한 현실이 이스라엘이, 또한 우리가 정의와 공의를 세워야 하는 우리 삶의 장이라고 하나님은 말씀하신다고 하겠습니다.

삶의 두려움과 염려에 눈이 가려 못 볼 때가 많지만, 하나님의 구원이 임박했고 하나님의 정의가 나타날 것이므로 우리는 그리 살 수 있고 살아야만 합니다. 그렇게 오시는 하나님의 정의와 우리의 정의가 만나 마침내 평화 사회는 이룩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 약속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이스라엘이 절망하고 탄식하는 중에도 하나님은 더 크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지금까지 하나님의 백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사람들을 자신의 백성으로 받아들이십니다. 이스라엘만의 정의가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한 정의를 위해 앞장서 가십니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별, 이스라엘과 이방의 경계를 철폐하고, 오직 정의의 실행과 안식일의 거룩한 준수에 근거한 평화 공동체를 꿈꾸십니다. 더 이상 배제와 차별과 독점, 억압과 폭력과 전쟁이 없는 새로운 나라를 위한 토대를 놓으십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함께하자고 이스라엘을 부르십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용기를 내어 그렇게 하자고 힘을 북돋워 주십니다.

우리는 말라기서 등을 통하여 새 성전이 완공된 다음에도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이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고 하나님을 배반하고 거부하는 삶을 지속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히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그가 시작한 새로운 구원 역사를 신실하게 진행해 가십니다.

예수의 때에 이르까지 힘 있는 자들은 그 나라를 폭력으로 차지하려고 했지만, 그 나라는 결코 폭력으로 빼앗거나 침범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힘 있는 자들은 그 나라를 차지한 듯 행동하지만, 그 나라는 오직 인애와 정의와 공의 위에 세워져 있으며 오직 인애와 정의와 공의를 지키는 자들에게 허락된 나라입니다.

하나님이 오리라고 했던 엘리야가 온 것은 그 나라에 대한 하나님의 변함없는 신실함을 보여주며 이 역사에서 커다란 전환이 시작되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그 역사를 보려 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는 자들은 이 하나님 나라를 부정하고 왜곡하며 그 나라가 가까이 오는 것을 방해하고 사람들이 그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습니다.

연대와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 나라 복음을 차별과 배제의 복음으로 왜곡하고 복음에 폭력을 가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막고 하나님의 나라를 독점한 듯 행동하는 자들은 차별과 배제와 혐오를 선동합니다. 억압과 폭력의 세력을 비호하고 그들과 결탁해 부와 권력을 누립니다. 인간다운 사회의 붕괴와 전 인류에게 드리운 멸망의 그림자 앞에서 거짓된 희망으로 사람들을 오도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도래는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스라엘이 그랬듯이 우리도 희망을 볼 수 없어 좌절하고 하나님을 향해 탄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던 그의 정의를 온 땅에 나타내실 것입니다. 하느님이 그리 약속하셨고 그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고 계심을 역사 속에서 드러내셨기 때문입니다. 

절망스런 일들이 계속되는 세상이지만 여기가 우리가 희망을 불붙이고 정의와 공의를 세워야 하는 우리 삶의 장입니다. 죽음와 폭력의 세력에 눈감지 않고 그 세력에 대항하여 싸우며 새로운 세상을 가져오시는 하나님을 가리켜야 할 우리입니다. 이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으며 절망의 한복판에서 참된 희망이 타오르게 하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주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좌절과 두려움을 딛고 그 새로운 세상을 향해 용기를 내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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