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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스러운 한국 교회의 칭의론, 어떻게 시작되었나

기사승인 2022.09.25  15: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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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울의 “믿음으로 얻는 의로움” 사상의 재검토 ⑴

▲ 마틴 루터가 저술한 《노예의지론》 ⓒWikipedia

종교개혁 이전의 구원론

종교개혁 이전 로마가톨릭교회의 구원론은 반펠라기우스주의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인간의 하느님 앞에서 구원을 믿음과 행위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본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거스틴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전적인 하느님의 은총을 강조하였다면 펠라기우스는 인간의 자유주의를 주장하여 구원에 있어 인간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의 전통은 은총과 자유의지를 융합한 반펠라기우스주의를 선택하였다. 이 주장은 가톨릭교회의 연옥설과 이를 지탱하기 위한 공로 사상을 형성하려면 은총과 자유의지의 혼합이 필요하였던 시대적 상황의 산물로 보인다.

종교개혁가들은 펠라기우스를 극복하고 어거스틴으로 회귀를 시도하였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불가능하며 전적인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만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개혁가들은 강력하게 노예 의지설을 주장하였다.

루터는 인간의 노예 의지설에 기반하여 초기에는 하느님의 의가 주입된다는 주장에서 후기로 가면서 법정적 개념으로 의의 전가론으로 이행하였다. 칼빈도 전적 타락의 사상에 근거하여 하느님의 주권적 은총만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종교개혁 사상의 구원론은 칭의론으로 확정되었다. 현실적 죄인인 인간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로로 하느님으로부터 의롭다 칭함을 받는다는 것이 개혁자들의 구원론의 핵심이 되었다. 구원에 있어 인간의 역할은 완전하게 배제되었고 이 논쟁적인 결과는 부작용도 낳았다.

한 세기 후에 예정론과 결부된 하느님과 관계에 있어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한 정숙주의와 율법폐기론적 경향을 낳았다. 게다가 구원받을 사람을 하느님이 예정하시고 구원하신다는 믿음은 개신교회의 선교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한국에 많이 나타나는 구원파의 교리는 이러한 칭의론의 극단적 형태이다. 믿음으로 구원을 얻기 때문에 아무런 인간의 노력 없이 자율적 믿음으로 스스로 의롭게 된다고 믿으며 최종적으로는 한번 믿음으로 의롭게 된 사람은 죄를 지을 수 없으며 죄가 자동으로 소멸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전반적 칭의론의 근거를 성경에서 바울의 서신들에 근거하여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바울의 서신들은 이러한 칭의론적 개념들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그의 서신들에서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 말하고 있고 그것의 전체적 맥락은 적절하게 이해되었을까?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본다.

한국교회의 현황

한국의 개신교회의 구원론은 종교개혁 사상을 이어받고 있다. 그런데 그 경로는 미국의 복음주의의 구원 이해라는 경로를 통하여 전달되었다. 미국 복음주의는 대중적 기독교로서 인간의 자유의지나 칭의론과 같은 난이도 높은 신학적 과제는 청교도 사상가들을 제외하면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다. 조나단 에드워즈가 아메리카 기독교 사상의 정수를 보여주는 청교도 사상가라면 후에 프린스턴 학파를 제외하고 신학적 연구를 진행한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의 주된 전통은 대중적 부흥운동이었고 조나단 에드워즈조차도 아메리카 부흥운동의 선구자였기 때문이다.

대중적 복음주의 교리의 핵심은 예수 믿으면 천국에 간다는 것이다. 초기 한국교회의 최권능 목사의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의 구호는 이러한 대중적 복음주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리신학의 넓은 영향은 성경 문서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강경한 논리로 구성된 하나의 단일 체제를 만들어 초기 기독교 신앙의 획일화 하였다. 구약과 신약 성경에서 사후세계의 존재와 구체성은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구약에서는 사후세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신약성서에서 사후세계 역시 드물게 나타난다. 마가와 마태복음서의 사후세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누가의 사후세계도 상징적이다. 요한에게서는 영적인 세계에 관한 관심이 가장 많다. 바울에게도 영혼 불멸과 같은 형태의 사후세계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오히려 바울은 영원불멸보다는 부활을 극적으로 강조한다. 십자가의 죽음과 불황이 바울에게는 가장 강렬한 사건이다. 영원불멸은 고대 그리스 로마인의 사상으로 히브리인의 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영원불멸의 사상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서구 사상가들이 즐겨 찾던 서구적 철학의 전통에 근거한다.

바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되는 것이었다. 그 의로움은 교리신학이 말하는 의(right)보다는 정의(justice)에 가깝다. 기독교 교의학이 의를 법적 사회적 개념인 정의가 아닌 철학적 의라는 모호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성경이 가지는 역동성과 사회적 측면이 현저하게 약화한다.

박종현(전 관동대 교수) cuch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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