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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존재하는가

기사승인 2022.09.17  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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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정치와 짱개주의 ⑷

▲ 현실 사회주의의 구호는 프롤레타리아트의 독재였다. 현실 사회주의 최고봉이었던 소련이 붕괴되고 현실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건재하고 있는 중국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다. 하지만 중국이 과연 사회주의 국가인지는 물음표가 달린다. ⓒGetty Image
정승훈은 신학과 사회학을 전공했다. 미네소타 루터신학대학 부교수를 역임 후 시카코 루터 신학대학원 석학교수로 임명되었다. Historians’ Debate-Public Theology 사이트 저널 편집장으로 서구 사회에서 미디아의 담론과 정치전략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쓰고 있다. - 편집자 주

붉은 자본주의와 중산층

중국의 경제는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인민의 불만 역시 장난이 아니다. 올 가을 시진평 주석의 장기집권을 앞두고 홍콩 전체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아파트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심각하다. 허난 성의 인민은행 앞에서 예금인출 동결로 인해 수천명의 예금주들이 시위에 나서고, 중국몽이 이런 거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하얀셔츠를 입은 정체불명자들이 유혈진압을 한다. 중국전문 매체방송에서 거리에는 탱크들이 진입하고, 마치 1989년 천안문 사태진압을 방불케 한다고 보도된다.

지난 4월부터 금융인출이 거절되면서 7월 10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허난 성의 신흥부자들이 공공펀드와 개인들의 은행예금을 은행관리와 브로커를 통해 가로챈 것이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한다. 점심을 같이 하면서 중국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절강대학의 교수들을 보면서 이들의 불안을 느낀다. 공동부유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부자동네 절강성을 선정했는데, 이곳은 알리바바 본사가 포진된 민영 기업의 요람이다.

홍색 자본가를 만들어서 공산당에 충성하는 기업을 만들려고 한다. 이미 마윈 회장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고 빅테크 기업들의 거액의 기부가 이어진다. 사실 중국의 빅테크 기업은 중앙 정부의 비호와 엄청난 내수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국가통제 내지 비호 자본주의에서 홍색 자본가의 기부금으로 중산층 살리겠다는 것이 ‘중국’스럽다.

2021년 시작된 중국 2위 부동산업체 헝다그룹은 위기의 시작이었다. 부동산 업계는 국내 총생산의 약 30%을 차지하고 중국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있다. 공동부유론의 대출 규제 정책이 기업파산과 함께 지방은행의 인출 거부 사태와 아파트 공사중단 위기로 이어 진다. 대부분 지방정부가 토지를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해서 주요 수입원으로 충당한다.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율이 증가될 때 청년층 대규모 실업에 불을 부치게 된다. 절강대학 교수들의 한숨과 비판이 이해도 간다.

나는 상하이 복단대학의 절친인 레이첼 교수를 만나 그녀와 함께 유대인 난민 박물관 (Shanghai Jewish Refugees Museum)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느낀 점이 있다. 박물관 담벼락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상하이로 피신해서 목숨을 구한 만 3천명의 이름이 기록되어있다. 그런데 박물관 안내원인 공산당원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유대교의 역사와 사상에는 무식하고 중국 공산당의 위대함을 선전하기에 바쁘다. 왜 안내원이 이러지? 나의 물음에 레이첼의 답변이 놀랍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야! 마르크스가 말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는 파리코뮌에서 나타난 사회 공화주의와 민주주의를 말한 것이 아닌가?!

마르크스는 시민사회와 인권을 옹호한다

나는 와트버그 신학교(Wartburg Theological Seminary) 교수시절 미국학생 20여 명과 함께 중국대륙을 다녀보았다. 실상은 공산당과 국가 자체가 부자일 뿐, 인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개혁을 통해 일부 폐단이 시정되면 더 큰 요구가 오는 것은 상식이다. 배가 불러오고 등이 따스해지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는 고민도 그 만큼 커진다.

남경 신학교를 방문하고 왕 에미 밍 학장을 만나 기독교가 중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가 무엇인지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칼빈으로 박사학위를 했고 그의 아내는 필자가 가르쳤던 버클리 연합신학 대학원에서 유교와 중국 공산당을 매개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마쳤다. 중국의 종교와 지성의 사회에서 촉망받는 재원들이다.

중국의 교회는 애국주의적이다. 그 다음은? 국가가 부패한 길로 갈 때, 과연 교회는 예언자적 비판을 가할 수가 있을까? 아직 거기까지 못 간다. 민주주의를 향한 중국사회의 지난한 길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르크스에게서 혁명은 다양한 영역과 계층에서 일어난다. 경제 영역에서 계급투쟁의 성격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위해 선 정치투쟁으로, 그리고 폭넓은 문화적 영역에선 인정투쟁 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부분은 마르크스에 앞서 헤겔이 주인과 노예의 인정투쟁에서 먼저 보았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서로서 게오르그 루카치의 “청년 헤겔”과 장 이폴리트(Jean Hyppolite)의 “정신현상학”에 대한 해설을 넘어가는 저작은 아직 없어 보인다. 인정정치는 중국의 사회와 문화에서 중요하다.

존 홉킨스 대학의 경제사회학 교수 지오바니 아리히는 “베이징의 아담 스미스”를 통해 중국의 헤게몬이 서구의 파괴 자본주의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아리히에게서 유교의 조화로움과 대동사회 그리고 중국 사회주의 혁명 원리를 묶는 것이 새로운 중국의 자본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위해 유교에 기초된 시민사회와 교육 그리고 정치적인 덕을 갱신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하버드 대학의 은퇴교수인 투웨밍의 지칠 줄 모르는 중국의 민주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몽테스키외의 전통을 이어가는 토크빌 역시 유교적 시민사회와 유기적 도덕에 기대가 클 것이다. 또한 토크빌은 주인과 노예의 인정투쟁으로 몰아가는 사건보다는 사회구성과 정치 구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볼 것이다. 혁명은 자유의 이념의 진보과정에서 담지자들을 통해 나타난다. 물론 실패와 반동도 경험하고 부메랑도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합리화와 전문화의 길로 진입할수록, 전문교육이 사회계층의 중심으로 들어올수록, 공론장에서 개혁과 혁명에 대한 요구는 필연적이다. 시민과 하위계급의 연대를 묶어주는 카리스마적 이론가들이 리더십을 발휘한다. 사회구성의 다차적 공론장들이 개인의 이기주의와 탐욕과 특권으로 각인될 때, 사회 변혁의 시기는 탄생한다. 설령 정치투쟁이 공화제적 부르주아 혁명으로 파악되고, 지배계층을 타도하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로 전개된다면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혁명의 승리는 미신에 대한 계몽의 승리이고, 봉건 소유제에 대한 부르주아 사유 재산의 승리이다. 군주제와 봉건 질서에 대한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승리이며, 상업 길드에 대한 산업 자본과 자유경쟁의 승리, 즉 새 질서의 승리가 된다. 이것은 마르크스가 보는 혁명에 대한 가치 평가에 속한다.

이른바 진보 좌파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볼 때,  마르크스는 나름의 보수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지식의 사람이 아니다. 봉건제 폴란드가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 폴란드를 마르크스가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일 자코뱅이 자본지배와 정치억압으로부터 해방의 첫 걸음을 뗀다면, 자코뱅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공포 정치를 지지 하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파리코뮌에 대한 분석에서 마르크스는 일당독재를 언급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다당제도와 보편선거 그리고 직접적인 참여 민주주적인 형태를 말했다. 적어도 인상을 찡그린 마르크스 동상에서 로베스피에르와 자코뱅이 실제 노예제에 기초했던 고대 민주공화제의 옹호자들로 비쳐지지는 않을까? 런던 하이게이트에 소재한 마르크스의 무덤이 여러 차례 훼손되는 수모를 당해도 비판적 민주주의자로서 그의 면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루소도 역사에서 마르크스만큼이나 수모를 당했다.

정승훈 교수(시카고 루터신학대학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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