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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안전을 외면한 권력은 부정당해야 한다

기사승인 2022.08.12  0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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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의무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 정부, 존재 이유 없다

▲ 피해지역을 둘러보던 중 내뱉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 마디는 대통령으로써의 그의 의무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주었다. ⓒ화면 갈무리

지난 8월7일 기록적인 폭우로 중부지역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11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친 사람은 18명에 이른다.

특히 관악구의 ‘반지하’ 주택에 빗물이 차오르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아픈 어머니와 장애를 가진 언니, 13살 난 딸을 돌보면서 동료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밝게 일해 온 여성 노동자의 죽음으로 그를 알던 주위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다. 일가족의 시신 안치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 정문 앞 인도에는 지난 11일 저녁 7시30분 200여명의 시민들이 이들 가족을 기리는 추모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그 여성 노동자는 민주노총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전임자 홍 씨였다.

천재가 아니라 인재였다

천재지변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리 잘 대비를 한다고 해도 무력할 때가 부지기수이다. 그럼에도 천재가 인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은 기울일 수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보면 이번 인명피해 특히 반지하에서 희생당한 일가족의 사망은 인재이다.

또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이른 ‘칼퇴’(시간을 지켜 칼 같이 퇴근하는 것을 일컫는 유행어)를 시전 한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며 비난 받고 있다. 수해현장을 둘러본 윤 대통령의 “내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 하는 이 한 마디는 대통령으로써의 그의 자질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에 따른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자 대통령실에서 나온,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라는 대응은 그야말로 전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으로써의 책임이 무엇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 이외에는 어떤 말도 아니다. 대통령실의 말조차도 대통령의 의무는 내팽겨치고 오직 윤석열 개인의 권리만 강조한 것일 뿐이었다. 도대체 대통령의 의무, 국가의 수반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인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 침수가 시작된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퇴근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대통령실의 변명은 더욱 큰 공분을 샀다, ⓒ웹페이지 갈무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대통령과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헌법에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행복을 추구할 권리’(제10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제35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 내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는 국민의 ‘안전권’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위험으로부터 구성원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모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위험사회와 국가의 안전보장 의무는 전혀 새로운 논의가 아니다. 위험과 안전으로부터 국가가 국민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국가 탄생의 배경일 뿐 아니라 헌법이론의 기초이다. 따라서 안전에 대한 책무는 국가의 절대적 사명이자 국가 존립 정당성의 근거이기도 하다.

국가성립 정당화의 근거로서 안전이 기초가 됨에 따라 근대 국가에서는 이러한 국가의 책무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776년 버지니아 주 권리장전에서 “정부의 목적은 국민과 국가의 복지, 보호 그리고 안전을 위한 것, 행복과 안전의 최고조를 이루는 정부가 최고의 정부”임을 밝히고 있고, 동시에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동등하게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생득적(生得的) 여러 권리를 가진다. 이 중에서 재산을 획득하고 소유하며 행복, 안전을 추구하고 확보하는 여러 수단을 누리면서 생활과 자유를 향유할 여러 권리는 비록 인간이 사회 조직 속에 놓인다 해도 어떤 계약으로도 빼앗기거나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안전한 국가의 성립을 정부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동 권리장전 제3조에서는 “정부는 국민, 국가 또는 지역공동체의 공동의 이익과 보호, 안전 (security)을 위해 존재하며 또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또 정부의 여러 유형과 형태 중에서 최대의 행복과 안전(safety)을 제공하고, 실정(失政)의 위험에 대응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행복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정부가 최선의 정부이다. 그리고 어떤 정부가 이러한 목적들에 적절하지 않거나 위배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 공동체의 대다수 구성원은 그 정부를 개혁, 변경 또는 폐지할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하고 결코 양도될 수 없으며, 또 파기될 수도 없다.”라고 하며 매우 구체적으로 국가 존립의 근거로서 안전의 위상을 확고하게 명시함과 동시에 안전이라는 가치가 저항권 행사를 통해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밝히고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안전이 기본권의 형태로 채택되어 있다. 즉, 근대인권사상을 표상하는 프랑스 인권선언은 제2조에서 “모든 정치적 결사의 목적은 인간의 자연적이고 소멸될 수 없는 권리를 보전함에 있다. 그 권리란 자유, 재산, 안전, 그리고 압제에의 저항 등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도록 국가 제반 사항을 책임지는 수반인 대통령이 그의 책임 다하지 못했다면 그의 존재 이유는 없다. 국가 권력과 그 권력의 수반의 정당성은 부정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닐 것이다.

▲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폭우로 목숨을 잃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의 가족들의 빈소가 10일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연합뉴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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