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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입장에서 “당신 자식이 동성애자라도?” (1)

기사승인 2022.08.12  0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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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8

▲ 성소수자 부모모임

1.

제목과 같은 말은 흔히 그 뒤에 “동성애를 지지할 거냐?” 운운하는 말과 같이 쓰입니다. 성소수자 혐오가 옳다고 주장하는 인간들이 저 말을 무슨 ‘전가의 보도’인 양 많이 쓰더라구요. 저 말을 들이대면 ‘성소수자지지’가 마치 당연히 무력화되어야 하는 것인 양 말이죠.

저는 이제는 누군가 저런 말(?)을 할 때마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라는 모임을 알기냐 하고 이딴 소리하는 거냐고 맞받아칩니다. 말 그대로 “우리 자식이 성소수자인” 분들의 모임이고, 우리 자식이 성소수자이니 우리도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분들의 모임 아니겠습니까.

이번 달과 다음 달 연재칼럼은 이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서 펴낸 《커밍아웃 스토리》(한티재, 2018)라는 책을 두고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번 달에는 ‘자식’의 이야기, 다음 달에는 ‘부모’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2.

앞의 연재칼럼(‘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성애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네’[2022년 5월13일자 칼럼])에서도 한 번 다룬 적이 있지만 성소수자들 대부분은 이미 어린이/청소년 시기부터 자신이 또래 이성애자들과 무언가 다른 존재임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자신을 어떻게 숨길 것인가 혹은 드러낼 것인가 하는, 성소수자들에게 평생을 따라붙는 문제의 시작점이 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일이 벌어지는 공간 중의 하나가 가족입니다. 가족은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집단이고, 언제나 자신을 지지해 주(는 것으로 생각되)는 집단이죠. 더군다나 어린이/청소년 시기는 가족과 분리되기가 어려운 시기이구요. 그래서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드러내기도 그만큼 힘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숨기려다가 들킬 가능성도 있는 공간입니다.

많은 일이 벌어지는 민감한 공간인 만큼 실제로 벌어지는 양상도 여러 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위해 나름 최대한 준비를 하고 그 결과로 가족들의 지지를 얻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커밍아웃을 했는데 가족과 심하게 부딪쳐서, 경우에 따라서는 아직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숨기려는 걸 들키거나 혹은 악에 받쳐 커밍아웃을 하는 바람에  또다시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교회를 다닌다거나 해서 이해를 잘 못 하겠거니 했던 가족이나 친지가 의외로 커밍아웃을 잘 받아들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커밍아웃을 잘 이해를 받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어서 다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우도 발견됩니다.

이런 어느 경우든지 공통적인 것은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가족에게, 친지에게, 친구에게 드러내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계속 주저하게 되고 준비하게 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3.

그런데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준비하는 일은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어떤 방법을 통해서 알려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커밍아웃 스토리》 책을 보면서 눈에 띈 어느 에피소드에서 어머니에게 커밍아웃을 시도했던 당사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어머니가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걸 받아들이도록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머니께서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되더라고 말입니다.

결국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준비하는 일에는 자신의 행위를 구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커밍아웃을 받는 상대의 삶을 이해하는 것도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겠습니다. 그렇다면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이란 그 상대가 가족이건 친지이건 친구이건 기존의 친밀함에 기대어 그것을 연장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새로운 친밀함을 건설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겠네요. 기존의 친밀함이 성소수자인 자신의 존재가 생략되고 구축된 친밀함이었다면, 성소수자인 자신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서 상대도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에서 상대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새로운 친밀함 위에 구축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은 평생을 두고 진행된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겠죠. 기본적으로 나 성소수자다라고 모두에게 동시에 알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터이고, 한 사람 한 사람 각각에게 해야 할 일일 터이니까요. 게다가 한번 커밍아웃했는데도 안 받아들인다면 다시 시도를 해야 할 테고 말입니다. 앞에 이야기한 대로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친밀함을 구축하는 일이니 더더욱이나 그럴 겁니다.

그렇게 평생을 두고 진행하는 커밍아웃을 받는 사람들은 그럼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 걸까요? 다음 칼럼에서는 ‘부모’의 예를 들어 이 점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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