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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과 지도자의 자질(Virtu)

기사승인 2022.08.08  16: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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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CK언론위원회, 7월의 주목하는 시선 2022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급속하게 하락하면서 그의 자질이 의심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직무수행 평가 긍정률)이 20%대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7월 넷째 주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긍정 평가는 28%인 반면에 부정평가는 62%로 나타났다(7월 26~28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 대상 조사, 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윤 대통령의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가 공개된 이후, 코로나19 재 확산과 고물가로 힘든데 ‘내부 싸움질’만 하고 있다는 국민적 반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이 10~20%대로 떨어지면 대통령을 때리는 것이 ‘국민 스포츠’가 된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과 노무현 대통령 임기 후반에 겪었던 바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경계한 것처럼, 대중으로부터 미움과 경멸을 받는 치명적 단계다. 여기서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 더는 국정 동력을 상실한 ‘식물 대통령’ 신세가 된다. 탄핵 전의 박근혜가 그랬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의 임기 첫해 첫 분기 직무평가 긍정률의 편차(최저 29%, 최고 81%)는 상당히 크다. 이는 새로운 대통령에 거는 기대감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통령 직무평가 긍정률(또는 국정 지지율)은 어떤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일까?

대통령 지지율 등락에 영향을 주는 3요소

미국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등락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시간’(재임기간)과 ‘경제상황’, 그리고 ‘사건(event)’의 효과에 주목해왔다. 미국 대통령 지지율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즉 임기 말로 갈수록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한국은 5년 단임제의 특성상 시간은 절대적인 영향 요소다. 대체로 미국에선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재선에 성공할 확률이 높고, 단임제인 한국에선 그만큼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정치학계의 이론과 연구결과에 기초해 한국 대통령 지지율 결정요인을 탐색한 ‘대통령 지지도 변화요인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대통령 지지도는 ‘필연적 하락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특히 ‘부정적 사건’은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키고, 경제상황도 일시적 지지도 등락현상을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론 지도층, 특히 언론의 보도 내용 또한 국민의 평가와 인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지지율 등락을 결정한다.

지지율 하락의 본질은 ‘정치와 리더십의 부재’ 탓

윤석열은 여느 대통령보다 불리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직무를 시작했다. 역대 대선 사상 두 번째로 적은 표차이로 당선된 데다가, 야당 지지층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담긴 ‘심리적 불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불과 취임 3주 만에 전국 지방선거를 치르는 통에 임기 초반의 ‘허니문’도 기대 밖이었다. 게다가 집권하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외환(인플레이션)과 집권당 대표 리더십의 혼돈이라는 자중지란 속에 ‘탄핵’을 겁박하는 거대야당의 견제에 직면해 있다.

단임제 대통령제 하에서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벗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지율 하락에 절대적인 ‘시간’은 이미 윤석열의 편이 아닌 것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남은 요소는 ‘경제상황’과 ‘사건(event)’뿐이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처럼, 경제상황은 대통령이 경제에 매진하는 진정성을 보일 때 개선될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의 정책의제는 이념 갈등을 회피할 수 있는 중도실용적일 때 그나마 지지율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런데 취임 후 지난 석 달 동안 대통령이 보여준 언행을 복기하면 ‘정치와 리더십, 그리고 비전의 부재’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 세 가지 부재는 결국 지도자의 품성과 자질, 곧 비르투(Virtu)를 의심케 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지지기반이 다른 세력을 키워 나가는 것인데, 윤 대통령은 지난 1분기 동안 지도자로서 정치와 리더십, 그리고 미래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뺄셈정치’만 해왔다. 7.21 '부자 감세' 조치가 대표적이다.

우선 윤 대통령은 소통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청와대를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 명분도 ‘국민과의 소통 강화’였다. 하지만 대통령실 이전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대국민 설득을 생략한 채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밀어붙임으로써 청와대 개방의 긍정적 효과를 다 까먹었다. 또한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야심차게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도어 스테핑)을 개시했다. 현안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피하지 않고 직접 설명하겠다는 취지의 출근길 문답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이는 언론사의 발제 회의 시간을 늦추게 할 만큼 긍정적이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대통령실 사적 채용 문제와 장관 인사, 그리고 경찰국 신설 등의 정책적 사건에서 보듯, 손가락질을 하거나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국민 감정선을 건드리고 민심과 맞서는 태도를 보여 오히려 빈축을 샀다. 특히 윤 대통령은 성희롱, 만취 음주운전 전력 등 부실 인사 논란이 생길 때면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하는 식으로 전 정권을 탓하거나 전 정권보다는 낫다는 투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대중으로부터 미움과 경멸을 받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뜻밖의 본심(?)을 드러낸 ‘내부 총질’ 문자는 ‘소수동맹론’과 ‘환멸하는 유권자’ 및 ‘엘리트 리더십’ 이론이 작동하는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실 이전도, 경찰국 신설도, 출근길 문답도 대통령 자신의 자세와 태도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런 윤 대통령에 대해 시중에서는 ‘이명박 시즌2’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한 점도 비슷하지만 여의도 정치를 불신하다가 국정동력을 잃은 점도 닮은꼴이다. 물론 윤 대통령은 억울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능력 위주 인사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은 안일한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도리스 K. 굿윈의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에 따르면, 1861년 3월 4일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미 의회는 분열된 정도가 아니라 화염에 휩싸인 상태였다. 링컨이 당선되고 취임할 때까지 4개월 동안 7개 남부주가 ‘합중국’에서 분리 독립하겠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제퍼슨 데이비스 상원의원을 ‘아메리카연합국’의 임시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 사이에 공화당은 극단적인 의견 대립으로 금방이라도 쪼개질 것 같았다. 링컨은 눈앞에 닥친 엄청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역사에서 가장 특이한 내각을 구성했다. 또한 합중국에서 탈퇴하지 않은 미주리, 켄터키, 델라웨어, 메릴랜드 등 4곳의 ‘경계주’ 의회에 교서를 보내 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등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행사하기 전에 모든 타협 가능성을 시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김대중의 ‘상인의 현실감각과 서생의 문제의식’의 결합에 비견된다.

이런 비상한 노력 끝에 링컨은 마침내 내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노예해방선언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링컨의 내각이 구성된 초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었다.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답은 오늘날 링컨의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 공감 능력과 겸손함, 일관성과 자기인식, 자제력과 너그러움 – 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 대통령 리더십 연구의 권위자인 굿윈의 결론이다. 링컨의 사례를 든 것은 동일선상의 비교가 아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난관에 처한 지도자가 어떻게 난관을 개척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민심은 국정 지지율이고 국민의 직무수행 평가가 곧 민심이다.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은 국정 수행 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개인의 불행을 넘어선 국가적 불행이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진 박근혜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식물 대통령’이 되어 탄핵됐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막아줄 팬덤이나 정치적 지지 기반도 취약하다. 지금 당장 본인의 ‘태도’를 바꾸고 ‘덧셈정치’로 전환하지 않으면 지지율 붕괴는 ‘국민 스포츠’를 넘어 ‘심리적 탄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NCCK 언론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금 당장 대오각성과 덧셈정치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절박감으로 ‘대통령 지지율과 지도자의 자질(Virtu)’을 2022년 7월, ‘이달의 주목하는 시선’으로 꼽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부사장,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 연구소장,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희상 시사IN 선임기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가나다순). 이번 달의 필자는 김당 부사장입니다.

NCCK 언론위원회 kncc@knc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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