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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 서울광장에 퀴어문화축제

기사승인 2022.07.15  00: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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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7

▲ 2018년 7월 14일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종각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제목을 저렇게 써 놓고 보니까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뭐야 하실 분들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하, 역시 나는 꼰대로구나’ 싶기도 하네요.

지금은 어느새 거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법이지만 아직 엄연히 존재하는 국가보안법. 그 법으로 사람을 잡아넣는 일도 여전히 존재하지요.

한창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때(논쟁이 벌어진다는 게, 아니 그 전에 이런 법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겠지만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휘날리는 꼴을 보란 말이냐!”

여기서 인공기라는 건 북조선의 국기를 의미합니다.

저 말을 들었을 때 저를 포함해서 저 말에 동의 안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아니 그렇다고 해도 뭐가 어때서 이렇게 반응합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누군가 인공기를 휘날린다 한들 많은 사람들은 뭐하냐 뜬금없이 이럴 테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예쁘지도 않은 깃발 가지고 별 짓 다하네 이럴 텐데 말이죠. 뭐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북조선 군대가 서울을 점령해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인공기를 휘날리며 행진을 한다 이런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라면 이미 ‘인공기가 휘날리는 꼴’ 이렇게 말할 수준을 넘어선 문제겠지요.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저 말에 담겨 있는 게 그런 실질적인(?) 효과가 크다, 즉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휘날리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다 빨갱이가 된다, 이런 건 아니지 싶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휘날리는 꼴은 절대로 볼 수 없다. 보면 안 된다가 아닐까 싶어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는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휘날리는 꼴을 절대로 보면 안 되는데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건 그런 꼴을 보게 만든다는 이야기니 이게 대한민국에서 말이 되는 짓이냐 이런 이야기 아닐까 하는 거죠. 물론 대한민국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이니 그런 대한민국에서 말이 되는 짓은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휘날려도 법으로 규제하지 않는다가 되겠습니다만.

2.

이 칼럼이 에큐메니안에 나가는 주 토요일 7월 16일에 서울광장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핵심 행사인 퀴어퍼레이드가 열립니다. 11시부터 부스가 열리고 2시에 개막행사를 하며 행진은 4시에 있고 5시 반부터 뒷풀이 행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동안 코로나 때문에 대면행사를 못 하다가 3년 만에 하는 대면행사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올해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개최를 놓고 진통이 많았습니다. 사용하겠다고 신고만 하면 시민 누구나 쓸 수 있는 서울광장인데 신고 후에 몇 달을 질질 끌다 ‘열린광장시민위원회’라는 곳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넘겼지요. 이런 일이 벌써 다섯 번째라는 것만 해도 퀴어퍼레이드 행사에 대한 편향과 차별을 의심할 만할 텐데요.

그 ‘열린광장시민위원회’에서는 이런 식의 발언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앞에 서울이라는 건 뺐으면 좋겠어요. 서울시에서 왠지 인정한 것 같고 그냥 그들만의 문화축제로 갔으면, 저게 왜 문화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서울에서 벌어지는 행사인데 서울을 빼니 마니 하는 것도 웃긴 이야기고, 문화 프로그램이 한두 가지 아닌 행사인데 저게 왜 문화인지 잘 모르겠다면 잘 모르겠는 자기 지성을 의심해야 할 터인데요.

그러면서 결국 퀴어문화축제가 인정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싫고, (인정받지 못해야 할) ‘그들만’의 자리여야 한다는 속셈을 대놓고 드러냈네요.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사람이 ‘열린’ 어쩌고가 붙은 기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겠는데… 생각해 보니 퀴어퍼레이드 같은 행사는 서울광장 말고 어디 안 보이는 데서 하면 안 되겠냐 이랬던 사람이 두 달 전까지 무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군요.

과다 노출을 하면 안 된다 어쩌고 조건을 걸었다는 데 정작 안 된다는 과다 노출이 뭔지 이야기는 거의 안 했다고 하죠. 기껏해야 하나 나왔다는 게 상의 탈의라는데, 여름 날씨에 상의 탈의하는 축제가 한둘이 아닌데 그것들 다 안 된다고 할 건지. 정작 처음에는 과다 노출을 했던 축제니까 신고 안 받아 주자하려다가 가장 최근인 2019년엔 그런 거 없었는데요, 이런 보고를 받고 ‘아, 그러면 신고를 아예 안 받아 줄 순 없겠네’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꼴들을 보면서 앞에서 언급했던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휘날리는 꼴 운운하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게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휘날리는 꼴을 정말 보기가 싫다는 말 이외에 다른 뜻이 아니었다면, 신고 후에 몇 달을 질질 끌고 과다 노출 운운하며 딴지를 걸고 처음에는 신고 안 받아 주려고 했다가 핑계가 될 과다 노출이 최근엔 없었다 이런 보고가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등등은 결국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퀴어퍼레이드 같은 행사가 벌어지는 꼴을 보란 말이냐’는 말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지 않겠냔 말이죠. 물론, 내가 정말 보기가 싫다는 것이 그런 행사가 벌어지면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절대로 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여기에 한 마디 더. 기본적으로 축제이고 퍼레이드라는데, 얌전하고 정숙하게 벌어지는 게 무슨 축제이고 퍼레이드겠어요. 어느 정도의 일탈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건데 거기에 무슨 상의 탈의 운운하며 제재를 건단 말입니까.

3.

그런데…

광화문 네거리에 인공기가 휘날리는 꼴을 보란 말이냐라고 할 사람과 서울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 같은 걸 하는 꼴을 보란 말이냐고 말할 사람이 아마 상당수 겹칠 거 같은데요.

그리스도교라는 전제를 달고 보면 안 겹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더라는 게 문제겠네요. 국가보안법에도 반대하고 차별금지법에도 반대한다 뭐 이런 식으로. 성서에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다는데 어쩔 수 없다면서 말이죠.

그런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성서에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다는 말을 인용하는 것이, 성소수자가 문제 집단이라고 비방하고 그 비방을 위해 과장되고 거짓된 언행을 계속하게 되는 것 이외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즉, 성서에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다는 말을 인용하는 것과 동료 시민인 성소수자를 과장과 거짓으로 비방한다는 것이 사실상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면,

성서에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는데 어쩔 수 없다는 여러분은,
저런 동의어를 또 반복하는데 만족하실 건가요. 아니면 어떤 다른 방법을 찾아보실 건가요.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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