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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탈시설 위해 종교계 한 목소리 낼 것 촉구

기사승인 2022.07.06  15: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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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지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추모 미사에 진행

▲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가 연이어 발생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를 위로하는 추모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리연
“우리 부모들의 삶은 장애 자녀의 출생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임신과 출산의 기쁨 뒤에 찾아온 장애 자녀를 양육하면서 이전의 삶을 포기하고 오로지 자식에게 매달리며 살았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일상은 지옥이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치료실을 전전하는 하루하루가 힘에 부쳐 끝내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분향소에 와서 생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습니다. 차마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오늘을 살리고 있을 뿐, 아직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은 미래의 자신일 수 있다고 하고 성인이 된 자녀를 엄마들은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비통해합니다”

조미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전장부) 서울지부 자문위원의 추모 발언이었다. 생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발달장애인 부모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미래와 과거의 모습을 본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그는 “49재를 진행하는 동안 종교계의 움직임을 보면서 변화를 꿈꾼다.”며 “장애의 책임이 고스란히 가족에게 넘겨져 외로운 싸움을 하는 우리 부모들에게 종교의 힘이 닿아서 고비마다 잘 견디고 지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 살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과 내일도 오늘과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절망 속에서 희망 없이 사는 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종교계의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지난 5월 17일, 전남에서는 발달장애가 있는 60대 여성이 30대 조카의 폭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5월 23일 서울에서는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60대 엄마가 중증 장애 30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5월 30일, 경남에서는 발달장애 자녀가 있는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6월 3일 경기도에서는 발달장애 형제의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전장부는 지역 사회에서 계속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불교, 기독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5대 종단과 추모식을 진행해왔다. 마지막 순서로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는 7월 5일(화) 오전 11시 삼각지역 분향소에서 추모 미사를 드렸다.

천주교도 정책 변화 위해 함께 힘 모으겠다

박상훈 신부(천주교 예수회)는 강론을 시작하며 “지금껏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을 목청껏 외쳤을 텐데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얼마나 절망감을 느끼셨겠냐”며 “그동안 함께 아픔을 나누지 못해서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어 탈시설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자녀를 낳은 부모는 법적으로 자녀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어요. 당연한 권리이죠. 비장애인 부모가 이런 권리를 갖는다고 해서 도움을 받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엄청 훌륭하지는 않을지라도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학교나 공동체, 병원, 지역 사회 등 많은 재원의 도움을 받습니다. 장애인과 부모에게도 이런 보편적인 재원이 그대로 닿아야 해요. 오히려 더 특수한 상황인 걸 고려해서 비장애인이 보편적인 필요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천주교 내에서도 탈시설에 관해 이견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서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가 필요하고 이건 당연한 권리이자 원칙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 신부는 “프란시스코 성인은 인간, 비인간 구분도 가짜라고 했어요. 동물도 포함해서 모든 생명이 형제요 자매라고 말씀하셨죠. 있는 것,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 선물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게 우리의 소명”이라며 “많이 힘들고 막막하겠지만, 천주교도 함께 힘을 모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부모들을 격려하며 다짐했다.

이어서 김종화 신부(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위원장)의 인도로 함께 주의 기도를 드린 후에 영성체 시간을 가졌다. 이때는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들만 참여했다. 이어 추모 발언이 이어졌다.

모든 불행을 개인과 가족에게 오롯이 맡겨서는 안 된다

▲ 장민희 전장부 강서지회 회원이자 대방동성당 솔봉이자모회 회장은 “제 자식을 데리고 죽음을 선택했는데 언제까지 외면만 하실 건가요?”라고 물으며 정부와 지자체 책임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정리연

김수정 전장부 서울지부장은 추모 미사를 준비해준 천주교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런 사건이 오늘만 있었던 일은 아니고 긴 시간 동안 계속 이어져 온 참극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런데 “올해 유독 짧은 기간 내에 많이 발생하였고 많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면서 추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 자리에 종교인들이 함께함으로써 많은 위로와 치유를 받는 시간이 되고 있다.”며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은 국가와 사회가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하루빨리 24시간 지원체계를 만들어서 우리가 당당하게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날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자신들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권리를 이루기 위해서 투쟁하는 자리에 “종교인들께서 같이 서주시고 같이 외쳐주시리라 믿는다.”며 발언을 마쳤다.

이경순 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회 회장은 “50대인 저는 운동하기 싫어하는 30대 아들과 힘겨루기를 합니다. 살이 너무 찌면 안 되니까 운동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와 ‘싫어, 왜 운동해야 해?’라면서 화를 내는 아들과 부딪힙니다”라며 “장애 가족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접하면서 오죽했으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이해되면서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계속해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목숨은 아무것도 아닙니까? 제 자식을 데리고 죽음을 선택했는데 언제까지 외면만 하실 건가요?” 무심하게 방관만 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외치며 “비극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피하고 지역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김미진 전장부 서울지부 노원지회장은 “연일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서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같은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장애인도 역시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비장애인과 서로 다른 길, 소외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희망을 품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며 “아무쪼록 새 정부가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제 24시간 지원체계에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간곡한 마음을 전했다.

김숙향 전장부 서울지부 도봉지회장은 두 아이를 낳고 별 탈 없이 살았는데 셋째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으면서 가족과 자신의 삶은 90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막내가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르다면서 주의와 충고를 하는 주위 분들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불안감과 당혹함으로 어떻게 할지 막막했습니다. 치료는 어디서 해야 할지, 어떻게 자기 세계에 갇힌 아이를 세상 밖으로 깨워서 나와야 할지, 비장애인 자녀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지 꽉 막힌 터널에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또한 아이로 인해서 남편과 다툼이 잦아지면서 가정불화가 생겼고 대화하기도 점점 어려워졌는데 이미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과 부모님들 또한 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을 겪었을 것이고, 이 자리에 계신 발달장애인 부모님들도 비슷한 시기를 지나왔을 거라면서 위로했다. “조금만 더 주위에서 격려해 주고 같이 고민해 주는 지인이나 사회적 제도가 있었다면 동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든 불행을 개인에게 오롯이 맡기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복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와 대통령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 주시고 제발 저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했다.

▲ 천주교에서 진행한 추모 미사에 참석한 부모들의 증언은 참사가 결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서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리연

장민희 전장부 강서지회 회원이자 대방동성당 솔봉이자모회 회장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일상이고 평생인 우리에겐 어떤 희망도 없다.”며 “희망이 너무 필요하다. 한 줄기의 희망이 간절하다.”고 외쳤다. 이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런 존재가 내 곁에 있고 나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가 있다는 것으로 견디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우리에게는 이런 희망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런 희망이야말로 죽고 싶을 만큼 고통의 순간에도 살아갈 힘과 살아갈 용기를 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에게만이 아닌 단체와 사회, 국가의 제도적 받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가 같은 마음으로 힘을 합쳐 이루어내야 한다”며 용기를 내자고 독려했다.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 구축 강조

특히 이날 추모 미사에 참여한 강릉 발달장애인 사회복귀시설 애지람의 엄상용 수사(천주교 춘천교구 사회복지회 작은형제회)는 시설이 이 시대와 역사에 부응할 것인가 고민하며 “지역 사회 중심으로 재편하고 발달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들을 지원해 주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탈시설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의 논란은 여러 가지 고민과 불안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안전을 보장받는 체계가 될 수 있는, 어떤 변화와 확신을 하게 하는 긍정적인 자리”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지역 사회 체제의 돌봄 서비스가 구축되어야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6.25 전쟁 이후로 시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마치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사는 게 당연한 것처럼 해왔지만, 이제는 장애인 인권과 권리, 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으로 가는 게 올바른 정책의 방향”이라며 “그날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추모 미사를 집전한 김종화 신부는 “장애인 아버지로 인해 힘들었던 어머니와 가족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지속적인 미사를 통해 위로와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종교계 내에서도 장애인 탈시설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힘든 여정에 종교계가 앞으로 점점 같은 목소리로, 같은 길로 맞춰나가겠다.”는 다짐으로 미사를 마쳤다.

얼마 전 몇몇 국회의원들이 삼각지역 분향소를 찾았었고 정치권에서도 발달장애 지원 정책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이 희망 고문이 되지 않기를, 그동안 또 다른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적인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사 중 함께 불렀던 복음성가 가사가 내내 마음에 남았다. 너무 지치고 막막해서 기도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런 은혜를 누렸던 것처럼.

▲ 엄상용 수사는 천주교 내에서 탈시설에 대한 찬반양론이 존재함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리연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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