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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중앙대교당서 발달장애인과 가족 참사 추모기도회 진행

기사승인 2022.06.30  1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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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는 가슴 아픈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

▲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과 가족 참사 추모기도회가 시작되며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정리연

6월 14일부터 시작된 ‘고인이 되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종교계 연속 추모기도회 4번째가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진행되었다. 천도교중앙총부 사회문화관과 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주최했다. 추모기도회가 진행된 6월 29일 수요일은 장마철답게 눅눅하고 습도가 높아 더운 기운이 가득한 날씨였다.

“천도교도 함께 힘 모으겠다”

중앙대교당 실내 맨 앞 단 위에는 천도교의 상징인 ‘궁을’ 문양이 붙어 있었다. 가운데 붉은 점을 양손으로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궁을이란 사람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는 시천주를 의미한다고 한다. 약간 어두운 조명에 발달장애인을 둔 엄마들의 간절한 마음과 준비한 손길이 모여 따뜻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추모기도식 순서는 ‘개식-청수봉전-심고-주문3회 병송-경전봉독-추모사-분향-심고-폐식’ 순이었다. ‘청수봉전’은 식을 시작할 때 맑은 물을 담은 청수기(큰 그릇) 뚜껑을 열고 끝날 때 뚜껑을 닫는 행위다. 때에 따라서 청수를 작은 잔에 따라서 함께 나눠 마시기도 한다. ‘심고’는 쉽게 말하면 기도다. ‘주문’은 기독교의 주기도문 같은 천도교의 주문이다.

김영희 관서의 인도로 모두 함께 서로에게 큰 절을 하면서 추모기도회를 열었다. 그 후, 김 관서의 청수봉전 후에 심고를 올렸다.

“한울님 스승님 오늘 저희는 삼가 옷깃을 여미고 고인이 되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로하는 추모식에 모였습니다.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시는 가슴 아픈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우리 모두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님 스승님 선열들의 성령이시어 돌아가신 고인들의 성령이 우리의 심령과 함께하여 우리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앞길을 비추어 주시길 심고하옵니다.”

심고를 마친 후, 주문 3회를 다 함께 불렀다(천일합일의 경지에 이르러 한울님의 무궁한 가르침을 받고, 나아가 한울님의 덕에 이르고자 하는 주문). 단순한 멜로디로 이루어진 노래였다.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至)

이어서 경전봉독 시간에는 의암성사(손병희: 천도교 제3대 교주이자 독립운동가)가 유언으로 남긴 유시(遺時)를 함께 읽었다. 이 관서는 돌아가신 분들과 추모하는 분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서 이 유시를 택했다고 했다.

쇠 몸인들 어찌 덥지 아니 하리오. (鐵身豈非煖 철신기비난)
세 번 나누고 합하는 연분을 지으니 (三作分合緣 삼작분합연)
늙은 용은 패택으로 돌아가고, (老龍歸沛澤 노룡귀패택)
철새는 가을 한울로 보내고 (候鳥送秋天 후조송추천)
손을 잡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지 못하니 (幄手未喜樂 악수미희락)
이별하는 말인들 어찌 선명하리오. (別辭豈鮮明 별사기선명)
앞길에 더욱 어려움이 많으리니 (前程益多艱 전정익다간)
뒷일을 어진이 에게 맡기노라. (後事任諸賢 후사임제현)

풀이하면 이렇다.

“아무리 쇠처럼 강한 몸인들 어찌 병이 나지 않고, 또 죽지 아니하리오. 만나 헤어지는 세 번의 인연을 짓고 이제 늙은 용은(의암성사 자신)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 무궁한 한울님 은혜의 늪으로 돌아가려 하노라, 이 땅을 침탈한 철새 무리는 서리 내려 잎 떨어지는 가을한울로 쫓아내듯 물러가게 하였지만 우리 서로 손에 손을 부여잡고 아직 기뻐하고 즐거워하질 못하니 이별의 말이 어찌 선명하리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나라와 교단의 길은 더욱더 괴롭고 험난한 일들이 많으리니 부디 훗일을 도 밝은 동덕 제현들에게 맡기노라.”

이어서 추모사가 있었다. 이미애 천도교 중앙총부 사회문화관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종단의 교직자로서 그 두려운 순간에 곁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에 참회하는 마음이라면서 “장애인도 장애인 가족들도 일상을 평안히 지낼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도했다.

▲ 이미애 천도교 중앙총부 사회문화관장은 연이어 벌어진 발달장애인과 가족 참사을 접하고 참회하는 마음이라며 천도교도 함께 마음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정리연

또한 돌아가신 성령이, 돌아가신 분의 마음과 뜻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밖으로 드러난다는 천도교의 ‘성령출세’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보통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모님께서 먼저 돌아가시는 자연스러운 순서를 맞이하지만, 여기에 계신 분들은 그런 게 아니고 사랑했던, 가까웠던 분들이 갑자기 극단의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습니다. 그 심정은 제가 감히 다 알 수는 없지만, 조심스럽게 성령출세를 말씀드립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뜻이 우리를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에 남아 있는 우리가 그분들이 원하셨던 세상, 그분들이 이루고 싶었던 세상을 위해서 더 힘을 내자고” 격려하면서 천도교도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6명의 부모,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 현 상황 알려

탁미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은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처절한 투쟁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권리보장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4년 제정되었고 2015년에 시행되었다. 고무적인 결과였지만 예산이 수반되지 않았고 삶 또한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에 2018년 4월 우리는 또다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라는 슬로건을 걸고 투쟁을 개시하였고 그해 가을 무렵 문재인 정부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우리 삶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체계적인 로드맵이 만들어지지 못하였고 예산 또한 확보되지 못한 정책이었습니다.”

또한 “전장부는 22년 4월 556명의 단체 삭발과 단식 투쟁을 결의하고 진행하였으며 삼각지역을 시발점으로 하여 전국 곳곳에 추모분양소를 설치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람으로서의 인권을 가지고 살아가려면 24시간 지원체계가 만들어져야 가능하고 그것이야말로 절망의 나락에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내일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호소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이것밖에 안 되는 세상에 자녀를 낳아서 이것밖에 안 되는 세상의 짐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는 엄마들의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소수자가 더 이상 자신이 ‘소수’라는 이름만으로도 차별과 배제를 받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며 “나로호를 쏘아 올리고 경제적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선진국이 아니고 경제 규모에 걸맞은 인권 선진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안에서 자녀들이 그리고 우리 모든 가족이 차별과 배제를 받지 않고 좋은 세상을 만났다고 하는 마음으로 자기의 삶을 끝까지 다 할 수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이어 김 위원장은 “여러 종단에서 저희를 위로해 주고 계십니다. 이 위로의 마음이 온 세계에 퍼져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민으로 엮어진 이 세계 속에서 우리도 위로를 받습니다. 그러나 단 한 군데, 책임을 져야 할 곳이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곳을 향한 투쟁의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곳에서 위로를 받고 그 힘으로 강렬하게 투쟁해서 좋은 세상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금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중구지회장은 “30년간 발달장애 자녀를 키워왔다.”며 “힘들어도 하나씩 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왔는데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 생을 마감하는 참사가 계속되는 걸 보면서 지금까지의 부모연대 운동이 과연 발달장애 당사자와 부모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우리 부모님들이 힘들 때마다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지만, 대통령과 위정자들은 소수인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어도 귀하고 아름답게 키워야 할 우리의 자식입니다. 같이 죽지 않고 지역 사회 안에서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24시간 돌봄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밖에 나가서 놀려는 게 아니라 남는 그 힘을 모아서 장애인들과 부모들을 돌보며 돕기 위해서입니다.”

이 지회장은 “우리가 죽지 말고 살아서 나중에, 세월이 흐른 후에 ‘이런 세상도 있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때까지 힘내시면서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세상에 혼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49재를 통해서 여러 종교에서 함께 기도하며 추모해주시는 거 보면서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고마워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더 힘을 내자면서 동료들을 격려했다.

▲ 탁미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은 증언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며 이어져 온 전장부의 활동을 이야기했다. ⓒ정리연

한혜승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동작지회장은 “또 이렇게 동료들을 보냅니다. 내일 또 누군가가 세상을 등졌다 하더라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겁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리 모습일 테니까요”라면서 울컥했다. 그는 “억겁의 시간 속에 매인다고 해도 매일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진심으로, 죽어서 가는 지옥이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서 매일 경험하는 세상이 바로 지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하는 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부모 중 한 명은 일하기 어렵고 자녀 교육과 돌보는 비용은 적지 않아서,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경제적인 상황은 점점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녀의 장애 정도입니다. “장애 정도가 부모에게 육체적인 부담을 초래하는 돌봄이 가중될수록 부모들은 지쳐갈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는 늙어가고 아이들은 성장하지요.” 그러니 점점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는 사회 심리적 지원이다. “우선은 가족과 동료들이 서로를 지켜가고 있습니다만, 그들도 고통받는 이들이기에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경제적인 어려움과 육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면 소외된 이들 가운데서도 다시 소외가 되어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장애 부모를 지키던 이 세 가지 축이 무너지면 더 이상 삶을 지탱하기가 어렵고 국가와 사회 지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인데 아이들을 대신해서 나서는 부모들에게 요구가 너무 많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임은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장은 “5월은 더 이상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달이 아니라 추모와 애도의 달이 가득한 달로 바뀌었다.”고 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그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그런데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부모의 죄책감과 고통을 세상 사람들은 짐작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며 “그저 살인마는 프레임만 씌우고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이 세상이, 이 나라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또한 “온전히 맡겨진 자녀를 돌보는 엄마들은 우울증을 호소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매우 고통스럽다.”고 했다. 자녀에게 맞는 엄마, 정신과 약을 먹어야만 하는 엄마, 불면증을 호소하는 엄마, 알코올에 의존하는 엄마, 온갖 질병 때문에 수십 알의 약을 먹어야 하는 엄마들은 길고 긴 전쟁 같은 삶 속에서 희망조차 없는 막막한 현실을 끝내고 싶은 순간들이 너무나 많이 찾아오는데 그때마다 자녀들을 보면서 되뇐다고 했다. “너희가 엄마의 희망이고 눈물이야. 너로 인해 엄마가 살아가”라면서 말이다.

얼마나 더 희생되어야 하나

▲ 천도교가 주관한 추모기도회에 마지막 순서로 고인들을 위한 분향식을 진행했다. ⓒ정리연

여섯 명의 추모사가 끝나고 모두 함께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분향과 심고를 하고 추모기도식을 마쳤다. 죽음의 문턱을 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고통이 있었을까.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그 심정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고, 이유야 어찌 되었든 자녀를 죽인 행위가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상황까지 몰고 간 사회적 배경과 체계를 고민하면서 돌아보게 된다. 정부는 발달장애인 가정의 비극적인 죽음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저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려나. 얼마나 더 죽음의 골짜기로 내몰 것인가.

비장애인들도 발달장애인을 불쌍한 존재로 보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익히고 익숙해지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기다려 주는 마음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게 바로 천도교에서 말하는 서로를 한울님을 모시고 있는 존재로서 대하는 것이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졌고, 하나님 사랑 · 이웃 사랑이 아닌가. 내 안에 있는 신이 네 안에도 있는데 함부로 할 수 없지 않나. 

모든 생명체가 육체적으로 소멸하게 되면, 믿음에 따라서 천국 아니면 불구덩이 지옥으로 간다고 하면서 불안하게 하고 억압하는 몇몇의 잘못된 교회들보다, 공간적 차원을 달리해서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본래 내 생명의 근원인 우주라는 커다란 생명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천도교의 내세관이 와닿았다. 뭔가 통하는 느낌!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소멸한 육체도 이 우주 어딘가에 생명 자체로 혹은 다른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겠지? 형태도 무늬도 없이, 존재 아닌 존재로 있다가 어떤 날에 만나게 될지도. 그게 꽃이든 바람이든 비든!

추모기도식을 마치고 나오니 굵은 빗줄기가 후텁지근한 날씨를 시원하게 씻어내고 있었다. 우산 밖으로 내민 손바닥에서 빗물이 통통 튀었다.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비처럼 종교계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게 건넨 마음이 ‘이것 밖에 안 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고달픈 일상을 위로와 힘으로 채워주기를, ‘이제야 제대로 된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손을 모았다.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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