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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웃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기사승인 2022.06.22  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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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CK정평위와 장애인소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참사 추모 예배 진행하고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 NCCK정평위와 장애인소위가 용산구로 이전한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를 위로하는 추모예배를 진행하고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정리연

참사가 일상이 되어버린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

지난 3월 2일, 수원에 살던 아이는 끝내 초등학교 입학을 하지 못했다. 대신, 엄마 손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아이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었다. 생활고를 겪던 엄마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계속해서 키울 자신이 없었다.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컴컴하고 눅눅한 지하방처럼 절망과 막막함에 점점 빠진 엄마는 결국 아들을 살해했다.

같은 날 경기도 시흥에서 갑상선암 말기인 50대 엄마가 20대 발달장애 딸을 살해했다. 엄마는 “딸이 나중에 좋은 집에서 다시 태어나면 좋겠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4월 19일,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 앞에서는 555명의 장애인 당사자와 그 부모들의 삭발식이 있었다.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외쳤다.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가 이를 국정과제로 선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 뒤로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또다시 장애인 가족들의 참사가 있었다. 한 엄마는 6살 발달장애 아들을 안고 뛰어내렸고, 대장암 진단을 받은 60대 엄마는 중증장애가 있는 30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리고 20대 발달장애 형제를 키우던 아빠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다.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사, 어떻게 해야 죽음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 것인가.

2022년 6월 21일(화) 오전 11시, 대통령 집무실 앞(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장기용 신부)와 장애인소위원회(위원장 황필규 목사) 공동으로 주관하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회장 윤종술)가 주최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 추모예배’가 있었다.

예배를 통해 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인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 발달장애인법 및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등 관련 법령을 현실에 맞게 전부 개정을 요구했다.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 장미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부 지회장이 현장 증언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호소했다. ⓒ정리연

황인근 목사(NCCK 인권센터 소장)의 인도와 공동기도문 낭독 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미라 강서지부 지회장의 현장 증언이 진행되었다. 특히 장 지회장은 추모예배가 시작되기 전 NCCK 관계자들에게 “추모 예배를 드린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고맙고 감격스러웠다.”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장 증언에 나선 장 지회장은 먼저 “장애인 아이를 낳고 내가 무슨 죄를 지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여러분 저희는 더 이상 죄를 짓고 싶지 않다. 아이를 죽이고 싶지도 않고 내 자신을 죽이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여러분이 우리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장 지회장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우리 아이와 살아가면서 장애인, 장애인의 부모가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여러분의 이웃, 다정한, 그냥 이웃으로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말할 때는 예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는 “그런 세상이 되기 위해서, 솔직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마음을 토로하며 “우리 아이들과 제가 살아가면서 그냥 평범하게, 남들 누리는 거 누리면서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만 한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고 애타는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희망이라는 것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그것 외에 우리가 바라는 것이 없다”라며 “저희는 살고 싶다. 그냥 평범한 이웃으로, 옆에 있는 가까운 이웃으로 그냥 살고 싶다” 호소하면서 증언을 마무리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을 기억해야 할 것

전기호 목사(NCCK정평위 위원)의 특송 후 장기용 위원장은 요한복음 9장 1-3절을 본문으로 “누구의 죄인가?”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그는 먼저 “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으로 난 사람을 보고 누구의 죄인가 묻는다.”며 이는 “신체적 문제를 윤리적인 판단을 둔갑시켜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태도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대하는 가장 쉬우면서 잔인한 방법이다”라고 비판했다. 이것은 “다수의 비장애인이 장애인들을 죄인 취급함으로써 윤리적 도덕적 책임을 모면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장 신부는 예수님이 “누구의 죄도 아니고 단지 그 사람이 그냥 시각장애인일 뿐이며 더 나아가서 그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 답변을 상기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이 시각장애인을 치료해주신 것을 우리가 보고 있는데, 그 이전에 예수님의 답변과 치유 행위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죄인으로 취급하는 사람에게서 하나님의 놀라운 일이 드러난다고 하는 인식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계속해서 예수님의 행위는 “장애인 역시 하나님의 형상이고 하나님의 뜻을 담은 매우 귀중한 존재”이며 동시에 “그 역시 사회공동체에서 환영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수님은 그에게 “당당하게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맺고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살 수 있다고 하는 희망을 보여주셨다”라고 말했다.

장 신부는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서 이용하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장애인도 괴롭지만, 그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들 역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오늘의 상황을 비판하며 “정부와 국회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삶의 현장을 정말 진심으로 성의 있게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부분적인 지원을 하면서 생색 낼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사회공동체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신부는 최근에 6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이 세상을 떠났음을 상기하면서 추모예배 참석자들에게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참혹한 고통과 그 죽음이 남긴 메시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짐승처럼 목숨을 연장할 수 없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 하는 외침이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장 신부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인 사람을 통하여 드러날 하나님의 놀라운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것은 장애인들의 귀환이다. 그것은 서로 사랑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이다. 그들을 더 이상 죄인으로 만들지 말고 같이 희망을 나누고 같이 고통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 증거를 마무리했다.

다음으로 김영주 정평위 국장과 이정훈 목사(NCCK 장애인소위원회)의 성명서 낭독이 있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라”를 외치며 “발달장애인과 중증 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이날 추모예배는 황필규 목사(NCCK 장애인소위원회 위원장)의 축도로 마무리되었다.

이웃으로 만나야 할 때

▲ 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가 추모예배에 참석해 요구안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리연

예배를 마치고 현장 증언을 진행했던 장미라 지회장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장 지회장은 지난 4월 19일 삭발식 이후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점에 대해 절망스러워 했다.

“어제 국회의원 15분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지만, 저희가 이럴 때마다 좌절하는 게 그거에요. 발달장애인법도 개정했다고 발표를 하고 정부에서는 항상 뭔가를 발표는 해요. 그러면 사람들은 ‘아, 국가가 장애인들을 위해서 뭔가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죠. 하지만 현실은 아니에요. 발표로 끝나버려요. 겉껍질만 있고 그 안에 채워지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저희가 머리카락을 깎은 거였어요. 사람들은 말해요. 너희들 삭발한 게 뭐 대수냐 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서 하는 거예요. 변하지 않는 게 제일 문제고 저희한테는 그게 제일 힘들어요. 세상이 변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아이가 장애아가 아니면 될 텐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이어 비장애인과 교회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해서 “솔직히 말하면 다른 게 필요한 게 아니라 이웃으로, 나랑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여겨주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어떤 특별한 걸 해주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그냥 사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어요.”라고 설명했다.

교회 다닐 생각이 전혀 없다가 아이를 먼저 교회에 보내고 한참 후에 예배에 참석하면서 믿음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녀는 교회와 목사님 말씀을 통해서 많은 위로와 힘,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주위의 많은 사람의 기도 때문에 자신의 발이 교회에 닿은 거 같다면서 눈물 섞인 미소를 지었다.

마주치는 장애인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다르게 분류할 필요도 없다. 이들이 원하는 것처럼 흔히, 아무 때나 만나는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마음과 행동이 필요할 때이다.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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