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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 왜 하필 올리브 나무를 심어요?

기사승인 2022.05.22  16: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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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희 고양YMCA 사무총장,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에 대해 말하다

▲ 이윤희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의 현실에서 올리브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리연

국제 제국 질서와 강국들의 이권 다툼으로 인한 ‘내전, 식민지배, 독재 정치’ 하면 생각나는 나라는? 우리나라? 맞다. 그리고 또 있다. 먼 땅에서 우리와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의한 식민지이자 강력한 인종 차별이 행해지고 있는 땅이다. ‘평화의 왕, 예수’가 태어난 땅, 팔레스타인! 하지만 지금은 눈물과 고통의 땅이자 억압의 땅이 되었다.

지도에서 사라진 땅

팔레스타인 전체 면적은 26,000㎢이고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에 있다. 동쪽으로 요르단강, 서쪽으로 지중해, 남쪽으로 이집트 시나이반도, 북쪽으로 레바논과 시리아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세계지도에는 팔레스타인이 없다. ‘이스라엘’이라는 표기만 보인다.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이 있기 전까지 팔레스타인은 MENA에서 문명화되고, 인구가 밀집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미국 내 유대인들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전 세계 이스라엘이 ‘시온이즘(Zionism)’ 운동을 펼치며, 팔레스타인에 들어와 정착하기 시작했다. ‘선택받은 백성’, ‘유대인 국가 건설’이라고….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그곳에 있던 팔레스타인은 지도 위에서 사라졌고,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로 분리되었다.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이 이 지역의 주인이고 국가였지만, 이스라엘이 먼 구약시대 아브라함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현대 유대인이 이 땅의 주인임을 내세우며 2천여 년 넘게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고, 땅을 차지한 것이다. 그런 후 이스라엘은 8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을 겹겹이 쌓아 올려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두었다. 길이는 700km가 넘는다.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다니다가 갑자기 친척,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장벽을 통과하려면 체크 포인트, 총을 들고 있는 군인이 지키고 있는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가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는 팔레스타인 민간 지역에 미사일과 탱크의 화력으로 맹폭을 해서 수많은 집들이 파괴되거나, 여성, 어린이, 노약자들이 죽고 부상당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오늘도 이스라엘의 폭력과 감시 아래 살아가고 있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고 있는 총연장 700km가 넘는 분리장벽 ⓒ이윤희 사무총장 제공

시온주의와 약속의 땅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약속의 땅’으로 믿는 ‘에레츠 이스라엘’ 운동을 지지하였고, 이를 토대로 점령촌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또한 이스라엘은 이 점령촌들을 연결하는 도로를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거주 지역이 마구 분할되거나 막혀버리면서 고립되었다. 목적지에 갈 때 도로를 돌아서 가야만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도로 이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스컴에서 접하는 정보들은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편이고 팔레스타인을 테러리스트처럼 과격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팔레스타인에 올리브 나무 심기 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굳이 거기에?”라는 의아함이 들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래서 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고양YMCA 이윤희 사무총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장벽에 가로막힌 평화

사무총장님, 팔레스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10년이 넘었네요. 팔레스타인에 갔었는데 분리 장벽 밑에서 무슬림들과 대화 모임을 했어요. 뒤에 체크 포인트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이스라엘군이 총을 들고 감시하고 있었어요. 3시경부터 얘기하기 시작해서 저녁까지 했는데 해가 지는 걸 보면서 ‘이 땅이 분쟁과 갈등으로 남아 있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평화라는 걸 배우게 하는, 그러니까 역설적인 거죠. 평화가 뭔지,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딱 보면 평화가 뭔지 느껴졌어요.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남긴 땅이다, 그게 예수의 평화 아닌가, 이런 생각을 역설적으로 했어요. 그러면서 평화 운동, 에큐메니칼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죠.

또 하나는 김용복 박사님의 영향인데, 김 박사님이 언젠가 한국 평화 운동이,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이 창피하다고 하셨어요. 이유는 40년 전에도 해외에 나가면 사람들 만나서 한국 상황을 설명하면서 돈을 구하러 다녔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그 사람들이 한국도 다 성장하고 살 만한데 너희들은 도대체 뭐 하느냐고 그런대요. 세계 평화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에 너희들이 발 담그고 있는 게 뭔데? 라는 거죠.

분쟁의 핵심, 예를 들면 서구나 미주 사람들이 한국 전쟁 또는 그 이후에 100여 년 동안 분쟁의 땅, 갈등의 땅 한국 크리스천들과 한국 시민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것처럼 너희들이 분쟁으로 아파하는 지역에서 하는 게 뭐 있냐, 왜 너희들은 맨날 아프다고만 하고 너희들만 도와달라고 하냐 라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대요. 

어느 날 제가 팔레스타인에 같이 가자고 했더니 “그래 그렇게 해야지. 한반도와 팔레스타인을 같이 가져가야 하는 거야. 하나님의 평화는 약한 자의 연대야. 평화는 강자가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거를 그냥 책으로만 읽지 말고 약자들이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가지고 팔레스타인에 가자”라고 말씀하셨어요. 팔레스타인 평화 운동은 예수의 평화를 찾아가는 운동이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게 아니에요. 협력하는 거죠. 팔레스타인 평화와 같이 하는 길이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갖는 운동이고 에큐메니컬 운동의 본질을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 2009년 첫 방문 시 팔레스타인 JAI 멤버들과 함께 이스라엘 통제지역에서 올리브캠페인의 필요성에 대해 배웠다(4월7일 소천하신 김용복 박사님과). ⓒ이윤희 사무총장 제공

올리브 나무 심기는 평화적 저항

점령군과 불법 정착촌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총을 쏘거나 칼로 찌르는 등의 폭력도 행하기도 한다. 돌을 던지거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폭력행위들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하고 있지만, 거의 처벌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점령군들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점령촌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일상이 파괴된 삶을 살고 있겠네요. 요즘 말로 하면 이스라엘의 갑질인 셈인데, 가서 직접 보고 들었을 때 많은 생각이 오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올리브 나무 심기와 팔레스타인 평화 운동은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의 역사에요. 가족이자 친척, 친구예요.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유일하게 재배할 수 있는 식물이에요. 그러다 보니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인구 70%의 주 수입원인 동시에 이들의 민족성과 역사를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어요. 그걸 아는 이스라엘이 들어와서 올리브 나무를 전부 뽑아버렸죠. 3천 년 역사를 지닌 올리브 나무를 뽑아서 팔레스타인 역사를 송두리째 지우려고요.

불법 정착촌과 군사 점령 지역을 빼면 팔레스타인 땅이 아주 적게 남아 있는데 사람들이 자기 땅에 농사를 안 짓고 3년 동안 그냥 두면 이스라엘은 그걸 주인 없는 땅으로 간주하고 가져가 버려요. 일제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농사 안 짓고 있으면 “주인 없는 땅이네” 하면서 일본 정부에 귀속시킨 거랑 똑같잖아요. 근데 분리 장벽, 불법 정착촌, 군사 지역이 생기면서 농사짓는 게 힘들어지죠. 거기로 가기도 힘들고 총으로 위협하고 그러니까.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땅이 쉬게 되잖아요? 그러면 이스라엘에서 가져가는 거에요. 그러니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올리브 나무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의미가 있어요. 3천 년, 5천 년 된 올리브 나무도 있어요. 일단 먹고사는 문제가 하나 있고 올리브유는 그 사람들이 우리가 김치 먹듯이 먹는 거니까, 그래서 땅을 지키는 게 더 큰 의미예요. 그러니까 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어요. 심으면 끝? 아니에요. 심으면 이스라엘에서 포크레인으로 막 뽑아내요. 불도 지르고요.

그럴 줄 알고도 심는 거예요?

네. 뽑힐 줄 알면서 뭐하러 심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죠?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오늘은 사과나무를 심으리라’처럼 고상한 게 아니라, 내일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심어야 하는 거예요. 땅을 지켜야 하니까. 이스라엘의 기본 정책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해서 내보내려는 의도가 있어요. 살아가기 힘들게 해서 지긋지긋하다, 더는 못 살겠다면서 스스로 떠나게 하려는 거죠. 예를 들면 어느 동네에는 병원 하나 없어서 임산부가 애를 낳으려면 거길 나가야 하는데 나가지 못 하게 해서 유산되거나 죽은 일도 있어요.

어쨌든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협력해서 올리브 나무를 심는 건 땅을 지키고자 하는 게 가장 커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과 땅을 지키고 평화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세계 평화의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고 연대하는 일이에요. 올리브 나무 한 그루를 후원함으로써, 평화를 위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요청에 응답하고 청소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미래를 돕는 일인 거죠.

▲ 이스라엘 군대가 뽑고 불태울 것을 알면서도 올리브나무 심기는 계속된다. ⓒ이윤희 사무총장 제공
팔레스타인은 지중해 지역과 함께 올리브 나무 재배의 최적지로 1인당 2그루가 넘는 1천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있으며 경작지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올리브 나무가 갖고 있는 가뭄과 질병에 대한 높은 저항성은 더운 기운과 열악한 토양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항과 복원력의 상징이 되었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올리브 나무를 갖고 있으며 대부분의 가정에서 올리브 나무를 키우고 있다.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단순한 상징일 뿐만 아니라 8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 과일 생산량의 70%를 올리브 나무가 차지하고 있으며, 약 14%의 경제 기여도를 갖고 있다. 수확한 올리브 열매는 올리브 오일 등에 93%, 나머지는 비누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또한 유기농 식품과 공정무역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럽과 북미 시장에 수출되기도 하며 올리브 나무는 수공예품 제작이나 난방용 땔감으로 사용된다.
- <2020~2021 올리브 나무 캠페인 보고서 - 고양YMCA 발행>, JAI(Joint Advocacy Initiative)(미주 1) 보고서 중에서

평화, 온전한 존재를 위한 삶

팔레스타인 땅에 올리브 나무를 심어서 땅과 정체성을 지키고 미래를 키운다! 좋은 기획인 거 같아요. 그런데 나무만 심는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진 않은데요. 장기적으로 함께 이뤄나가고 있는 게 또 있나요?

올리브 나무 한 그루를 기부하는 건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미래에 기여하는 거에요. 20달러로 올리브 나무를 사고 땅을 확보하고 관개수로 시설의 보수를 포함해서 나무 한 그루 심는 모든 비용을 마련할 수 있어요. 물론 이스라엘에서 뽑기도 하고 불태우기도 해요. 근데 외국인이 심었다는 표시를 해두면 그냥 두는 경우가 많아요. 함부로 망가뜨리지 않아요. 우리가 나무를 심은 후에 나무마다 기부자 이름을 걸어 놓거든요(웃음). 그리고 올리브 나무가 파괴되고 토지 압류로 위협받고 있는 지역에 올리브 나무를 다시 심는 걸 목표로 해요. 이런 지역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서안 지역 내 C지역이거나 유대인 불법 정착촌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에 의해 올리브 나무와 농지가 파괴된 지역이에요.

우리가 또 계획하고 있는 건 평화성지순례, 대안평화순례에요. 지금 행해지고 있는 거의 모든 성지순례는 이스라엘 여행사를 통해서 하죠. 주요 장소를 도장 찍듯이 방문하고 끝나는데, 그러한 유적지 탐방 중심의 성지 답사를 벗어나 보자는 취지에요. 팔레스타인 여행사를 통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문화, 이스라엘과 분쟁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과거뿐 아니라 지금을 들여다보고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참된 평화의 의미를 찾아보자는 겁니다. 팔레스타인 난민촌과 분리 장벽 및 체크 포인트, 올리브나무 심기 캠페인 등 평화 활동 현장을 둘러보고 팔레스타인 크리스천과의 만남과 현지 교회 방문 프로그램도 가능하죠. 예루살렘 십자가의 길이나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답사 등 기존 성지순례 코스도 포함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공정무역이에요. 팔레스타인에 올리브 관련 제품이 이미 많이 있어요. 올리브 열매, 올리브유, 올리브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비롯한 수공예품 등. 그걸 공정 거래를 통해서 우리나라와 유통 구조를 만들려고 하고 있죠.

그러고는 올리브 나무로 만들었다는 십자가를 선물로 주셨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힘겨운 삶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손안에서 따뜻하게 퍼지면서 기도가 되었다. 지금껏 편협한 지식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팔레스타인과 그들의 평화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 올리브 나무 심기 운동에 참여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올해도 올리브 나무 심기 모금 운동(동참을 원하는 독자 여러분들은 구글[클릭]과, 네이버[클릭]에 접속하면 된다)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2월에는 올리브 나무 심기, 올리브 열매 따기 등을 위한 팔레스타인 평화순례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예수님은 핍박받고 가난한 자, 병들고 힘없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이 땅에, 팔레스타인 땅에 오셨다. 참된 위로와 소망, 치유, 자유와 평화를 주기 위해 오셨고 그렇게 사셨다. 예수님이 기도와 눈물, 기쁨과 손길이 머물렀던 땅이 난민촌,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분리 장벽, 체크 포인트(검문소) 등으로 억압과 분쟁, 고통으로 얼룩져 있다. 예수님이 하셨던 것처럼 고통을 함께 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것, 이제 한국교회와 우리 믿는 이들이 그 길을 걸어야 하지 않겠는가.

▲ 올리브 나무 심기 모금 운동

P.S. 이윤희 사무총장을 만나고 돌아온 지 일주일이 넘도록 정리를 하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뭔가 둥둥 떠다니는데 잡히지 않았다.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사진을 보고 기사를 읽었다. 그럼에도 아주 얕은 이해만 했을 뿐이지만. 정리를 거의 마무리하면서 이윤희 사무총장에게 “사무총장님, 평화란? 한마디로 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에 나 스스로에게도 계속 물어보고 있는 질문이었다. 잠시 후 답변이 왔다.

“아주 어려운 질문... ‘온전한 존재를 위한 삶’ 저는 이리 말하고 싶네요.”

올리브 나무가 팔레스타인 땅을 가득 메워 숲이 되는 상상

크고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진 마을의 올리브 숲. 새들이 깃들고 잎사귀들이 바람에 사각거린다. 장난꾸러기 이스마엘(팔레스타인에서 평범하게 부르는 이름)은 친구들과 날마다 올리브 나무 그늘에서 뛰어놀았다. 수확철이 되면 온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바구니에 가득 올리브 열매를 담으면서 웃었다. 이스마엘네 올리브 나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 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또 그 전전전… 대대로 키워온 나무다. 뿌리가 깊고 든든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부모님이 정성스럽게 키워왔다. 그런데 어제 총을 든 사람들이 와서 올리브 나무를 뽑아버렸다. 어떤 나무는 불에 탔다.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어린 이스마엘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우는 엄마를 보면서 속상했다.

오전에 나가셨던 아빠가 오후에 어린나무를 손에 들고 돌아오셨다. 이스마엘은 아빠를 도와서 나무를 땅에 심었다. 아빠가 말했다. “뽑히고 불에 타더라도 우리의 정체성과 땅은 사라지지 않는단다. 올리브 나무가 우리를 지켜 줄 거야.” 이스마엘은 나무에 물을 주면서 생각했다. ‘올리브 나무는 평화야. 우리 가족의 삶을 지탱하게 해주니까.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 모두를 살게 하니까.’ 이스마엘은 고개를 들었다. 지는 해가 분리 장벽 너머로 사라지면서 하늘을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 5,000년 된 올리브 나무 ⓒ이윤희 사무총장 제공

미주

(미주 1) JAI(Joint Advocacy Initiaive)-WCC의 협력과 지원으로 동예루살렘 YMCA와 YWCA가 공동으로 조직해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사무실은 베들레헴에 있다.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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