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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존재와 연대할 수 있는 귀한 가치”

기사승인 2022.05.18  15: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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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신학교와 크리스챤아카데미 공동주관으로 ‘아이다호, 국제 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 기념예배 드려

▲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면서 동성애를 질병이나 치료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게 된 것을 기념하는 아이다호, 국제 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 기념예배가 청어람홀에서 진행되었다.ⓒ홍인식

무지개신학교와 크리스챤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2년 아이다호(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기념예배”가 17일(화) 오후 7시 30분 낙원상가 청어람홀(온·오프 병행)에서 진행되었다. 기념예배는 1부 예배와 2부 ‘제1회 퀴어성서주석 설교&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입장 시 각자가 가져온 그릇에 촛불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예배는 “비우고 채우는 행위를 통해, 내가 가지고 온 이분법의 편견과 아집을 비우고, 주님이 주신 빛으로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성찰합니다. 주께서 주신 말씀을 듣고 헌신을 다짐하며, 주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연대를 채웁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고인 채 방치되면 아집이 되기 마련입니다. 간신히 너무나 소중히도 찾아온 주님의 사랑을 소유하지 않고 서로를 향해 뿌려 축복합니다. 우리는 자신을 비우고 채우며 주님께서 날마다 새로 부어주시는 사랑과 용기를 구합니다.”라는 기도와 함께 시작되었다.

예배 시작과 함께 참여자들은 “낙원가”(육우당 시, 이지움 곡), “어서 오라 어서 오라 사랑하고 오라 평화로운 세상이여. 어두컴컴한 암흑세계 잡아 먹고 어서 오라. 은하수가 흐르듯이 꽃잎 타고 어서 오라. 평등 평화 아름다운 세상이여 어서 오라. 성소수자 사랑하고 장애인도 살아가고 이방인도 함께 가는 그런 세상 낙원이여 그런 날이 온다면은 모든 이가 밤낮없이 덩싱덩실 춤을 추며 기뻐할 것이다. 기뻐할 것이다.”를 입례 찬송으로 불렀다.

계속된 예배의 순서에 따라 참여자들은 죄 고백의 기도를 드렸다.

“퀴어 그리스도께, 우리의 죄를 고백합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취약함과 한계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교만했고 성령을 기만했습니다. 우리의 판단함의 죄를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했고, 한 사람 안에서 교차하는 다양한 정체성들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단일성의 죄를 고백합니다. 우리는 우리 공동체 안의 상처와 아픔에 무관심했습니다. 다양한 쟁점과 투쟁보다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단일한 쟁점과 투쟁을 고수하며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무관심으로서의 죄를 고백합니다.”

곧 이어진 간구의 시간에 석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은 “하나님/하느님! 신학교 선지 동산에서 신음하는 퀴어, 앨라이들이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 없는 신학교를 꿈꿉니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은 구름의 이동속도처럼 천천히 가보는 길이겠지만 결국 그 어떤 차별과 혐오도 막을 수 없는 길이 되게 하소서.”라고 차별 없는 교육현장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프리다 한국예수교회연대 공동대표는 “하나님/하느님, 그래서 우리는 오늘 차별 없는 교회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누군가가 갈 수 없는 교회, 들어갈 수 없는 교회라면 여기 모인 우리가 '모두를 위한 교회'가 되겠습니다. 차이가 차별로 변하지 않고, 다름이 축하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예수공동체임을 고백하고 따르렵니다. 혐오를 거두고 사랑을 말하고, 차별의 교리를 거두고 평등한 교회가 되렵니다. 아주 작은 차별에도 성실한 저항을 지속하게 하시고, 여기 모인 우리가 교회의 차별을 지우는 지우개가 되고 평등의 무지개를 그리는 붓이 되게 해 주십시오”라며 차별 없는 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산강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은 “차별은 타자를 향한 폭력인데, 그 폭력에 노출되어 고통과 상처 속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자비와 은총을 베푸소서. 우리 사회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생명공동체를 함께 세우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하늘 정원 같은 사회가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장주찬 연세대 ‘컴투게더’ 회원의 창세기 2:18-25의 말씀봉독 후에 이명진(기윤실)의 “두 번째 창조 다시 읽기”라는 제목의 말씀선포가 이어졌다. 이명진은 “본문과 관련하여 기존 해석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해당 부분을 다르게 보기 위한 고민을 나누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 고민은 “4가지로 정리하면 첫째 창세기 2장에서 아담을 남자로 볼 것인가, 둘째 도울 배필에 관한 번역 셋째, 동물에게 이름 짓는 행위의 의미와 넷째 성이분법 해석 극복하기”라며 설교를 시작했다.

▲ 아이다호 기념예배에서 설교 후 이은주·한명성 목사의 집례로 성만찬이 진행되었다. ⓒ홍인식

그는 아담의 번역에 대해서 “처음 창조된 인간의 성별을 양자가 아닌 안드로겐으로 규정하는 안드로겐 규정하는 해석도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며 따라서 “아담을 특정 성별로 지칭하는 명사로 번역하기보다 성 중립적인 뜻을 내포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라 지적했다.

두 번째에 대해 그는 “돕는 배필”의 경우에는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의 앞에 도움을 주겠다.”로 읽을 것을 주장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동물의 이름을 부르게 하는 대목의 해석에서 “하나님은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함을 판단하시고 우선 동물이라는 타 존재의 시선을 돌리게 하신다.”며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함을 먼저 아시고 우선 다른 피조물들과 감사하게 하신 하나님의 인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자의 갈비뼈에서 여자를 창조한다는 대목에서 “갈비뼈로부터의 창조를 존재와 존재가 연결된 관계성으로부터 보아야 한다.”며 “첫 사람은 자신의 존재와 다른 이의 존재가 연결됨을 기뻐하였다.”고 강조했다. “이 연결성은 오늘날 다른 존재와 내가 연대할 수 있는 귀한 가치를 설명하며, 불완전하게 창조된 사람이 타 존재를 인식하며 공존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에 의지하여 이제 더 이상 이분법적인 제한도 성차별적인 인식은 자리를 잃어버린다.”고 설명하며 “우리는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임을 자각하며 피조세계 속에서 다른 존재들을 인식하고 그들과 함께 연결되어 살아가야 한다.”며 설교를 마무리했다.

말씀증거 후 참여자들은 “우리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임을 믿으며,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의 본이 되어 모든 생명들이 숨을 쉬도록 하나님/하느님의 창조사역에 동참해야 함을 믿습니다. 우리는 주께서 우리를 담을 허무는 퀴어한 삶으로 부르셨음을 믿으며, 거듭남과 부활, 영생의 삶이 그와 같음을 믿습니다.”라는 공동의 고백을 드리고 ‘다양한 얼굴의 하나님(God of Many Faces)’의 찬송을 불렀다.

말씀의 예전 후에는 이은주·한명성 목사의 집례로 성만찬이 진행되었다. 성만찬 후 참여자들은 ‘무지개 그리스도에 드리는 기도’와 ‘무지개의 모든 색’이라는 제목의 찬송을 드린 후 참여자들 간의 달팽이 인사로 예배를 마쳤다.

또한 예배 후 ‘제1회 퀴어성서주석 설교&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이 진행되었는데 설교 부문에서는 ‘이명진’이 에세이 부문에서는 ‘김경하’가 각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번 예배와 시상식은 대면/비대면 그리고 수화통역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다호데이(IDAHO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는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면서 동성애를 질병이나 치료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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