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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장애인권리예산 투쟁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

기사승인 2022.05.18  15: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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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투쟁” 2022 NCCK신학위 <사건과 신학> 4월호 ⑶

▲ 삭발하고 있는 유진우 활동가 ⓒ옥바라지선교센터 페이스북

저는 4월 12일 아침 8시에 경복궁 역에서 삭발을 했습니다. 삭발한 이유는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에 대한 윤석열 인수위의 답변을 촉구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머리는 장애인인 저에게 자신을 꾸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장애인인 저는 비장애인이 하는 취미, 운동을 하지 못해 꾸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머리를 자주 바꿔가며 개성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삭발을 했습니다. 머리보다 더 간절한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에 …

장애인권리예산은 투쟁하지 않으면 결코 쟁취해 낼 수 없기에 삭발을 결의하고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삭발식에서는 새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새민족교회 황푸하 목사가 ‘바퀴 축복식’이라는 다소 생소한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바퀴 축복식’이 어떠한 의미를 나타내는 걸까요?

“저는 단지 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11살 때부터 꿈꿔온 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는 목사는 소외된 자, 배제된 자와 함께 활동하던 예수의 발자취를 따르는 사람이 목사라서 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저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 신학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이제 목사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고, 신이 났습니다. 학교에서 하라는 과제, 공부, 책 읽기를 했습니다. 목사가 되기 위한 노력이란 노력을 다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했던 노력은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비장애인 중심 구조가 가득한 신학교와 교회 내에서는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았고, 권리의 주체가 아닌, 도움의 객체로 상정하여 저의 노력은 그냥 장애인이 노력하는 노력이었고, 아무런 제도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차별을 견디지 못한 저는 17년간 꿈꿔온 목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비장애인 중심 커리큘럼을 이수하기 위해 발버둥 쳤고,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오는 답변은 ‘기도하겠다’, ‘기다려라’, ‘장애인인데 할 수 있냐?’였습니다. 그 순간 장애인이 아무리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노력하고 발버둥을 쳐도 그냥 장애인이구나, 도움의 객체밖에 될 수 없기에 17년간 꿈꿔온 목사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유진우 투쟁결의문 일부분>

교회 공간에서, 또는 목회자의 영역에서 현재 한국교회는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라는,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살아가겠노라 다짐한 교회에서 조차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저는 황푸하 목사가 진행한 바퀴 축복식에서 한국교회가 배울 점을 찾았습니다. 바퀴 축복식이 그저 하나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너무 지나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교회가 장애인을 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계단을 없애고 경사로 설치를 안 했다는 점, 예배당이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교회에 가지 못하게 만든 점, 수어 통역과 문자 통역이 없어서 청각장애인을 배제한 점, 예배 자료에 점자가 없어 시각장애인을 배제한 점, 쉬운 말로 된 주보, 설교가 없어서 발달장애인을 배제한 점은 그동안 교회가 장애인을 배제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신앙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려고 교회를 찾아 헤맸던 장애인을 갈 곳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황푸하 목사는 교회가 나아가야 할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교회에 접근성이 안 되면 직접 현장에 나와 장애인과 함께 투쟁에 동참했다는 점입니다. 장애인의 권리가 나의 권리와 연결돼 있어, 본인이 할 수 있는 축복식으로 장애인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어 투쟁의 현장에서 다치고 지친 바퀴, 아니 몸에 향유를 부어 축복했습니다. 그들의 투쟁이 승리하길, 그리고 함께 하겠노라고, 나중에 투쟁에서 승리하면 함께 먹고 마시겠다고 축복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장애인을 배제하는 행위를 그만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투쟁과 한국교회가 믿는 예수가 했던 행동이 똑같다고 생각하고,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살겠다고 결심한 한국교회는 이제 장애인권리예산 투쟁을 함께 할 시기입니다. 교회에 있는 턱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점자 예배 자료를 만들고, 수어 통역과 문자 통역을 예배 시간에 해야 하고, 쉬운 말로 주보를 만들고, 설교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 신학생이 목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만들어야 예수가 말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진우(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kncc@kncc.or.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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