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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센터, 성소수자 목회 토론회 열고 목회 사례 살펴

기사승인 2022.05.17  01: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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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차갑고 죄인 취급하는 한국교회 현실도 짚어

▲ 무지개센터가 성소수자 교인 목회를 진행하고 있는 사례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성소수자 목회의 방향을 제안했다. ⓒ류순권

‘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대표 황용연 목사)가 지난 1월 출간된 성소수자 교인 목회 안내서인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NCCK성소수자교인목회연구소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와 섬돌향린교회 공동으로 16일(월) 오후 3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성소수자 교인 목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성소수자의 존재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먼저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NCCK 성소수자교인목회연구소위원회 위원장)는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 집필진의 입장에서 본 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최 목사는 무엇보다 이번 책 발간이 “한국 교회 처음으로 성소수자에 관한 공적인 문건 작업으로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책 발간의 소회를 “교회 안에서 공통된 의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을 두고 어떤 일을 추진하는 것은 모험일 수밖에 없지만, 엄연히 교회 안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책의 발간 목적은 “첫째 성소수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묻고 답을 찾으려는 그리스도인 목회자와 평신도에게 성찰과 실천의 작은 길잡이가 되어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성소수자 목회에 대한 공적인 논의를 촉발하는 제안서와 같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지하게 가슴을 맞대고 깊이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두 번째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섬돌향린교회 목회 경험에서 얻어진 “성소수자 교인 목회의 실제 사례”를 발표했다. 임 목사는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정국이 15년째 이어지는데 이때마다 온갖 혐오 발언에 노출되어야 하는 성소수자이자 그리스도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라는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지금 교인은 아니지만’ 혹은 ‘중고등부 회장도 했다.’ ‘oo 교회에 예배만 참석하고 있다.’ 등등 전현(!) 그리스도인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다만 교회를 떠난 이들은 신앙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혐오 발언을 들을 수 없어서, 현재까지 다니고 있는 이들은 하나님을 떠날 수가 없어서 그런 발언들은 귀를 막고 다닌다”는 호소를 언급하며 사례를 들어 말했다.

임 목사는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 “성소수자 교인목회 및 선교 안내서”>(이하 안내서)는 “조심조심 한 걸음, 마음 열고 두 걸음, 같이 깊이 세 걸음, 같이 걷기 네 걸음이라고 하는 큰 틀로 환대하는 교회로의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는 여정을 소개하고 이는 책이다”라며 “어느 정도 마음 문을 연 상태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교회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본 책의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

임 목사는 “설립된 지 10년째를 맞는 섬돌향린교회의 여정은 어떤 면에서는 점진적인 변화가, 어떤 면에서는 급격한(!) 변화가 공존하는 세월이었다”라고 회고하며 교회의 목회 여정을 네 걸음이라고 표현했다. 섬돌향린교회의 조심조심 한걸음의 단계에서 당면한 두 가지 큰 사건에 대해 회고했다.

하나는 분가를 준비하던 시기 게이 커플 결혼식을 위한 예배당 사용 요청 반려의 건이고, 다른 하나는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후 게시판 폭탄 사건이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교회 온라인 게시판, 대자보, 당회 등등을 통해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오고 갔고 당시 분가를 준비하던 시절에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되었다고 했다.

임 목사는 섬돌향린교회의 마음 열고 두 걸음의 과정에 대해 “2014년 6월 7일에 개최된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Love Conquers Hate)>에 섬돌향린교회 이름으로 참여한 일”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퀴어퍼레이드 행렬은 반동성애 진영들에 의해 가로막혔고, 대치 상황이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며 하지만 “섬돌향린교회 교인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고 결국 끝까지 기다리다가 축제 스텝들의 박수를 받으며 완주하였다”고 회고했다. “그 후 섬돌향린교회는 주일예배 하늘 뜻이나 해마다 개최된 섬돌 모꼬지(전교인 수련회)에서도 대화의 고리를 가져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임 목사는 계속해서 ‘섬돌향린교회의 깊이깊이 세 걸음’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세 번째 걸음의 단계에서는 “성서와 관련해서는 하늘뜻펴기를 시작으로 여성의 눈으로 성서읽기, 퀴어신학마당 등을 통해 해석 작업이 이어져 왔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1년 여름에는 한신대 구약학 교수인 이영미 교수가 이끄는 ‘밀리와 함께하는 모다들엉 퀴어신학’을 통해 퀴어성서주석 강독을 겸한 배움마당이 진행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섬돌향린교회의 같이 걷기 네 걸음”에서 임 목사는 “환대하는 공동체로 가는 길”은 섬돌향린교회에게 있어서도 현재진행형이라며 “몸맘풀기부터 시작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섬돌향린교회 교인들에게 ‘몸맘풀기’를 위한 충분한 시간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임 목사는 “섬돌향린교회의 그간의 걸음은 교인의 입장, 즉 성소수자 교인과 비성소수자 교인의 입장에서 각각 조명하여 들어보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겠다. 목사보다도 교인들의 생생한 증언이야말로 목회의 실제가 아니겠는가!”라며 “환대하는 공동체로 가기 위한 안내서의 구체적인 스텝은 2019년 1월 공동의회에서 통과된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섬돌의 약속>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임 목사는 마지막으로 “<다양성 속의 일치>가 실천되기까지는 상당히 지난한 과정을 지나야 한다는 것을 섬돌향린교회 목회를 통해 배우고 있다”며 “안내서에 담긴 내용을 그야말로 ‘책에 나온 대로’ 적용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어떤 지점에서 시작해야 하는지는 그 교회 공동체를 잘 아는 분들이 진지하게 가슴을 맞대고 깊이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보적임에도 소극적인 현실

성소수자 교인 목회의 실제 사례 두 번째로 김정원 목사(전 향린교회 부목사) 발언이 있었다. 그는 “향린교회는 지난 70년간 사회적 선교에 앞장서며 명실공히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는 교회”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전히 “여성, 퀴어, 장애인 등 소수자 문제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라면서 아쉬워했다.

향린교회는 새로 유입된 청년들이 젠더퀴어들을 위한 토론 및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엘라이 연대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향린교회 당사자들의 특징은 “퀴어 당사자들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교회 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예: 새날청년회)이나, 담당 목회자에게, 즉 제한적 형태로 커밍아웃을 한 상태”인데, “세대 간뿐 아니라 청년 간에도 젠더감수성 등의 차이로 아웃팅의 위험이 있거나 부모나 친구, 사회적 관계로 인해 섬돌향린, 로뎀나무그늘 등에 출석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이유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등 여러 소통 창구(설교, 교육, 행사)를 통해 알리려는 노력과 퀴어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 내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수의 관심과 이해를 모아내기가 어려운 상황, 향린이 ‘무지개교회’에 속해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교우들이 많고, 무지개 교회로서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태, 다른 이슈들에 묻히거나 차선이 될 경우가 다반사,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이슈로만 논의될 때가 있음, 페미니즘과 퀴어 담론을 향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교인들 발생 등이다.”

온몸으로 거부하는 교회의 차별에서부터 쉼을 준 책

다음으로 ‘수수꽃다리’(로뎀나무그늘교회 교인) 님의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성소수자 교인 당사자에게 갖는 의미’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로뎀나무그늘 교회 외에 가족과 함께 다니는 대형교회에서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대형교회에 현수막이 하나 걸렸습니다. 차별금지법 반대 현수막이었습니다. 제게는 어머니와 같은 교회인데 충격이 컸고, 찬양 연습실에 앉아서도 머리가 멍해진 상태로 눈물이 자꾸 흘렀습니다. 온몸에서 엄청난 분노가 일었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분노에 휴지통을 발로 냅다 차 버렸지만 분은 전혀 풀리지 않았습니다. 쇠로 된 휴지통이 꿈쩍도 안 하는 것이, 마치 완강하게 버티는 근본주의 교회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그리스도의 공동체’인 기성 교회가 성소수자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듯이 행동을 하고 있고 세상도 역시 자신들의 존재를 자꾸 지우고 없애려 한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마음 깊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대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끌어 올려주는 마중물 같은 책”이고, “한 번 읽고 꽂아 둘 책이 아니라,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 같은 책”이기도 하다면서 많은 위로가 된다고 했다.

또한 당사자의 입장이 필요하다는 조건 아래 부족하지만 책 발간 작업에 참여하면서 “고아와 과부의 하나님, 연약한 자들의 하나님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시간이었고, 혐오를 피해 한쪽 구석에 쪼그려있던 제게 오래간만에 가슴을 펴고 ‘우리 하나님이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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