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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여백이 있었던 순간

기사승인 2022.01.27  15: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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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경 이야기 ⑶ 사자모 소리

▲ 애를 쓰고 목숨을 건 것 같이 살지만 정작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건 여유와 여백이다. ⓒGetty Image

나와 남편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섰으나, 서로 맞닥뜨리었으니 내 선택이 옳았노라고 할 이유를 얻지 못하였다.

ㅁ자의 구조였다.

굳이 우겨보자면, 내가 빨랐느냐 네가 빨랐느냐를 따지는 것인데, 부질없지 않는가. 여태 빨리 도착하려 애썼다지만, 어쩐 일인지 목적지에 다다르고 보니 간간이 들던 서운함마저도 덧없는 사소함으로 사그라지게 되었다.

과정에서는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매사에 어쩌면 그렇게 결과에 이른 뒤에야 겨우 알아차려지는지 모르겠다. 사실, ‘몰랐다’ 보다는 ‘알았다’. 그러나, 알면서도 상황에 골몰하여 간과한 우리 자신을 보는 것이기도 하는 것이니 담담해진다. 겸손하게 한다.

여하튼.
“여보, 나 사실 화장실도 급한데…”
도착하고 나니 그제야 요의가 든다.
“인사부터 얼른 드리고 다녀와야겠네.”
남편은 화장실부터 가란다.
“아니, 그래도 늦었는데 인사드리고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하면 되지.”
그런데, 또 화장실부터 다녀오란다.

오늘 남편은 이상하다. 아무튼, 평소와 좀 다르다.
‘그래, 이왕 늦었으니까.’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우리를 언제나처럼 반가이 맞아주신다.
선물 받으셨다는 드립백 커피를 내어주셨다. 부드럽게 내려진 커피를 한 모금 넘기니 한결 여유로움이 생긴다. 광고 카피에서 본 것 같은 차 한 잔의 여유가 이런 것인가?

그 늦은 시간이 아쉬워 1시간을 꽉 채운 만남을 가졌다. 사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교분을 맺게 된 감사한 어른이시다. 먼저 앞서 길을 걷고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같이 걷도록 격려해주시는 좋은 어른이다. 문자 그대로 선생님이다. 이런 때에 만남의 복을 주신 주님께 감사가 절로 나오는 것이리라.

오늘도 우리 부부를 공감해 주시고,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셨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여유로이 발을 맞추어 걷는다.
시간의 정함이 없는 여유로움 때문만은 아닌 느긋함이 생긴다.
하나 되는 기쁨을 누리는 부부. 그리고, 각자가 서로 자유롭게 즐기게 되는 여유로움.

따로 또 같이.
오늘의 대화에서 그리고 만남의 여정에서 느끼고 배웠다.
퇴근시간이 되어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많이도 탔다.
각자 손에 든 스마트 폰를 쳐다보느라 옆 사람을 볼 겨를이 없다. 그런 와중에도 지치고 고단한 몸을 서로 기대어 잠들기도 한다.

남편이 몇 칸 건너 앉아 있는 내게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며 손짓을 한다.
내릴 때가 가까운 때에야 앉을 자리의  여유가 있다. 다가가 나란히 앉았다.
차디찬 내 손위에 자기 손을 얹더니 몇 번 비벼서 잡는다.
“아, 따뜻하다.”

잘 놀았다.
여유와 여백을 가진 삶…
노는 것을 통해서 즐기게 된다.
배움과 깨달음에 감사한 날이다.
겨울날, 복잡한 도시에서의 삶에 들꽃 몇 송이를 본 듯한 아름다움이 마음에 생긴다.

장사모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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