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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야(그리스도)는 누구인가?

기사승인 2021.12.28  16: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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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일 목사와 함께 하는 주제로 읽는 성경 ㊻

< 1 >

일반적으로 ‘구세주’로 번역되는 ‘메시야’는 히브리어로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인데, 신약성경에서는 그리스어로 ‘그리스도’로 번역되었습니다. 구약성경 시대, 하나님의 특별한 일들을 수행하는 구별된 종으로 부름을 받아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그들은 주로 제사장(레 4,3; 6,22), 왕(삼상 24,10; 삼하 19,21), 그리고 선지자였습니다(왕상 19,16).

이 때 사용된 기름은 주로 ‘올리브기름’이었습니다. 올리브기름은 손님을 환대하거나, 몸을 치장하고, 또는 시신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또 덥고 건조한 사막 기후 지역에서는 피부 건강과 악취 제거를 목적으로 몸에 바르기도 했고, 상처와 질병을 치료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눅 10,34; 약 5,14).

그러나 고대 근동에서 기름부음 의식은 왕권의 위엄과 권위의 표상이기도 했는데요, 신에게 특별히 선택받은 왕(삼상 16,13), 제사장(출 28,4), 선지자(왕상 19,16) 등에게 행해졌습니다. 기름 부음의 형식은 주로 머리에 붓는 방식이었으리라고 추정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정 후기와 바벨론 포로기 이후로는 ‘기름부음 받은 자’ 곧, ‘메시야’에 대한 기대가 특별한 뜻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바벨론 제국에 의해 나라를 잃고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이 망한 다윗 왕국을 회복하고, 국가의 독립을 쟁취할 정치적 지도자에 대한 강한 열망이 이른바 ‘메시야 대망’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구약성경의 이사야 예언서가 대표적인 전거입니다. 유대교 안에서 전개된 이런 메시야니즘은 처음에는 다윗 왕국의 회복에 대한 기대로 시작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온 피조 세계의 구원에 대한 기대로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사 11장).

신약성경 시대에도 유대인들의 메시야 대망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 당시에도 유대가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던 역사적 상황 때문입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이 등장하기 전에도 자칭 메시야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대중이 기대했던 메시야는 다윗이 모든 이방민족들을 정복하고 다윗 왕조를 세웠듯이 로마 제국과 같은 이방민족의 압제로부터 해방과 독립을 가져다 줄 정치적 지도자였습니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와 평화를 가져다 줄 메시야, 다윗 왕조의 회복을 가져올 해방자요 군사적 영웅을 기대했던 것이지요.

메시야니즘, 구세주 신앙은 유대교만의 특징도 아니고, 스스로를 메시야, 곧 신적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추종자들을 모은 지도자들도 역사 속에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의 미륵 신앙, 장막성전, 통일교 등 신흥종교들과 그 창시자들이 대표적이지요. 그들은 신이 된 인간이라고 하겠습니다.

메시야니즘은 종교현상만이 아닙니다. 일종의 정치적 메시야니즘도 있습니다. 신격화된 로마 황제들, 민족해방운동의 지도자들도 그런 인물들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수님이 자기 나라를 로마제국의 지배로부터 해방하고, 다윗 왕조를 회복하실 그런 정치적 메시야이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 자신은 이스라엘 백성이나 제자들의 기대와 달리 자신이 메시야임을 스스로 공인하시기를 주저하셨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자들에게 침묵을 명령하시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메시야 칭호를 수락하심으로써, 자신은 정치적 해방자로서의 메시야가 아니라, 다른 의미의 메시야, 곧 십자가 고난과 부활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 자체를 이기신 메시야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전혀 다른 의미에서 자신의 메시야됨을 입증하신 것입니다. 승리와 정복이 아니라 패배와 순종을 통하여 세상을 구원하시는 길을 가신 것이지요.

▲ 그리스도교는 예수를 구약성서가 예언한 메시야로 믿는다. ⓒGetty Image

< 2 >

우리는 지금 교회력에 따라 대림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기간이지요.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복음서들의 증언은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하는 메시야의 탄생과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신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기 위해 선택한 여인이 로마 제국의 왕비나, 이집트 파라오의 공주, 유대 왕 헤롯의 딸이 아니고, 나사렛의 가난하고 비천한 여종 막달라 마리아라는 것입니다. 또 굳이 다윗의 후손의 몸을 빌릴려고 했다면, 다윗의 후손이 하나 둘이 아닐텐데, 그들 가운데 왕손도 있고 부유한 이들도 있을 것인데, 하필이면 나사렛 출신의 청년 목수 요셉을 선택하셨다는 것입니다.

메시야의 탄생은 우리가 해마다 축하하는 것처럼 그렇게 목가적이고, 행복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평화와 정의의 왕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폭력과 살육의 사건과 결부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삶의 마지막도 십자가 죽음이었습니다. 메시야의 탄생과 죽음이 이토록 평범한 인간들의 삶과 폭력으로 얼룩진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이지요.

메시야의 탄생과 죽음에서 드러나는 이 잔혹한 이야기는 그리스도이신 예수께서 구속하러 오신 악의 깊이와 현실을 드러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라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난 메시야니즘은 악을 구속하는 길, 그것은 더 큰 악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철저한 자기 비움, 십자가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절대권력을 가지고 초월적 능력을 과시하는 메시야가 아니라, 비천한 여종의 몸을 빌려 인간이 되신 하나님, 인간의 모든 한계와 죄와 악함을 스스로 짊어지신 하나님, 고통 받는 하나님만이 악을 구속하시고, 죄인을 구원하실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예수님을 메시야로 믿고 고백하는 크리스마스의 역설입니다.

< 3 >

한국 사회는 이미 대통령 선거전에 들어갔습니다. 저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겠다, 자기만이 난국에 빠진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듯이 온갖 화려한 공약을 제시합니다. 추종자들과 지지자들 사이의 대결, 비방과 반목과 질시는 증오에 가깝습니다. 사이비 메시야니즘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역술인들도 한 몫 거드는 판에, 이제는 목사들까지 나서서 축복기도와 안수기도를 남발합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누가 진정한 메시야인지 사이비 메시야인지, 악령의 역사인지 성령의 역사인지를 구별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리스도이다’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입니다(마 24,5). 그리고 예수님 자신도 귀신의 두목인 바알세불의 힘을 빌려 귀신을 쫓아낸다고 오해와 비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마 12,22-32).

초대교회 시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주님께서 ‘어떤 사람에게는 기적을 행하는 능력을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예언하는 은사를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영을 분별하는 은사를 주신다’(고전 12,10)고 하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고 권면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른바 SNS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망을 통해 온갖 정보가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시대이지요. 무엇이 진짜 뉴스고 무엇이 가짜인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하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입니다. 무엇이 가치 있는 정보이고 무엇이 쓰레기 정보인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가까이 오면 올수록 더욱 그럴 것입니다. 코비드-19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세기말적인 사이비 종말론을 더 부추길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시대를 분별하고, 참과 거짓, 성령과 악령, 진정한 그리스도와 사이비 구세주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우리 눈을 밝히시고 지혜를 주셔서, 시대를 분별하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여,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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