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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신학자 보프는 왜 생태신학을 말하는가

기사승인 2021.11.19  02: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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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와 탄소 중립에 요청되는 생태신학 ⑴

▲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

기후위기와 오늘의 해방신학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체제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켜가고 있다. 더욱 벌어지고 있는 빈부의 격차, 금융자본주의의 끝없는 욕망과 탐욕으로 인한 복지사회체제의 붕괴, 직업의 불안정화 등은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부의 세습이 아니라 가난을 대물림해야 하는 불공정하고 불의한 이 사회에서 해방신학자들의 임무와 기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이 같은 상황은 해방신학자들로 하여금 현실에 대한 보다 더 철저한 이해와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신학적 작업을 통하여 우리의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해석과 개념을 도출해 내는 이론적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상황에서 신앙의 경험이 무엇인가를 신학적으로 규명해 내는 심오한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방신학은 신학의 가장 기본적인 분야에서 신학을 발전시켜 왔다. 다시 말하자면 그리스도론, 신론, 교회론, 종말론, 기독교 윤리 분야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해방신학자들은 사회윤리, 땅의 신학, 노동의 신학, 여성 해방의 신학, 에큐메니칼 신학 등을 전개해 왔다. 해방신학자들은 사회학과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과의 꾸준한 대화와 만남을 통하여 신학을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해방신학자들의 신학적 공헌과 업적은 놀랄만한 것이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분야에서의 학문적 발전은 계속되어 질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변화는 해방신학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분야에서의 신학적 작업을 계속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해방신학자들이 맞고 있는 신학적 작업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라고 볼 수 있다. 경제, 환경 그리고 문화인류학이 그것이다.

특히 기후 위기 시대에서 생태학은 해방신학의 전개에 있어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는 레오나르도 보프이다.

보프는 1938년 12월 14일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브라질 산타카타리나(Santa Catarina) 주의 꼰고르디아(Concordia)에서 출생했다. 1959년 프랜시스 수도회 수도사로 시작하여 1970년 독일 뮌헨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그는 1991년까지 22년동안 페트로폴리스(Petropolis)의 프랜시스칸 신학대학의 교수로서 활동하였으며(1991년 퇴직)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그는 1977년 “Passion of Christ, Passion of World)(그리스도의 고난, 세계의 고난)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그의 명성을 세계에 알리기도 한다.

보프는 해방신학을 통하여 자신의 신학세계를 발전시켜 나갔는데 그의 급진적인 신학 동향으로 인하여 1985년 교황청으로부터 침묵의 징계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교황청의 징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신학계에서 보프의 영향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는 1991년 조셉 라찡거(Joseph Ratzinger 전 교황 베네딕트 16)와의 불화로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n된다. 일 년 후인 1992년 사제직을 포기함으로서 로마 가톨릭 교회와 프랜시스 수도회를 공식으로 떠나게 된다. 그는 사제직을 포기하면서 발표한 공개서한을 통하여 “투쟁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참호를 바꾸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보프와 생태학

해방신학자로 유명하였던 보프는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의 신학세계를  창조세계로 확장하게 된다. 그 후 점차 생태학(Eocology)은 그의 신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90년대는 그의 생태신학이 완성도를 높여가는 기간이기도 하다. 90년대 이후 보프가 출간한 저서들은 주로 생태적인 측면에서의 신학적 연구 결과물이 주를 이루게 된다. 1994년의 저서 Hablemos de la otra vida(또 다른 형태의 삶에 대하여)와 1995년에 출간된 “아시스의 성인 프랜시스”를 통하여 생태학적인 삶의 스타일에 대하여 언급하기 시작한다.

1996년 발간된 저서 “Ecologia: Grito de la tierra, grito de los pobres”(생태학: 땅의 외침, 가난한 자의 외침)에서는 생태학과 해방신학의 만남을 시도하기도 하면서 생태학이 결코 신학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신학은 종교는 물론 정치와 같은 인류의 삶과 직결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2008년의 저서 La Opcion-Tierra(선택-땅)에서 보프는 인류의 삶이 터전인 지구가 생성 이후 처음으로 신적인 개입 없이도 인간의 무책임한 행위로 인하여 인류와 지구상의 많은 생물이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위험에 처해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이 저서에서 현재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생태학-종말론적 위기의 극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가치관의 회복, 인간애적인 목적의 회복, 그리고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의미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됨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태학에 대한 신학적인 그의 관심은 2009년의 저서 “Evangelio del Cristo Cosmico: hacia una nueva conciencia planetaria”(우주적 그리스도의 복음: 새로운 전 지구적 의식을 향하여)를 통하여 우주적 그리스도론을 발전시키기에 이르게 된다. 결국 보프는 생태학적 신학 전개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구원이 특정한 존재에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우주, 다시 말하면 생태적인 모든 창조세계에까지 이르게 됨을 주장한다.

정치적 해방신학으로부터 출발하여 그는 여전히 해방신학자로서 전 창조세계를 향한 생태학적 해방신학자로서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1993년부터 브라질 리오네자네이로 주립대학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부인과 함께 입양한 자녀 그리고 손자 손녀와 함께 페트로폴리스 지역의 작은 생태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생태학은 관계학이다”, 보프의 생태학적 제안

보프의 저서는 매우 방대하고 그의 신학적 사상의 발전과 깊이를 짧은 글에서 정확하고 자세하게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특별히 그의 생태학적 신학의 관점에 대하여 요약적으로 그리고 간단하게 소개함으로서 생태학적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보프의 생태학적인 신학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다음의 과제로 남겨둔다.

보프는 생태학은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성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생태학은 단순한 부분의 합으로서의 전체가 아닌 유기적인 상호의존관계(Organic Inter-dependence)에서 비롯되는 전체적인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통전적인 시각(holistic Vision) 없이는 생태학을 이야기 할 수 없음을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학은 필연적으로 기독교 신학과 관련을 맺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삼위일체 신론에서 나타난 삼위 간의 유기적인 상호의존관계성으로부터 우리는 우주 만물은 서로 간의 항시적인 관계성(permanent relationship) 속에서 존재함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프는 관계성으로부터 출발하여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6개의 분야에서의 실천적인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는 생태적 기술(eco-technology)의 발전이다. 인간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욕망을 끝없이 충족시켜주는 기술을 넘어서서 창조세계와 연대와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기술의 개발과 발전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인 생태학이다. 그에 의하면 생태위기를 가져온 것은 개발모델이 아니라 오늘 인류가 지향하고 있는 사회적 모델이다. 그러므로 지향하고자 하는 사회 모델을 생태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생태적 정치의 모색이다. 끝없는 권력 욕망으로 인한 경쟁적 체제에서 벗어나서 연대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적 정치로의 변신이다.

네 번째는 생태적인 윤리의 회복을 통한 길이다. 실용주의적이며 인간중심적 윤리관에서 생태 중심적인 윤리를 향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생태적 사고(Ecological Mind)의 추구이다. 오늘의 세계(생태계의 위기, 인류 2/3 가 겪고 있는 굶주림과 빈곤)는 인류의 사고와 가치관이 병들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부적인 환경의 생태학적인 변화가 요구되듯이 인간의 내적인 삶의 생태적 변화도 요구되어진다.

마지막으로 보프는 영성을 통한 생태위기의 극복을 말한다. 그것은 우주적 신비주의의 회복이다. 보프는 우주적 신비주의를 말하기 관계성으로부터 출발되는 기독교-만유 내재적 신론(Christian Pan-En-Theism) 과 삼위일체신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만유 내재적 신론과 삼위일체 신론은 우주가 다양성과 연합과 조화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모든 것에서 발견되어지는 하나님에 대한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생태계에 대한 신비스러운 경외심을 갖게 만든다. 삼위일체 신론은 우리로 하여금 생태계는 결국 소통을 기반으로 형성되어지고 발전되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다. 이러한 신론의 회복은 결코 우리의 생명이 단독적인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성 속에서 하나라는 것을 발견하게 할 것이다.

보프는 생태계가 현 상태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보프의 주장 속에서 우리는 좀 더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을 갖기 위해서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 그리고 욕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우리의 생산과 소비 체제를 생태적으로 변환시켜야 함을 깨닫게 된다. 보프를 통하여 생태학적 위기의 극복은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문제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를 통하여 생태적 삶이 인류에게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보게 된다.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레오나르도 보프는 ‘라틴아메리카 어젠다’라는 사이트를 통하여 발표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현재의 세계화 경재 모델이 지구상의 삶의 시스템에 가져 온 난국(impasse)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사회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의 의미로서의 회복이 아니다. 예상 할 수 없는 미래에 제한 된 의미로서의 회복이다. 그것은 역사 안에서 실현되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의 발생이다. 그것은“개인주의적이며 이기적인 나”를 대치하는 “우리”의 개념이 사회적 삶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회복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는 모든 생명의 유지를 위한 생태적이며 사회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는 정치에 예속되며 정치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연대의 윤리에 예속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대표 민주주의가 아니라 참여적 민주주의의 성립을 전제로 하고 있다. 참여적 민주주의는 국가사회뿐만 아니라 가정과 모든 공동체 그리고 사회단체 안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보프의 생태학적 관심은 해방신학으로 하여금 오늘의 정치 경제 모델에 대하여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오늘의 기후 위기는 현 세계의 정치경제적 모델과 연관되어 있다. 욕망의 무한한 전게와 부의 무한한 축적을 향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모델이 결과적으로 기후위기의 생태적 파멸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위기를 말함에 있어서 엄청난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여 오늘의 사회를 심각한 격차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는 정치경제 모델 그리고 이와 연관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언급은 필연적이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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