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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우리 시대 암울한 분위기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기사승인 2021.10.03  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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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인들이 오징어 게임을 읽는 방식

▲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10일 만에 90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극중 강새벽 역할을 맡은 정호연. ⓒYoungkyu Park/Netflix
영국 가디언 紙가 전세계적인 흥행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해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모니카 탄은 이 드라마를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조치 해제에 따른 Post-Lockdown(포스트-락다운) 이후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었다.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 다시 돌아갈 일상을 걱정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상황과 명확하게 다른 부분이다. 한국은 전면적인 봉쇄 조치는 실행한적이 없었다. 다만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것을 제한했을 뿐 일상의 삶은 이어가고 있었으며, 서구 국가들이 한국을 칭찬했던 점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현실 비판으로 읽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 번역자 주

 

만약 당신이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단계를 밟고 있는 도시에 살고 있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 중에 하나라면, 뒤죽박죽인 내 감정 중에 - 흥분, 안도, 기쁨 - 놀라운 정도의 불안도 있다는 점에서 당신도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만약 당신 또한 넷플릭스의 최신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전세계 수 백 만 명 중의 한 명이라면, 이 드라마와 선혈이 낭자하고 공포스러운 폭력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10일 만에 90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 스릴러-시청자의 95%가 해외-는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히트작이 될 전망이다. 황동혁이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이 작품의 전제는 매우 간단하다. 필사적이고 빚을 짊어진 수 백 명의 참가자들이 그들이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해야 할 일은 불안할 정도로 잔인하고 승리하거나 죽거나, 죽거나 죽이거나 하는 어린이 놀이에서 생존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틀 로얄’과 ‘헝거 게임’에 대한 명백한 승인이 존재한다.

그 매력적인 예고편은 9시간 동안의 고문 포르노를 위해 당신을 준비시킬 것이다. 칼로 찌르고 총을 쏘고 살인하는 모든 놀이들이 게임에 참가한 어른들을 어린이처럼 보이게 하는 거대한 장난감과 함께 밝은 파스텔 톤의 세트장에서 진행된다는 것은, 서양 리얼리티 TV쇼로 변화되기 훨씬 전, 굴욕 텔레비전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수십 년 전의 일본 텔레비전 게임 쇼를 떠올리게 한다.

한 가지 측면에서, 오징어 게임은 전형적인 ‘파우스트’적 제안을 떠올리게 한다. 틱톡(TikTok)에 등장한 바보 같은 질문처럼, 드라마는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현금을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역겹고 타락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즐거운 쇼를 통해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 돈이 어린이들의 게임(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을 통해 얻게 된다는 사실은 ‘파리 대왕’과 같은 작품의 느낌을 준다; 오, “문명화된”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야만으로 전락하는지.

하지만 이 예고편에서는 이 드라마가 얼마나 따뜻한지,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유쾌하고 재미있고 동정심이 많은지 포착되지 않는다. 우리의 주인공 성기훈은 아르바이트 운전기사이자 도박 중독자이다. 이정재의 놀랍도록 인상적인 연기에서, 그의 뚜렷한 감정은 오랫동안 고생하는 어머니가 일에 지친 것을 지켜본 가슴 아픈 죄책감으로부터 경마장에 나가기 전 신용카드를 찾기 위해 과자 항아리를 뒤지는 슬랩스틱 유머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쉽게 움직이게 한다.

나중에 우리는 성기훈의 삶이 어떻게 악화되었는지 알게 된다. 자동차 공장에서 해고된 후,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동료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뒤였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결혼 파탄으로 이어졌고, 이 드라마의 가장 고통스러운 장면들 중 일부는 성기훈과 그의 삶의 빛-그의 10살 된 딸- 사이에서 발생한다. 성기훈의 딸은 그의 어머니와 의붓아버지와 함께 곧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참가자들 거의 모두에게는 디킨스 식의 고통이 자리 잡고 있다: 밀수꾼 겸 사기꾼의 손에 있는 10대 탈북자; 공장 사장이 임금 지불을 거부하는 가난한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 사회적 압력과 기대의 무게로 인해 더 위험하고 위험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업가.

▲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이들은 그들의 영혼을 짓누르도록 고안된 체제에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Netflix

황동혁 감독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이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절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영혼을 짓밟고 모든 존엄성을 앗아갈 수 있도록 고안된 체제에서 간신히 살아남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가 이것을 실행하는 방법은 이 드라마의 작지만 영리한 배틀 로얄 게임에서 출발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참가자들은 머물거나 떠나거나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 지옥 같은 고문실에 남아 있기로 선택했다는 사실(등장인물 중 한 명은 “밖은 여기만큼이나 끔찍해.”라고 신랄하게 지적한 것처럼)은 가능한 가장 어둡고 우스꽝스러운 방법으로 이야기한 현대 사회의 고발이다. 참가자들이 기꺼이 참아내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학대, 불의, 잔인함은 “현실 세계”가 얼마나 가혹하고, 부당하고, 잔인한 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된다.

전세계에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챠트의 정상을 질주하고 있을 때, 나는 오징어 게임이 사람들의 정서를 울렸는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우리 중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소진되어, “쓰러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일상에서 최소한의 저항의 길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대한 포기”에 동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는 느슨한 형식의 중국식 운동 ‘탕핑’ 혹은 “평평하게 드러누워 있기”를 실행하는 무뚝뚝한 혁명가들로부터 영감을 찾고 있었다.

▲ ‘똑같은 녹색 운동복을 입은 참가자들의 인간적인 연결과 협력의 순간들.’ ⓒYoungkyu Park/Netflix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에게 있어, 저항 행위들은 유사하게 온화하고 온순하다. 이 저항 행위는 옥수수대를 쪼개거나, 그들에게 부여된 번호를 사용하기 보다는 다른 참가자에게 이름을 묻는 것처럼 간단할 수 있다. 인간 상호간의 연결과 협력의 순간들은 계단과 출입구의 에셔(Escher)의 그림을 통해 보조를 맞춰 행진-생존 게임에 대한 두드러진 시각적 은유-하는 똑같은 녹색 체육복을 입은 참가자들의 장면에서 강조된다.

오징어 게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평범한 삶은 햇빛과 막대 사탕이 아니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우리가 저곳으로 서둘러 돌아가기 전에, 우리는 “저곳”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니카 탄(영국 가디언紙)/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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