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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종단 종교환경회의, 기후위기로 희생당한 생명 추모 기도회

기사승인 2021.09.25  16: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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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탄중위의 안일한 기후위기 인식과 태도 강하게 비판

▲ 종교환경회의가 24일 탄소중립위원회 앞에서 5대 종단 기도회를 열고 실질적인 대전환의 실천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인식

‘종교환경회의’가 ‘기후위기로 죽어가는 생명을 위한 5대 종단 기도회’를 24일(금) 오전 11시30분부터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 앞에서 개최하고 단순한 ‘갈등중재 시나리오’가 아니라 ‘탈 탄소 대전환’으로의 실천을 촉구하고 나섰다. 종교환경회의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 5대 종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교환경회의는 기도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지난 8월5일 탄중위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과 이를 토대로 ‘대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깊은 우려를 금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탄소 중립은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하며 이미 “지난 8월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탄중위에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기도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기후위기로 죽어가는 생명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탄중위의 기후위기에 대한 안일한 인식

임준형(기독교환운동연대)의 사회로 시작된 기도회는 종교환경회의 이미애 상임대표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맹주영 국장이 탄중위에 전달할 입장문을 낭독했다. 종교환경회의는 입장문에서 먼저 정부와 탄중위의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는 상황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한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기후위기가 심각한데도 산업계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탄소절감 수치를 조정하는 등 탄중위의 기후위기에 대해 안일한 인식과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2050년이면 12억명이 기후난민이 될 것이라는 경고에도 ‘우리는 예외’라는 비과학적 낙관론에 빠져 있는 것처럼 ‘탄소중립에 근접한’ 안을 선택지에 포함한 시나리오는 기후위기 대응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어 “어떤 저항이나 희생 없이 탄소중립을 이룰 수는 없다”면서 “산업계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 또한 비판했다. “한국 탄소배출 총량의 35퍼센트 차지하는 산업계를 고려해 12.9퍼센트 정도를 감축하겠다는 시나리오는 국제 사회에 내놓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정안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며 “탄중위는 협상단이나 갈등 조정 기구가 아닌 탈 탄소 대전환을 이행해야 하는 기구”라고 강조했다.

또한 “탄소중립은 산업화로 실패한 제도를 바꾸는 출발점이며, 탄소중립은 지금과는 다른 제도, 다른 산업구조, 다른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자발적 희생과 헌신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탐욕과 무지로 기후위기를 발생시킨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근본 성찰과 대안을 담은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10월 발표될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갈등과 타협의 산물이 아닌 탈탄소 대전환 약속을 구체화한 결과물이 돼야 한다.”며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보다 앞당기고 2030 감축 목표를 50퍼센트 이상 상향하는 시나리오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낭독이 끝나자 탄소중립위원회의 국민참여분과 김희경 팀장이 나와 입장문을 전달받았다.

물질문명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낳은 참사

▲ 송지용 춤꾼이 5대 종단 기도회에서 희생당한 자연을 위한 애도의 기도를 진행하고 있다.. ⓒ홍인식

입장문 전달에 이어 송지용 춤꾼의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붉은 옷을 입고 등장한 송지용 춤꾼은 기후위기로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해 몸으로 기도했다. 그는 에큐메니안에게 퍼포먼스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향을 사용하여 생명의 존재들을 이곳으로 초대를 했으며 소리와 숨으로 생명이 서로 연결됨을 느끼기 위해서 숨 쉬고 소리를 계속 냈고 빨간 실을 참가하신 분들한테 나눠드리고 연결함으로써 모두가 피로 연결된 혹은 하나의 생명임을 표현하고자 했다. 파란 실을 연결함으로써 물 그리고 어떤 숨 생기로 연결된 존재를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피로 연결된 하나의 생명이며 또 내 안에도 물과 강이 흐르고 또 우리가 하나의 지구로서 존재하고 산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퍼포먼스에 이어 천도교한울연대 박해용의 청수봉전의 예식과 정운택의 기도가 이어졌다. 정운택은 “이 지구에서 수천만 년 동안 지속돼 온 생명의 아름다움이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며 “이제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은 모든 생명을 위해 결코 늦춰서는 안 되는 엄중하고 위급한 요청이며 또한 이 길은 만물을 공경하는 참된 삶을 찾아가는 길이기에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힘차게 나아가기를” 기원했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양기석 신부 또한 “지구의 자생력이 이루는 조화와 순환을 따라 소비하지도 않는다.”며 “서식지는 척박해지거나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불교환경연대 재마 스님은 “뭇 생명과 제 생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자각하지 못한 잘못을 참회”하고 “차별과 폭력을 단호히 거부하고 모든 존재를 귀하게 여겨 존중하는 지구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지희 간사 역시 “기후정의를 세워나감으로써 메말라버린 땅에 단비를 죽음의 땅에 새 생명을 움피우는 생명의 사람들이 되게 하소서.”라며 기도했다.

기도에 이어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이진형 사무총장은 야고보서 3:17-18을 낭독하고 말씀을 전하였다. 이 사무총장은 “평화는 관계적이고 사회적인 그리고 생태적인 정의를 이루는 일”이며 “낮고 작고 여린 존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한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창조. 세계화의 정의. 생태 정의를 향한 인식이 부재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지적하며 이제 “우리는 생태적 정의를 회복함으로써 생태적 전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교에 이어 원불교환경연대 오광선 교무는 망자를 위한 ‘천도재’를 올렸다. 오 교무는 “이 천도재는 산업혁명 이후에 지금까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서 희생된 모든 생명체들을 위한 것”이라며 “인류의 물질에 대한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부지 부식 시간의 생명을 잃은 모든 영령들의 완전한 해탈과 천도”를 축원했다.

다음은 종교환경회의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탄소중립 2050,
‘갈등중재 시나리오’ 말고 ‘탈 탄소 대전환’ 실천으로

2050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5월 29일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 달여 남았습니다. 민관이 손잡고 ‘기후위기 선제대응’으로 ‘탈탄소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실현할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가 10월 말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탄중위 시나리오는 아직 작성 중이겠지만 지난 8월 5일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과 이를 토대로 ‘대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한 일련의 과정은 탄중위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합니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에 종교환경회의는 지난 8월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탄중위에 전달한데 이어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는 상황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한 안일한 태도를 바꾸십시오.

‘기후위기 선제대응’으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1인 시위로 시작된 작은 행동이 SNS를 타고 전 세계 청소년들의 공감과 참여를 촉발한 절박한 상황인식과 너무나 거리가 있습니다. 산업계의 반발에 탄소절감 수치를 더하고 빼는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에도 세계 곳곳에서 기후재난은 점점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되고, 삶의 터전을 잃고 받아줄 곳 없는 길 위에서 헤매는 기후난민이 분쟁으로 인한 난민의 3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2050년이면 12억명이 기후난민이 될 것이라는 경고에도 ‘우리는 예외’라는 비과학적 낙관론에 빠져 있는 것처럼 ‘탄소중립에 근접한’ 안을 선택지에 포함한 시나리오는 기후위기 대응과 거리가 멉니다.

기후위기로 이미 현실적인 위험이 된 여러 상황을 인정해야 합니다. 폭염과 해수온도 상승으로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핵발전소 운행을 중단하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설계온도를 상향조정하여 폭염 중에도 핵발전소 가동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묵인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태풍과 폭우로 핵발전소들이 불시 정지되는 사례가 빈번한데도 기후위기로 핵발전소 사고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장마와 태풍, 폭염으로 노동자, 농민들은 기후재난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신규 석탄발전소, 신공항 건설로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는 멈추지 않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기후재앙 뉴스에 국민들은 쓰레기 줄이기라도 실천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낱개 포장, 이중포장, 선물 포장 등 원치 않는 쓰레기까지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기업에게는 ‘쓰레기 생산자 부담’ 책임조차 묻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위기 대응에 맞는 비상정책 없는 탄소중립은 실현 불가입니다.

둘째, ‘탄소중립’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목표입니다.

탈탄소 전환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의견 차이를 원만한 합의로 좁힐 수 없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전례가 없는 상황이고,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입니다.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도전입니다. 그래서 탄중위 출범식에서부터 ‘탈탄소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탄중위에서 논의할 이유가 없는 것인데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11개 부처 추천 전문가로 이루어진 기술작업반 시나리오’를 탄중위 시나리오 초안에 포함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타협이나 조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의 243개 모든 지자체가 세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공동선언한 상황입니다. 탄중위는 협상단도 아니고, 갈등조정 기구도 아닙니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선택은 누구의 희생도 따르지 않는 흠결 없는 대안일 수 없습니다. 프랑스 하원이 단거리 국내선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파리를 차 없는 도시로 선언하는데 희생과 저항이 따르지 않을 리 없습니다. 우리나라 탄소배출총량의 35%를 차지하는 산업계에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12.9% 정도를 감축하겠다는 시나리오는 국제사회에 내놓을 NDC 수정안의 걸림돌입니다. 탄중위는 출범 선언에서 ‘대전환’을 약속했습니다. 그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탄소중립’은 산업화로 실패한 제도를 바꾸는 출발점입니다.

지난 100여 년간 급속한 산업화의 역사는 부끄럽게도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기후위기는 ‘실패한 제도의 산물’이라고도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설문조사에서 기후변화를 이 시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은 전 세계 청년들은 기후위기 대응은 전환의 원칙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5차 총회에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던 ‘1.5℃ 선언’을 이끌어내는데 우리 청소년들의 호소가 한 몫을 했습니다. 총회가 열리는 행사장 앞으로 달려간 청소년들이 “우리 미래를 빼앗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고 IPCC 의장이 현장에 나와 청소년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해 회의장에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1.5℃ 실현’을 목표로 청소년기후소송, 청소년기후파업, 비상국회 요구 등 기후위기 대응에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탄중위에서는 청소년기후행동을 대표한 민간의원을 사퇴로 내몰고 말았습니다. 8월 26일 청소년기후행동이 발표한 사퇴선언문에는 “탄소배출을 하도록 만든 사회 시스템은 어떻게든 그대로 두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수단'이 무엇이든 일단 ‘탄소'만 줄이면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기존의 정치적 논리나 기업들의 현재에만 집중된 경제적 논리에 갇혀 막상 해야 하는 것들(가장 가능하며 현실적인 안들)에 대해 ‘어렵다’, ‘현실적이지 못하다',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반복”하며 입을 막아버리는 논의구조로는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초안’의 한계를 지적하는데 머물지 않고 ‘청년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해 시민토론과 여론 수렴에 나서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지금과는 다른 제도, 다른 산업구조, 다른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초청한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에 참석해 종교계, 시민사회단체의 탄소중립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탄소중립운동이 제2의 금모으기 운동처럼 국민들의 자발적인 희생과 헌신만 강요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탐욕과 무지로 지금의 기후위기를 발생시킨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을 담은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필요합니다. 오는 10월 발표될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과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탈탄소 대전환’ 약속을 구체화한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탄소중립 시기를 2050에서 앞당기고 2030 감축목표를 50% 이상 상향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는 시나리오를 요구합니다.

2021. 9. 24
종교환경회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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