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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늙은 목사의 호소’

기사승인 2021.08.29  16: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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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일웅 목사는 왜 선언서를 썼을까

▲ 보수적 성향의 대구 지역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한 길을 걸어온 서일웅 목사 ⓒ서일웅 목사 페이스북

“이 기자, 서일웅 목사님 선언문 봤어?”

지난 금요일 걸려온 전화 한 통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봤다.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는 과정에서 의장도 역임을 했을만큼 에큐메니칼 진영에서는 유명한 인사이다. 그것도 보수적 경향을 가진 대구 지역에서 한 길을 걸어왔다.

이미 교계 여기저기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외롭고 늙은 예언자가 외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왜 서일웅 목사는 홀로 외치는 광야의 소리가 되었을까. 무엇이 한 특정 후보를 향한 지지를 부탁하는 선언을 하도록 만들었을까.

▲ 에큐메니안 독자분들을 위해서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서일웅 목사(이하 서): 지난 12년 전에 예장 통합 서남노회에 소속해 있는 대구 ‘마가교회’를 은퇴했어요. 그게 답니다.

▲ 제가 이번에 인터뷰를 요청 드린 이유는 지난 26일 목사님이 SNS에 선언서를 게재하셨습니다.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선언서 내용을 좀 간략하게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서: 목사가 시기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사회 역사의 변곡점에 있을 때 교회 안에서의 설교 외에도, 그걸 우리가 흔히 예언자적 자세라고 하는데, 특히 이번 선거는 우리가 어떤 정부를 선택할 것이냐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시점에서 우리 목회자들이 자기 소리를 좀 내줘야 됩니다. 그래서 게시한 거죠. 목사들한테 같이 한번 해 보자. 나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데 같이 했으면 좋겠다. 그런 뜻이죠.

▲ 목사님의 선언서가 단순히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한다.’라는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언서를 내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서: 제가 우리시대를 바라보다 보면 측은지심이라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요. 서로가 경쟁하면서 상대를 비난하고 인간을 해치는 일들을 하는 걸 보면 다들 살려고 하는 것이니 이해는 되죠.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살면 안 되잖아요.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경선 시작되고 난 다음에 보니까 주위를 보니까 상당히 점점 과격해지고 좀 보기 안 좋아요.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지금쯤 되면 어느 정도로 시민들이 자기 품격을 가져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들이 자꾸 보이고 듣고 있기에 좀 심해요. 그래서 ‘아, 그 나이 든 사람이 뭐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그런 마음으로 했죠.

▲ 대선 후보나 각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이른바 출사표를 내면 그 안에는 과장된 면도 많습니다. 특별히 이제 이재명 경기지사 출사표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가 어떤 건가요?

서: 후보님들이 ‘내가 되면 뭐, 뭐 하면은 이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자기가 말하는 정책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 선택하라는 건데, 저는 그런 것은 신뢰하지 않아요. 그런 이야기는 ‘내가 되면 하겠다, 안 되면 안 하겠다’는 이야기 아니겠어요.

그것은 신뢰 할 수 없고, 내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주목한 것은 그분이 이제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과정이 있더라고요. 그 과정을 보니까 그 과정 속에서 이재명 후보의 시대정신이랄까, 역사의식, 시민의식 등등을 잘 보여주더라고.

특히 관심 갔던 것은 내가 오랫동안 목회하면서 주로 상대적으로 약자들 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을 해왔고 그렇게 살아 왔어요.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까, 이재명 경기지사는 항상 더 소수자들, 약자들 편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아름다웠어요. 그게 좋았어요.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무조건 하고 잘되면 좋겠다가 아니고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측은지심이 보이기 때문에 좋았어요. 저는 모든 후보가 다 훌륭하고 참 좋은 이야기 많이 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또 내 입장에서 보면 당장 이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약자들이 있습니다. 굉장히 많아요. 비정규직이라든지 장애인이라든지, 이런 분들에게는 사회가 협조적이지 않잖아요. 이재명 후보는 세세하게 입장을 가지고 있고 관심이 있더라고요. 그러면 베스트지 뭐.(웃음) 이것보다 좋은 게 뭐 있노.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 목사님 개인적인 선언이라면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목사님께서 목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부탁 하셨습니다. 이른바 정치적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고 교회밖에 시선으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목사님 어떻게 얘기를 하실 수 있을까요?

서: 비난하는 분들은 교회를 잘 모른다고 봐요. 교회는 세상과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면 안 되거든요. 세상은 곧 교회고, 교회가 곧 세상이에요. 목회자들이라고 하면 교회와 교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세상을 향해서도 관심이 있어야 하거든요. 이걸 나눠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이라고 하면 목사가 매주 설교를 하는 것도 사실 정치적이에요. 교인들에게 선택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선택을 요구받는 거나 선택을 요구하는 사람이나 사실은 다들 정치적인 모습들이에요. 우리가 정치하고 있죠. 뭐. 정치 일선에서 지속적으로 정치인으로 활동하지 않지만, 목회자는 그 시대 그 사회에서 지도자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비난은 언제든지 감당할 수 있고, 또 어떻게 보면 그런 비난을 고맙게 생각하죠.

▲ 서일웅 목사

▲ 충청지역에서 교계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이 나왔습니다. 교계 내에서도 분열되는 부분도 있고,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습니다.

서: 저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아요. 왜냐하면 이낙연 후보뿐 아니고 이번에 경선에 나온 모든 분들이 다 훌륭합니다. 훌륭하기 때문에 ‘누구를 선택한다’ 그것은 자기 입장이죠. 나는 충청도 분들은 충청도 환경이 있지 않습니까? 그 환경에 맞춰서 교회가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 하니까. 그래서 저는 존중합니다. 존중하고 그분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존중해요.

문제는 우리가 교계라고 하는 그 교계 단위는 에큐메니칼이거든요. 보수 진영에는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에큐메니칼은 열린 세계를 지향하지 않습니까? 열린사회를 추구하고 있고 소통과 대화를 주고받고 하는 그런 정신이니 갈등도 있습니다. 그것을 갈등이나 과열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이야기 듣고 자기가 말 하고 그러면서 이제 좋은 생각 모아보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앞에 질문이랑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지금은 과정 중에 있으니 갈등도 있고 분열도 되고, 이런 현상 자체가 당연해 보입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갈등이나 분열을 넘어서는 지혜를 발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 저는 목사의 기능이라는 것은 갈등을 누그러트려야 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화해를 이끌어내야 하고. 그게 목사의 몫이지 않습니까? 나와 다른 사람들,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내가 잘났고 네가 못했다’ 그게 아니고, ‘응,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존중하는데 나는 이렇다.’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예수님도 그랬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입장이에요. 모든 이야기들은 다 존중해야 되고 존중 받아야 합니다.

▲ 특별히 이번 대선의 의미를 어떤 것으로 보면 좋을까요?

서: 이번 선거는 중요합니다. 이번 선거는 지난번 선거하고 좀 많이 달라요, 성격이. 왜냐하면 지난번까지는 우리가 개발도상국의 국민이었어요. 근데 이번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비로소 선진국으로 발돋움 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선진국 국민으로 본다고 해서 바로 선진국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우리가 갖춰야 될 것이 있습니다. 역사의식이라던지 윤리의식이라든지, 이런 모습을 보여 줘야 돼요.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는 우리 정체성이 개발도상국과 국민으로서의 명분을 졌다면, 이제는 선진국 시민으로 자기 정체성을 채워 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그 분기점에 이번 선거가 있는 거에요. 이번 정부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우리 시민사회가 한 발짝 더 성축해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대선이에요.

▲ 이번 대선에 있어 기독교인의 과제라든지 기독교인의 태도라든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서: 이번에 좋은 뉴스 하나 봤습니다. 다들 보셨겠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에 협조했던 아프간 사람들이 구출되어 한국에 왔잖아요. 저는 이 기사를 보면서 굉장히 개인적으로 감명받았어요. 와 우리도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 우리도 이렇게 우리와 함께 했던 사람들 보듬을 수 있는 힘이 있구나. 자긍심이 막 생기더라구요.

저는 이번 기독교인들이 이런 계기를 통해 자기 신념만 고집하고 자기와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혐오를 표출하고 그랬잖아요.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나와 다르지만, 또 심지어 나와 다른 신앙도 있을 거에요, 또 나와 다른 생각도 있죠. 그런데 우리라고 하는 울타리 속에 들어왔을 때는 과거와 같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열린 세계를 추구하고 소통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상을 열기 위해 신앙인들이 먼저 열어 나가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사람들은 신앙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다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같이 살아야 해요. 그 사람들을 지금 현재로 보면 소수자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약자이기도 한데,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들을 품고 이해와 사랑으로 녹여내지 않으면 우리를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일부 저급한 목사들과 사람들이 시위하고 뭐 난리가 났었던데, 저는 그들 모습이 정말로 천박하다고 보거든요. 지금은 우리 에큐 독자들이나 에큐메니칼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은 거듭나야 돼요. 정말 거듭나서 생각은 새로 한다고 말은 해놓고 행동은 안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우리가 정말로 세계 평화를 품고 기도하고 사랑으로 실천하고 반목이 있어도 소통하고 이를 위해서 우리 교인들이 나아가야 됩니다.

▲ 서일웅 목사가 게재한 선언문 ⓒ서일웅 목사 페이스북

다음은 서일웅 목사가 자신의 SNS에 게재한 선언문 전문이다.

한 늙은 목사의 호소

‘이재명 지지 선언 목회자 동참 호소 100인’이 되어 주십시오.

창세기 24장에 보면, 늙은 종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주인 아브라함에 이어 다음세대를 이어나갈 이삭의 배우자를 찾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끝내 그 소임을 완수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그 늙은 종의 심정으로 민주 정권을 계승할만한 인물을 발견했고, 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자 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대통령 출마선언문에서 “규칙을 지켜도 손해가 없고 억울한 사람도 억울한 지역도 없는 나라, 기회는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의 결과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여야 미래가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의 선언문을 읽다가 이 부분에서 멈췄습니다. 저는 평생 ‘정의가 물같이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는 나라’(암 5:24)를 꿈꿔왔습니다. 이런 나라를 이루기 위하여 오랜 시간동안 교회에서, 거리에서 수도 없이 외쳤고, 또 이런 세상이 오리라는 믿음으로 살았습니다. 이것이 하늘의 소리를 맡은 예언자의 사명이자,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정직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불민한 세력들이 뒤틀어 놓은 공의를 세울 정치인에 늘 목이 말랐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을 이어 이 나라의 역사를 바로 세울 사람을 찾아 왔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그럴 만한 인물로 이재명을 선택합니다.

대통령 후보로 이재명을 선택하면서 여러분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예수께서 나사렛 회당에서 꺼내 읽으신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똑똑하게 기억합니다(눅 4:16-18). 가난하고 약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에게 자유와 은혜를 주기 위하여 일하시겠다는 예수의 사명선언문은 바로 이 시대를 사는 모든 목회자의 소임이기도 합니다. 그러하기에 이재명 후보가 선언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며, 약자의 삶을 보듬는 대동세상의 정치’는 곧 예수를 따르는 자들에게 ‘복음의 실재화’를 위하여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자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일보전진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 길을 함께 걷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정치인들을 보았고, 또 수많은 정권들의 행태들을 기억합니다. 지켜지지 않았던 수많은 공약이 있었고, 권력에 드리워진 서늘한 그림자가 얼마나 짙었는지도 압니다. 그래서 저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직무 했던 11년 동안 90%가 넘는 공약을 이행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바로 성서가 말하는 신실함이자, 우리의 지지를 허공에 날리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목회자 여러분, 부디 다음 세상을 향한 절절한 마음으로 올리는 늙은 종의 호소를 땅에 버리지 마시고 함께 대동세상의 길로 나아가시기를 겸손히 청합니다.

2021년 8월 25일
서일웅 목사 드림

※ ‘이재명 지지 선언 목회자 동참 호소 100인’에 함께하실 분은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메신저로 의사를 밝혀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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