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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엔 폭력을 한손엔 성서를?

기사승인 2021.07.31  21: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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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해직 1600일을 맞았다

▲ 이웃종교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었다는 이유로 서울기독대학으로부터 해직당한 손원영 교수가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홍인식

지난 7월29일은 서울기독대학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손원영 교수가 해직 16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에큐메니안은 해직 1600일을 맞이해서 서울기독대학 총장실 앞에서 연구실 개방과 복직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손원영 교수를 찾았다. 섭씨 36도의 무더위 속에서 손 교수를 찾아간 기자를 맞이한 것은 “학습권 보장하고 이사회의 무책임에 대해 책임져라”, “이단행위 목사 손원영의 교수 재임용을 반대합니다.”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었다.

교정으로 들어서자 또 다른 글귀가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성서로 돌아가자.”라는 팻말이었다.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장면들이었다. 교정을 지나자 첫 번째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 한쪽에 “이사장님, 이제, 그만 사퇴하십시오. 이제, 학생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서울기독대학교 총학생회”라는 또 다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서울기독대학의 교육목표를 기록한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기독교 덕목 실천 인재육성/국제적 경쟁력 갖춘 인재양성/창의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양성”이 교육목표로 제시되고 있었다. 또 다시 묘한 대조를 이루는 두 개의 현수막을 보면서 기자의 마음에는 야릇한 감정의 교차가 발생하였다.

현관문을 통과하여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왼쪽에는 행정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조그만 계단을 올라서면 총장실과 부속실이 있었다. 손 교수는 총장실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조그만 임시 테이블 위에는 “인격말살 이단몰이 사과하라”, “유은혜 교육장관님!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 복직을 도와주십시오.” “이사회는 손원영 교수 복직이행 명령 거부하는 총장을 파면하라.”, “인권침해 갑질비리 총장은 물러가라”라고 쓰여 있는 시위용 팻말들이 놓여 있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손원영 교수는 기자를 보자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반갑게 맞이하였다. 손 교수는 오랜 복직투쟁 시위를 하고 있었지만 지친 모습을 넘어서는 밝은 모습이었다. 시위현장에 홀로 앉아 있는 손 교수의 모습은 기자에게 외롭게 비쳐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 교수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정의와 생명, 평화를 향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그에게 “정의를 향한 의젓함”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덕담을 건넸다. 실지로 그는 오랜 동안의 투쟁에 지칠 만하기도 하겠지만 피로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대화 내내 자신을 향한 파면 조치가 얼마나 부당한 것임을 이야기 하면서도 그러나 이에 대한 화 혹은 증오를 표출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함으로써 받는 고난임을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선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은 무슨 연유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 사법부의 결정과 대학 이사회의 결정까지도 무시하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이해 못할 행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손 교수에 대한 총장의 행위가 언제 바뀔지 그리고 결말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순간이기는 하지만 “성서로 돌아가자”라는 서울 기독대학의 표어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 보았다.

▲ 서울기독대학 내에도 여전히 두 개의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홍인식

손원영 교수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기자의 마음에는 끝없는 질문들이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서울기독대학의 건물 정면에 게재되어 있는 “성서로 돌아가자”의 의미가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손원영 교수에 대한 부당하고 불법적인 폭력을 지행하고 있는 그들에게 성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독교 덕목 실천 인재육성/국제적 경쟁력 갖춘 인재양성/창의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양성”이라는 교육목표와 손원영 교수를 향한 행위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웃종교에 대한 예의와 존중 없는 성서로 돌아감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또 그것이 예수의 정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임을 모르는 것일까? 이들이 말하는 성서는 자신들의 종교체제만을 수호하기 위한 체제옹호용 율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들이 말하는 성서는 진리와 생명과 평화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이웃종교와 다름 사람들에 대한 포용,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수용 없이 기독교 덕목과 국제적 경쟁력 그리고 창의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이 가능할까?

서울 기독대학교 총장은 이 같은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외롭고 쓸쓸하게 보일 수 있는 싸움의 길에 서 있는 손원영 교수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정의롭고 의젓하게 살아가는 그와 마음을 함께하며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성서에서 나타난 정의와 사랑과 생명 그리고 진리 평화의 하나님, 그의 아들 예수 그리고 성령님이 그의 투쟁의 길에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의젓하게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하였던 손원영 교수의 얼굴이 나의 마음 한 가운데를 가득 채운 하루였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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