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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드러내준 타자화의 민낯

기사승인 2021.07.29  16: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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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CC 제11차 총회 한국 동행모임 두 번째 예배 진행

▲ WCC 제11차 총회 한국 동행모임 두 번째 예배에서 이화여대 조기숙 무용팀의 <충분한 애도의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야 했던 회한을 담아 애도하는 ‘코로나19 위로와 애도의 안무’>가 진행되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 제공

WCC 제11차 총회 한국 동행모임 두 번째 예배가 7월 28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경동교회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모임은 강화된 코로나 방역수칙에 준하여 소수의 스텝만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코로나의 고통이 가중된 곳

7시 30분에 양권석 신부(성공회대)의 인도로 시작된 예배는 이화여대 조기숙 무용팀의 <충분한 애도의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야 했던 회한을 담아 애도하는 ‘코로나19 위로와 애도의 안무’>로 이어졌다.

▲ 대구NCC 소속 박성민 목사가 지난해 초 확진자 증가로 대구시와 교회가 겪어야 했던 고통을 증언하고 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 제공

이어 현장의 증언에서 박성민 목사(대구 NCCK)는 신천지 대구 사태 당시 기독교 활동가로서 경험과 느낌을 나누었다, 박 목사는 2020년 6월 말 확진자 증가로 인해 대구시는 마치 유령의 도시와 같았음을 상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NCC 소속 교회와 몇몇 이웃 교회들이 연대해서 대구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순천과 제주 등 여러 곳의 지역NCC들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모금을 시작했고 그렇게 모인 성금으로 대구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이 연대 모임에는 지역NCC 소속이 아닌 고신과 합동측의 교회들도 참여해 진정한 의미의 에큐메니컬을 경험했다고 박 목사는 전했다. 그는 이러한 사역을 통해 사회 행정 기관 그리고 민간사회 단체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연대 협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음을 강조했다. 코로나는 멈춤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신앙에 대하, 또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돌아보게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 이원곤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코로나의 영향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 제공

뒤를 이어 이원곤 집행위원장(빈곤사회연대)은 코로나가 들춰낸 차별과 가난의 모습에 대해,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생명의 위기와 어려움에 대해 현장 이야기를 중심으로 언급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2001년 최옥란 여인의 죽음을 계기로 결성된 빈곤사회연대에 대해 설명하며 비주택 고시원과 쪽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고 있는 코로나의 평등성이 결코 평등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코로나가 우리에게 제기하고 있는 뉴노멀이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파악하고 개선되는 뉴노멀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팬데믹이 가능하게 했던 조건을 만든 인간의 탐욕

양권석 신부는 말씀 나눔을 통해 지금까지의 코로나 국면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양 신부는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가 지금까지 애써 감추고 외면하려고 했던 삶의 진실된 모습과 우리의 모순된 삶과 신앙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음을 역설했다. 코로나는 도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세계에 오랫동안 감추고 숨겨왔던 것들이 폭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특정한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며 바이러스 발생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epidemic 혹은 pandemic이 되게 만든 확산가능조건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확산조건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코로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을 타자화했으며 그들의 희생을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사항으로 간주하고 살아왔던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이다.

▲ 성공회대 양권석 신부는 팬데믹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경고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 제공

또한 방역 대책으로 나타나는 거리두기는 오늘까지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거리두기를 해왔던 우리 삶의 모습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이라며 거리두기가 타인을 도구화하는 것으로 고착된다면 방역으로서의 거리두기는 희망이 아니라 영원한 절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코로나를 통해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 보아야할 것이며 특별히 지금까지 믿어왔고 익숙하던 하나님과의 관계를 비롯한 모든 관계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질문을 제기하는 등 문제 삼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양 신부는 코로나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불확실함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성찰하고 알고 있던 것을 부정하는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세계로 나갈 것을 촉구했다.

뒤이어 감사와 결단의 순서로 꽃차 기도가 드려졌다. 꽃차 기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만찬과 같은 의미의 예식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예배팀(황푸하 목사)이 구상한 것이다. 예배팀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뜨거운 물과 마른 꽃잎을 준비한다. 우리의 기도를 담은 마른 꽃잎을 뜨거운 물에 띄운다. 어떤 일이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서서히 그 꽃잎이 피어나더니 물은 금세 향기로운 차로 우러난다. 기도란 이런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마법 주문 같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매우 천천히,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금세 피어나는 것, 그런 마음으로 기도를 우린다. 음식을 서로 나누지 못하는 코로나19 시기에 꽃차 기도는 한 모금으로 온몸에 평안함을 주는 꽃차처럼 우리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꽃차기도 후 양권석 신부의 축복기도로 오후 9시 모든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4차 대유행의 위기 속에서 진행된 한국 동행 모임 두 번째 모임은 차분하면서도 참여자들의 마음과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다음 모임은 8월 25일 오후 7시 30분 경동교회 본당에서 진행된다.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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