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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만드는 새활용공방

기사승인 2021.05.06  15: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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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활용공방으로 만든 화분 ⓒGetty Image
이 칼럼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출간한 『그린 엑소더스』 (이진형 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편집, 삼원사 출간)에 실린 글입니다. 또한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의 일환으로 발행되고 있는 칼럼을 저자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내가 생기를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겔 37:5)

문제는 경제적 선택, 정치적 선택, 개인의 선택의 문제다. _ 위노나 라듀크

예전에는 살림이 어렵든 어렵지 않든 간에 언니가 신던 신발, 형이 입던 옷을 동생들이 물려받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흔했습니다. 책상이나 의자와 같은 가구도 마찬가지였고요. 따로 살림을 차려 나가는 삼촌이 쓰던 책상은 어린 조카들의 몫이었고, 멀리 이사를 가는 집들은 덩치 큰 가구를 이웃에게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또 새것이든 낡은 것이든 나에게 필요한 것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감사했고, 모든 물건을 알뜰살뜰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사용하다 다시 고쳐 쓸 수 있는 것은 고쳐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동네에는 공업용 미싱을 놓은 옷 수선집이, 낡은 문짝이 쌓여 있는 목공소가, 못과 망치가 걸려 있는 철물점이, 구두 뒤축을 쌓아놓은 제화점이, TV와 라디오를 수리해주는 전파상이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수선해서 새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이들 가게를 잘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새로운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되면서 낡은 것을 고쳐주던 동네 어귀의 가게들은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물건을 끝도 없이 쌓아두고 새것이 주는 행복을 선전하는 쇼핑몰이 들어섰습니다. 새 옷, 새 신발, 새 가방, 새 전자제품, 새 가구, 새 집…. 과연 이 모든 새로운 것으로 지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나요?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모든 새로운 물건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행복은 새것이든 낡은 것이든 그 물건을 소중하게 감사히 사용하는 시간에 깃들어 있는 것이지, 새 물건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시절 낡은 것을 소중히 고쳐 사용하던 때를 돌아보면서 행복하던 순간의 기억을 그리워하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플라스틱, 종이, 유리, 비닐, 섬유, 금속, 목재 등을 분리해서 재활용(Recycling)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되었습니다. 재활용 업체들은 물품을 재료별로 수집하고 운송해서 재생 플라스틱, 재생용지 등의 재생용품을 만들고, 분류와 세척과정을 거쳐 재사용하거나, 작게 조각을 내어 복합화력발전소의 발전 연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재활용은 사람들의 필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운 지구 자원의 한계를 생각할 때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재활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버려진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새활용(Up-cycling)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새활용은 이전 제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Upgrade) 다시 활용한다(Recycling)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유수의 기업이 유명 디자이너들과 새활용 상품을 제작해 환경의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홍보하는 것이 새로운 트랜드가 되고 있습니다.

트럭 덮개용으로 쓰던 방수천으로 만든 핸드백, 고장 난 시계로 만든 귀걸이, 음료수 깡통 뚜껑을 연결해 만든 벨트, 버려지는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과 필통, 지갑 등 새활용 제품은 버려질 낡은 제품에 소재를 가공하는 시간, 창의적인 아이디어, 첨단 기술, 그리고 정성을 결합해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 세계에 수천 개의 새활용 기업이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에도 백여 개의 새활용 스타트업(start-up)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새활용 기업은 소중하게 사용된 물건에 간직된 행복을 새롭게 가공해서 선보이는 이 시대의 수선가게가 아닐까요?

예수님이 시편을 인용해 말씀하신 “건축자가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를 기억해봅니다. 하나님 나라는 쓸모가 없다고 버려지는 존재가 없는, 또 모두에게 버려진 존재라도 쓸모를 찾아 귀하게 사용되는 세계가 아닐까요? 재활용과 새활용, 이러한 되살림의 문화가 우리 안에 더욱 확산되고, 우리 스스로가 되살림에 더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게 될 때, 지구의 한계를 넘어선 생산과 소비의 어리석은 굴레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서 지구를 살리는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삶으로 우리의 문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하고, 동시에 창조 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는 거룩한 부름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갈릴리 언저리의 어중이떠중이들을 불러 모아 먹이고 가르쳐서 초대교회의 반석(마 16:18)과 기둥(갈 2:9)으로 멋진 건축을 하신 새활용 목수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이 땅의 기독교 공동체가 새활용의 문화를 앞장서서 체험하고 교육하는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옷 수선집, 목공소, 철물점, 제화점, 전파상처럼 지구를 살리는 살림으로 마을 사람들과 나누며 새것이 주지 못하는 행복의 기억을 되살리는 ‘새살림 공방’을 이곳저곳에 만들어 보는 것이지요. 새살림 공방에서 저녁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유행이 지난 옷을 리폼해서 새 옷을 만들어 작은 패션쇼를 열 수 있을 테지요. 또 칠이 벗겨진 원목 장의자를 잘 분해하고 다듬어 멋진 책장을 만들 수 있을 테고요. 이집 저집에서 모은 조각 천으로는 예배당의 창문을 장식할 조각보 커튼을 만들 수도 있을 거예요.

기후 위기의 현실은 새것이 미덕이라고 착각하며 살던 우리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롭게 되살린 것이 창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큰 가치를, 가장 큰 행복을 간직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새살림 공방은 기후 위기 시대에 참으로 가치 있고 진정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것이 줄 수 없는 소중한 행복의 시간을 지구와 우리 모두에게 되돌려줄 것입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greenchurch@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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